‘버스요금 인상’, 또 정쟁의 불씨 될까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5.1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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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현실적으로 인상 필요” vs 여당 “국민 공감 전제될 때 가능”

버스요금 인상 필요성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정부와 정치권의 입장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현실론과 신중론이 서로 부딪히는 모양새다. 

전국 버스파업을 앞두고 류근중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위원장과 김주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5월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면담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국 버스파업을 앞두고 류근중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위원장과 김주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5월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면담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는 5월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연석회의를 갖고 “현실적으로 시내버스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점에 입장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각 지자체는 시내버스의 안정적 운행을 위해 요금 인상을 포함한 다양한 재원 마련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러한 배경엔 버스노조의 파업 예고가 있다. 앞서 5월9일 한국노총 산하 서울·경기·부산 등 9개 지역 버스노조는 오는 5월15일 파업을 결의했다. 그 명분은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수입 감소와 부족한 인력 확충이다. 300인 이상이 근무하는 버스회사는 당장 7월1일부터 주 52시간제를 시행해야 한다. 

이번에 파업에 동참하기로 한 버스회사는 총 193개. 파업이 시작되면 전국 버스 1만7900대가 운행을 멈추게 된다. 참가 인원은 3만2300명이다. 정부는 이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버스요금 인상안을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버스 파업'이 촉발한 갈등 

하지만 정작 요금 조정 권한을 갖고 있는 각 지자체는 요금 인상에 모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우선 서울시가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김의승 서울시 대변인은 5월13일 오전 정례브리핑 뒤 기자들에게 “서울시는 버스요금 인상 요인이 없다”며 “명분도 없이 어떻게 요금을 올릴 수 있겠나”라고 했다. 

김 대변인에 따르면, 서울시는 이미 2004년에 준공영제를 도입해 버스회사의 적자를 보전해주고 있다. 준공영제란 지자체가 버스 수입을 관리하면서 운행 업체에 재정 지원을 해주는 제도다. 서울시는 또 지난해엔 버스기사 약 300명을 추가로 뽑아 운행횟수를 줄이는 등 주 52시간 근로제 대비를 해왔다고 한다. 현재 서울 버스기사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47.5시간, 평균 월급은 422만원이다. 

이 외에 2009년 준공영제를 시행한 인천시 역시 버스요금 인상에 부정적인 걸로 알려졌다. 단 300인 이상 버스회사가 몰려 있어 52시간 근로제 타격이 불가피한 경기도는 원래 요금 인상을 지지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서울과 인천이 동조하지 않으면서 입장을 돌렸다. 경기도 관계자는 5월13일 연합뉴스에 “경기도만 요금을 인상하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국회에서도 버스요금 인상안을 두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5월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요금 인상은 국민의 동의와 정서적 공감이 전제될 때 가능한 일로 보인다”고 했다. 또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버스 사태의 해결책과 관련해 “준공영제로 당의 정책방향을 잡아가겠다”고 했다. 

자유한국당은 한발 더 나아가 “요금 인상은 서민들에게 부담을 지우겠다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한국당 국토교통위원회 위원들은 5월13일 기자회견에서 이와 같이 발표하며 “(버스 기사) 임금 손실분을 세금으로 지원하기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대책을 수립하지 못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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