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이배 “안철수 조기 등판? 연말 이후 복귀해야”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9.05.1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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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우리당이 민주당 2중대라고? 제3당 역할 호도하는 것”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달 초 국회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가장 이름이 많이 거론된 의원 중 한 명이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위원으로 사보임되는 과정에서 ‘불법’이라는 공격을 받았고, 여야 대치 상황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에 의해 감금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경험했다. 이에 대해 특수감금 등의 혐의로 한국당 의원들에 대한 고발장도 제출된 상태다.

일련의 사태 후 바른미래당도 상당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손학규 대표 퇴진에 대한 목소리는 강해졌고, 안철수·유승민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조속한 당 개편을 바라는 이들도 많아졌다. 과거 안철수 전 대표와 함께 국민의당을 창당한 ‘안철수계’이자 현재 손학규 대표 측근으로 꼽히고 있는 채 의원은 “손 대표 퇴진 후 당장 대안이 없는 상태”라고 말한다.

5월13일 시사저널과 만난 채 의원은 “당의 많은 이들이 안철수 전 대표가 독일에서 조기 귀국하길 바라지만, 시기상 당에 상당한 손해”라며 “(안 전 대표는) 총선 전, 당의 요구가 아니라 국민의 요구에 의해 복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총선 전 당 분열 가능성에 대해 “선거에서 당대당 통합은 물론, 흔한 연대도 하지 않겠다는 당내 합의가 만장일치로 이뤄졌다”며 기호3번으로 선거를 완주해낼 수 있으리란 기대를 보였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5월13일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5월13일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패스트트랙 사태에서 (채 의원 감금에 대한 고발 포함) 여야 간 고발전이 난무했다. 어떻게 마무리돼야 한다고 보나.

“의사과 기물을 파손하거나, 사보임 문건 제출을 방해하고 회의를 방해한 건 분명 국회선진화법에 어긋난 행위였다. 그동안 없던 법을 새로 적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은 굉장히 강경하다. 이번에 그냥 넘어가면 국회선진화법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에 끝까지 가야한다는 입장이다. 과연 센 처벌이 나올 수 있겠느냐에는 의문이 좀 있다. 정치를 사법화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있고 법원도 부담스러워 하는 상황이긴 하다. 이와 별개로 나를 감금했던 혐의는 너무나 명확한 불법행위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있어선 강한 처벌이 제대로 나오지 않겠나 예상한다.” 

한국당은 사태 이후 장외투쟁 중이다. 패스트트랙 논의 과정에서 자신들이 배제됐다고 주장하는데.

“자기들이 그동안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간사조차 배정하지 않고 논의에도 불참해오지 않았나.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에 부치게 된 자체가, 지난해 한국당이 선거법 관련한 5당 간 합의문을 깨고 나가버렸기 때문이었다. 결국 그들의 보이콧 결과물로 패스트트랙을 진행한 건데 이제 와서 그렇게 주장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연동형비례대표제는 손학규 대표가 단식까지 했을 정도로 당에서 강하게 추진한 과제였다. 상식적으로 바른미래당에 도움이 되는 제도인 듯한데 왜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당내 반대가 있었던 건가.

“유승민 전 대표를 비롯한 바른정당 출신들이 ‘선거제는 국회 관행상 여야 합의에 의해 이뤄져왔는데 패스트트랙은 그게 아니니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난 수긍이 안 간다. 한국당 스스로 합의하지 않겠다고 나간 건데, 이들이 나갔기 때문에 패스트트랙 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애초에 개혁에 반대하는 마음이 깔려있던 것 아닌가 싶다. 이번 패스트트랙 정국은 크게 개혁 대 반개혁의 대결 구도였다.”

최장 330일 후 본회의 표결 전까진 어쨌든 한국당도 포함한 합의가 이뤄져야 할 텐데.

“머지않아 분명 한국당이 장외투쟁을 멈추고 원내로 들어올 거다. 자기들 불리하게 게임 룰이 만들어지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을 이들이 아니다. 패스트트랙 사태 지나면서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좀 누리지 않았나. 5월까지는 그 분위기를 계속 누리려 할 거고, 5월 지나면 들어오지 말라고 해도 들어올 것이다. 민주당 원내대표도 새로 뽑혔고, 우리 원내대표까지 새로 선출되고 나면 대화 파트너가 바뀐 걸 계기 삼아 들어올 거다.”   

충돌 과정에서 ‘여당 2중대’라는 비판도 많이 받았다.

“당연히 개혁을 외치는 이들끼리 개혁 꾸러미로 한 데 묶일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니었나. 거꾸로 우리 당이 야당으로서 정부여당의 잘못을 제대로 비판할 때도 많지 않았나. 그럴 땐 그럼 한국당 2중대가 되는 건가. 결국 제3당이 양극단에 있는 두 당의 잘못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밖에 없는 공격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의당 때부터 늘 들어온 표현이다. 제3당의 역할을 그런 식으로밖에 평가하지 못하고 호도하는 국회 현실이 문제다.”

5월8일 진행된 바른미래당 의원총회. ⓒ시사저널 박은숙
5월8일 진행된 바른미래당 의원총회. ⓒ시사저널 박은숙

“기호 3번 달고 선거 완주할 것”

바른미래당 분열이 다 드러나 버렸는데 봉합이 가능할까.

”김관영 원내대표가 사퇴하면서 좀 정리가 됐다. 다른 당과의 통합이나 연대로 정치하지 말자고 다같이 약속했다. 선거철에 후보들 간, 당 간의 연대는 그간 으레 이뤄지지 않았나. 이번에 우리가 당대당 통합 불가는 물론, 선거 때 어느 당과도 연대하지 않겠다는 합의를 5월8일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이뤄냈다. 선거 막바지 와서 단일화하지 말고 기호 3번으로 끝까지 완주하자는 약속이다.“

유승민·안철수 두 전 대표가 조속히 전면에 나와야 한다는 얘기가 많다. 특히 안철수 전 대표는 독일에 있는데도 자주 소환되고 있다.

”두 인물이 다음 총선 전에 대표주자로서 나와 선거를 이끌고 가야 한다는 데 당내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지 않는다. 이들이 제대로 결합한다면 폭발적으로 성과 낼 수 있다고 다들 생각한다. 그런데 시기상 지금은 아니다. 최근 당이 시끄러워진 바람에 안철수 전 대표가 거론이 됐는데 이러면 안 됐다. 당이나 개인에게나 바람직하지 않다. 총선 다가오면 당이 아니라 국민이 필요해 안 전 대표를 부를 때가 분명 있을 거다. 시기적으로는 올 연말이나 내년 초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가 지금 이 상황에 국내로 들어와 유승민 전 대표와 당을 공동으로 이끈다면 과연 국민들에게 얼마나 이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일 수 있겠나.“

손학규 대표에 대한 당내 퇴진 요구가 강한데.

”4월 보궐선거 끝나고 하태경 최고위원을 비롯한 몇 분이 선거 패배에 대해 대표가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외쳤는데, 당시 이에 동조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보궐선거로 얻고자 했던 건 당선이 아니라, 총선 전 경남 지역에 당을 더 알리려는 거였다. 패스트트랙 거치면서 복잡하게 당내 구도가 맞물리면서 손 대표 사퇴 목소리가 커졌다. 그런데 손 대표 사퇴 후 마땅한 대안은 또 없는 상태다. 오신환 원내대표 후보가 지금 손 대표 퇴진을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에 15일 원내대표 선거 결과에 따라 어느 방향으로든 판가름나지 않겠나 싶다.“

김성식·오신환 두 원내대표 후보 모두 사개특위 위원을 원상복귀 시키겠다는 공약을 냈다. 그렇게 되면 다시 위원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데.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 난 법사위원이기도 하니까 얼마든지 법사위 안에서 이번 패스트트랙 안들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고 본다. 특위 위원에서 물러나는 건 별로 개의치 않는다.“

검경수사권 문제에 대해 문무일 검찰총장이 반발했고, 조국 민정수석도 이에 경청하겠다 반응했다. 패스트트랙 상정 후 잡음이 계속되고 있는데 어떻게 보나.
 
”문무일 검찰총장의 행동은 조직의 대변자로서의 역할만 한, 조직이기주의의 모습이었다. 여기에 조국 민정수석이 또 입장을 내고, ‘콩가루 정부’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정부 내에서 그런 것 하나 조율을 못 하고 자꾸 따로 입장을 내고 있지 않나. 정부가 사법개혁 의지가 있으면 최소한 내부에서 목소리를 합쳐 내놓으라 말하고 싶다.“
 
5월13일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5월13일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文정부 2년, 경제 성적 낙제점“

문재인 정부가 3년 차 접어들었다. 꾸준히 관심 가져온 재벌개혁 등 경제 정책 어떻게 평가하나.

“경제가 안 좋아지는 바람에 재벌개혁 동력이 더 떨어지는 상황이다. 초반에 지지율 높았을 때 그 분위기에서 재벌개혁을 해야 했는데, 유독 적폐청산 중 재벌개혁은 미진했다. 경제 지표가 나빠지는 상황에서 기업들에 부담 주는 개혁을 할 수 없다는, 이전 정부와 같은 논리가 보인다. 이렇게까지 재벌개혁에 힘을 못 쓸 줄이야, 이해가 안 된다. 경제에 있어선 지난 2년은 낙제였다. 남은 3년은 어떤 경제 정책보다도 공정경제, 경제민주화를 최우선으로 두고 추진해나가길 바란다.”

재벌개혁과 관련한 법안들이 국회에서 처리가 안 되고 있는 것도 문제 아닌가.

“공정거래법, 상법 등 기업들에 부담된다고 한국당이 당연히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 과거 재벌 지배구조 개선 관련 법안들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통과돼왔다. 여당이 한국당을 강하게 설득해야 하는데 ‘한국당이 안 하겠다는데 우리가 어떡하느냐’는 식으로 손을 놓고 있다. 청와대가 확실히 오더를 안 줘서 그런 것 같다. 청와대 의지가 너무 부족한 게 아닌가 싶다. 좀 더 청와대가 여당 압박하고, 여당은 야당 압박해서 빨리 처리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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