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투수 최고 영예 ‘사이영상’ 더 이상 꿈 아니다
  • 기영노 스포츠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5.18 10:00
  • 호수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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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제구력의 마법사’ 매덕스 넘어서
볼넷당 삼진 비율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

역대 프로야구 선수 출신 가운데 가장 말을 잘한다는 차명석 LG 트윈스 단장은 ‘차덕스’(차명석+그렉 매덕스)라는 별명을 가장 좋아한다. 차 단장이 현역 시절 패스트볼이 130km대에 머물렀는데도 불구하고 ‘불펜 에이스’라고 불렸던 이유는 뛰어난 제구력 때문이었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제구력이 뛰어난 그렉 매덕스와 자신의 이름 합성어 차덕스였다. 매덕스는 메이저리거로서는 패스트볼이 평균 140km대에 머물 정도로 느린 편이었지만, 삼진과 볼넷 비율이 3371개 대 999개로 3.37대 1이나 되었다. 매덕스는 빠르지 않은 구속을 제외하면 모든 게 완벽했던 투수였다.

LA 다저스 류현진 선수 ⓒ AP 연합
LA 다저스 류현진 선수 ⓒ AP 연합

“잠옷 바람으로도 삼진 잡을 수 있는 투수”

LA 다저스 류현진 선수가 메이저리그 150년 역사상 가장 뛰어난 제구력을 자랑했던 그렉 매덕스 이상의 제구력을 보이면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류현진의 평균 구속은 146km(패스트볼 기준)로 메이저리그 투수 평균 148km(일본 프로야구 144km, 한국 프로야구 141km)보다 약간 느리다.

그러나 류현진은 볼이 빠르지 않은 것만 빼놓으면 완벽한 투수다. 스피드가 빠르지 않은 것도 볼 끝의 엄청난 회전력으로 어느 정도 커버하고 있다. 류현진의 패스트볼 회전수(2054회)는 메이저리그 평균 회전수(2265회)에 비해 많이 떨어지지만, 무브먼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유효 회전수가 자이로(무브먼트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비유효) 회전수보다 많고, 패스트볼·커터·커브 등 모든 공을 던지는 릴리스 포인트가 일정하기 때문에 타자들이 잘 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류현진의 제구력은 한때 우주 최강투수로 불렸던 LA 다저스의 클레이튼 커쇼가 “류현진은 자고 일어나자마자 잠옷 바람으로도 삼진을 잡을 수 있는 투수”라고 말할 정도로 정평이 나 있다. 패스트볼뿐만 아니라 체인지업·커터(컷패스트볼)·커브 등 자신이 던지는 4가지 구질을 언제든지 자유자재로 스트라이크로 던질 수 있다.

역대 국내 프로야구 투수 가운데 가장 뛰어난 제구력을 자랑했던 구대성은 보더라인(Borderline·스트라이크와 볼을 구분하는 가상의 선)에 공 한 개를 넣었다 뺐다 할 정도로 정확한 제구력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류현진은 공 한 개가 아니라 반 개를 넣었다 뺐다 할 정도로 완벽한 제구력을 자랑한다. 류현진은 보더라인을 4분할해 던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컨디션이 좋을 때는 6분할까지 하는데 메이저리그는 대부분의 투수가 2분할, 제구력이 좋은 투수가 3분할 정도 하는 것이 보통이다. 더구나 타자·이닝·볼카운트에 따라 의표를 찌르는 볼 배합을 해서 ‘야구 아이큐 200’이라고 불리고 있다.

최근 류현진의 볼넷당 삼진 비율이 화제가 되고 있다. 연간 단위로 볼 때 2014년 필 휴즈 투수가 16볼넷에 186탈삼진을 기록해 1대 11.6의 비율이 역대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매덕스는 최고기록이 1995년(애틀랜타 브레이브스) 19승2패의 무시무시한 승률을 올렸을 때 ‘볼넷 23개 대 삼진 181개’로 1대 7.86이 최고 비율이었다. 그런데 류현진은 3대 54(5월19일 현재), 즉 1대 18의 메이저리그 최고 비율로 당당히 1위를 달리고 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진출 초기인 2013년 1대 3.14, 2014년 1대 4.79에 그쳤었다. 그런데 올 시즌 엄청난 비율을 올리고 있는 중이다. 류현진의 볼넷당 삼진 비율이 뛰어난 이유는 자로 잰 듯한 제구력과 함께 그동안 약점이었던 좌타자를 효율적으로 상대하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 데뷔하던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좌타자에게 0.288의 피안타를 얻어맞았는데, 지난해부터 올 시즌 5월19일까지 피안타율이 무려 5푼(0.232) 이상 떨어졌다. 패스트볼을 좌타자 몸쪽 높이 던지고 변화구를 낮게 던지는 게 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그렉 매덕스 선수 ⓒ REUTERS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그렉 매덕스 선수 ⓒ REUTERS

올해 FA 신분 얻어…연봉 대박 가능성 커 

류현진이 완봉승(5월10일 애틀랜타전)에 이어 8이닝 무실점(13일 워싱턴전) 호투를 하는 등 3게임 연속 8이닝 이상을 소화하면서 2연승을 올리자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메이저리그 데뷔 7년 차인 류현진은 뛰어난 시즌을 치르고 있다. 현재와 같은 기량을 유지한다면,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은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가 각각 팬들(감독 추천)의 투표로 32명 안팎을 뽑는데, 한국 선수로는 박찬호(2001), 김병현(2002) 그리고 추신수(2018)가 감독 추천으로 출전한 바 있다.

류현진은 올스타전 출전에 앞서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5월 둘째 주 ‘이주일의 선수’로 선정되었다. 이제 ‘이달의 투수’에 도전할 차례다. 이달(5월)의 투수에 선정되면 올스타전 출전은 거의 확실시되고, 사이영상까지 노릴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류현진은 5월 현재, 3경기에 출전해 2승에 방어율 0.36을 기록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그해 최고 투수에게 주는 사이영상은 1956년에 만들어져 1966년까지 11년 동안은 양대 리그를 통틀어 한 명에게만 주어졌다. 그러나 1967년부터는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 각각 한 명씩 기자들의 투표로 주어지고 있다.

사이영상을 받으려면 20승 안팎에 방어율 1~2점대 정도면 가능하다. 그러나 지난해 뉴욕 메츠의 제이콥 디그롬 투수는 불과 10승(9패)에 그쳤는데도 불구하고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받았다. 이상하게 디그롬만 마운드에 오르면 메츠 타선이 잠잠했었다. 1.70이라는 방어율이 그가 얼마나 잘 던졌는지 증명해 주고 있다. 류현진은 5월19일 현재 5승1패(방어율 1.72)를 기록하고 있다. 부상 없이 투수 로테이션을 잘 지킨다면 전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MLB.com이 5월14일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후보 여론조사를 했는데, 류현진이 신시내티 레즈 루이스 카스티요(14일 현재 4승1패, 1.76),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신인 투수 크리스 패댁(14일 현재 3승1패, 1.55)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류현진이 시즌이 끝난 직후 11월초에 결정되는 사이영상 후보에 오르기만 해도 FA(자유계약) 신분이 되기 때문에 3년 또는 4년 계약에 1억 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 메이저리거 최고연봉은 2014년부터 2020년까지 7년간 1억3000만 달러에 계약한 택사스 레인저스의 추신수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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