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누가 대통령의 귀를 잡고 있나
  • 소종섭 편집국장 (jongseop1@sisajournal.com)
  • 승인 2019.05.20 09:00
  • 호수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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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의심했습니다. 대통령이 제대로 판단하고 있는 것인가, 실상이 제대로 보고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14일 발언 말입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중소기업인들과 만나 “우리 경제가 크게 보면 성공으로 나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길게 말할 것도 없이 현실과 거리가 있는 발언입니다. 이유가 뭘까 생각해 봅니다.

참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어쩌다 하는 말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데 반복됩니다. 그것도 한 차례가 아니라 여러 차례입니다. 이쯤 되면 참모진의 단순 실수는 아닌 듯합니다. 대통령이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이번 발언은 지난해 5월의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발언, 지난해 11월의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말처럼 기회를 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는 발언에 이어 또 한 번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했습니다. 누가 대통령의 귀를 잡고 있는 것일까요.

대통령의 인식만이 아닙니다. 정무적인 판단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통계적인 수치로 봤을 때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지금 국민이 느끼는 것은 다릅니다. 여기저기서 아우성입니다. 민생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청년실업률이 최고치(11.5%)를 기록한 가운데 물가는 오르고 일자리는 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경제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당·정·청은 “경제 상황이 엄중하니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대통령도 귀를 열고 겸허하게 듣는 모양새라도 취해야 합니다. 그런데 오히려 “성공으로 나가고 있다”는 발언이 나왔습니다. 

ⓒ 연합뉴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초기 소탈한 모습을 선보이며 크게 박수 받았습니다. 소통에는 여러 형태가 있습니다. 상대와 적극적으로 만나면서 하는 소통이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별 의지가 없어 보입니다. 야당 대표는 물론 여당 대표와 만나는 모습도 보기 힘듭니다. 언론과 만나는 모습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지난 2년 동안 대통령이 가진 기자회견은 세 번에 불과합니다. 관저에서 대통령과 만찬을 했다는 사람을 보기 힘든 것은 지난 정부나 이번 정부나 비슷합니다. 

이미지를 통한 소통도 있습니다. 행사에서 나타나는 모습을 보며 국민이 느끼는 이미지입니다. 따뜻한 포옹으로 5·18 유가족을 위로하던 대통령의 모습을 보며 느끼는 공감 같은 것입니다. 탁현민 전 행정관이 능력 발휘를 했던 분야지요. 메시지를 통해 소통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상대가 처한 상황에 맞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던짐으로써 공감을 끌어내는 것입니다. 이번 경우는 이에 해당합니다. 집권 3년 차를 맞이하면서 가장 소통을 잘하리라고 기대를 모았던 대통령은 소통에 실패하고 있습니다. 특히 메시지와 경제정책 측면에서 그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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