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례행사 된 증권사 오류 투자자들은 발만 ‘동동’
  • 송준영 시사저널e. 기자 (song@sisajournal-e.com)
  • 승인 2019.05.23 13:00
  • 호수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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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 시기마다 HTS·MTS 오류 발생해 피해 속출…“재발 방지 위해선 처벌 수위 높여야”

#한 증권사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이용하는 김아무개씨(33)는 지난 5월7일 장 시작 직후 보유 주식을 매도하려 했지만 주문이 곧바로 체결되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어린이날 대체 휴일인 전날 중국 증시가 미국과의 무역분쟁 우려로 5% 넘게 급락한 것을 보고 대응하려 했지만 제때 처리가 안 된 것이다. 급한 마음에 고객센터에 연락했지만 연결되지 않았고, 오류가 회복될 때까지 이날 주가 하락을 지켜봐야만 했다. 

#오아무개씨(41)는 올해 2월28일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됐다는 소식을 듣고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켰다. 보유하고 있던 종목이 어떤 움직임을 보이는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애플리케이션 로딩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MTS에 접속했지만 시세 조회가 되지 않았다. 주가가 갑자기 급락하면 주식을 팔 생각이었지만 장이 끝날 때까지 오씨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 기관투자가, 증권사 관계자들이 금융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 기관투자가, 증권사 관계자들이 금융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일부 투자자, 제때에 거래 못해 

증권사들의 HTS·MTS 오류가 연례행사처럼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연이어 HTS·MTS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7일 미래에셋대우의 HTS인 ‘카이로스’에서 증시 시작 이후 거래가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미래에셋대우의 MTS인 ‘M-Stock’에서도 개장 이후 1시간 넘게 매수·매도 주문 체결이 지연됐다. 

이로 인해 일부 투자자들은 적시에 주식 거래를 하지 못했다. 특히 이날은 미·중 무역협상 결렬 우려가 커지면서 장 초반부터 국내 증시가 크게 내리던 상황이었다. 이에 대응하려던 투자자들로선 가장 중요한 시점에 매매 타이밍을 잃게 된 것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오류 사례가 최근 연이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1월에는 KB증권의 HTS인 ‘H-able’과 MTS인 ‘M-able’에서 ‘관심종목’이 조회되지 않는 전산장애가 발생했다. 관심종목의 현재가뿐만 아니라 관심종목의 목록도 표출되지 않았다. HTS는 곧바로 정상화됐지만 MTS는 30분가량 문제가 반복됐다. 지난 2월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순간에도 투자자들이 몰렸지만, KB증권의 MTS는 시세 조회가 되지 않는 등 오류가 나타났다. 4월에는 한화투자증권의 HTS와 MTS에서 체결통보가 지연되는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미래에셋대우의 차세대 전산시스템이 적용된 HTS와 MTS에서 접속 지연 현상이 발생했다. 같은 달 대신증권 MTS에서는 접속이 되지 않는 문제가 나타났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지난해 7월 데이터베이스 오류로 약 30분간 주식워런트증권 유동성 공급자 전산장애가 발생했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2월초 HTS와 MTS에서 주식 매수 및 매도가 다소 지연되는 문제가 나왔다. NH투자증권 역시 지난해 초 MTS 전산장애로 문제가 된 바 있다. 

매매 시스템 오류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투자자들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이번 미래에셋대우 MTS 오류 사태를 겪은 한 이용자는 “다른 증권사 매매 프로그램 문제로 옮겨 왔는데 미래에셋대우 프로그램도 연례행사처럼 오류가 반복되고 있다”며 “어디로 또 옮겨 가야 할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사람이 하는 일이라 전산 오류가 날 수도 있지만 같은 오류가 계속 반복되는 점은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HTS·MTS 오류는 투자자들에게 광범위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점에서 꼭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투자자 대부분이 HTS와 MTS를 사용해 주식거래를 하고 있는 까닭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MTS를 통한 주식거래액 비중은 전체 거래액의 46.7%에 이르고 있다. MTS의 경우 지난해 8월부터 HTS를 넘어선 이후 거래액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HTS의 거래액 비중이 46.1%로 뒤를 이었다. 나머지는 영업점 단말기(6.6%), 유선단말기(0.4%)가 차지했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증권사 HTS·MTS 오류로 투자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잊을 만하면 터지는 증권사 HTS·MTS 오류로 투자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증권사부터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업계에서는 증권사부터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증권사들이 디지털 혁신을 부르짖기에 앞서 주식거래 시스템 안정화부터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AI(인공지능)나 빅데이터 등 MTS와 HTS에 적용되는 기술적인 요구가 높아졌다고는 하나 매매 시스템 안정성은 증권사들이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책무”라며 “증권사들이 각종 디지털 혁신에 기를 쓰기 이전에 MTS와 HTS의 시스템 안정성을 높이는 것에 우선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업계의 경각심을 높이고,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문제를 일으킨 증권사에 보다 강력한 제재와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투자자들이 입는 유·무형 피해와 견줬을 때 증권사들이나 상장사들이 감당해야 할 처벌 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예컨대 2017년 1월 미래에셋대우의 MTS에서 접속 문제가 발생해 고객 피해(약 2억8000만원)가 생겼지만 과태료는 5000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주식을 사려다가 사지 못한 경우, 매도를 하려다 매도를 못한 경우 등 입증하기 쉽지 않은 무형적인 손해는 평가에 포함되지 않아 뒷말이 나오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증권 거래 시스템 오류는 다른 금융 시스템 오류와는 달리 투자자들이 직접적이고 즉각적으로 피해를 입는다는 특징이 있다. 그럼에도 그동안 금융 당국은 거래 시스템 오류 문제와 관련해선 그다지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며 “증권사들의 책임의식을 높이고 거래 시스템 안정에 투자를 더 많이 하게 하려면 금융 당국이 문제를 일으킨 증권사에 대한 처벌 수위를 보다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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