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합법 관문 ‘ILO협약’비준 추진하는 정부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5.22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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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늦었지만 진일보” vs 경영계 “부작용 예상돼”

정부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합법화의 근거가 되는 국제협약을 받아들이는 절차에 돌입했다. 노동자 입지가 강화되고 강제노동으로 지목된 대체복무가 사라질 거란 관측이 나온다. 노사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5월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4개 중 결사의 자유 87호, 결사의 자유 98호, 강제노동 29호 등 3개 협약에 대해 비준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제협약은 비준을 해야만 효력을 발휘한다. 또 비준을 위해선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이 장관은 “9월 정기국회에서 비준동의안과 함께 관련 법안이 함께 논의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했다. 

비준 대상으로 지목된 3개 협약은 경영계에서 반대하는 사안을 담고 있다. 결사의 자유 87호와 98호는 노동조합 단결권 강화가 골자다. 구체적으로 노조 설립·활동을 보장하고 누구나 노조 결성을 가능케 한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5월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과 관련해 '결사의 자유 제87호·제98호, 강제노동 제29호'에 대한 국회 비준 절차를 진행하는 한편 '강제노동 제105호'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5월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과 관련해 '결사의 자유 제87호·제98호, 강제노동 제29호'에 대한 국회 비준 절차를 진행하는 한편 '강제노동 제105호'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노조 단결권 보장…대체복무 폐지될 수도

현행 노동조합법은 공무원과 해직자를 노조 결성 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번에 협약이 비준되면 회사에서 쫓겨난 사람도 조직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지난 2013년 해직자를 받아들였단 이유로 법외노조가 된 전교조도 다시 합법적 활동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그 외에 비준 절차를 밟게 된 강제노동 29호는 타인의 압박에 의한 비자발적 노동을 모두 금지한다. 단 교도소 내 노역, 긴급상황 시 강제근로, 의무 군복무 등은 예외다. 하지만 징병제 국가라도 비군사적인 작업을 시킬 경우 강제노동 지시에 해당된다. 때문에 ILO는 한국의 공익근무와 예술·체육요원 등 대체복무를 강제노동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강제노동 29호가 비준되면 대체복무를 규정한 병역법도 개정될 가능성이 높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노동 존중 사회 실현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지난해 7월 협약 비준과 관련해 논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해가 바뀌어도 노사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권고안만 내놓은 상황이었다. 

이번에 비준을 추진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두고 노동계는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정부가 이제라도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한 것은 ILO 핵심협약 비준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며 “늦었지만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경영계는 유감을 드러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우리 국가 경쟁력에 최대 걸림돌로 평가되는 대립적·갈등적·불균형적 노사관계와 노동법제 속에서 단결권만 확대할 경우 예상되는 부작용과 사용자 측 우려가 매우 높다”고 했다. 그간 경영계는 단결권 강화와 강제노동 금지 등 노동계의 요구가 막대한 타격을 초래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면서 ‘파업시 대체근로 허용’ ‘노동권 방해행위에 대한 처벌규정 폐지’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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