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프라이 왜 안 줘?” 식당서 소란, 죄가 될까?
  • 남기엽 변호사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5.2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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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엽 변호사의 뜻밖의 유죄, 상식 밖의 무죄] 9회 - 업무방해죄에 대한 논란

“여기는 왜 왔니?” “꽃이랑 사이가 틀어져서”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는 국내에 100여종이 넘게 출간됐다. 제각기 번역이 다르므로 그만큼의 《어린왕자》가 있는 셈이다.

문학평론가 고(故) 황현산은 타계 전 《어린 왕자》를 출간하며 ‘진정한 번역의 결정판’을 선보이겠다고 했다가 이내 자신의 견해를 철회한다. 곧잘 광고되는 ‘결정판’, ‘번역의 정수’ 따위 상찬(賞讚)은 사실 상술(商術)이다. 생텍쥐페리 문체 특유의 간결하고 진솔한 힘을 고정된 텍스트에 담아낼 수 있다는 해석은 무모한 발상에서 나온다.

이건 어떨까.

“오후 2시 이후엔 계란프라이를 서비스로 드립니다.”

언니, 자녀 둘과 함께 오후 4시에 식당을 찾은 A씨는 위 문구를 보고 돈가스·제육볶음·라면 2개를 주문했는데 계란프라이는 2개만 나왔다. A씨는 식당 쪽에 항의했다. “프라이를 2개 더 달라.” 식당은 답했다. “라면까지 프라이를 주면 우린 남는 게 없다.”

돈가스는 조금 식었고 제육볶음은 밍밍했다. 안 그래도 음식에 불만이 있던 A씨는 프라이까지 안 준다니 화가 났다. 라면은 아이들이 시켰는데 좀 줄 수도 있는 거 아니냐며 다시 한 번 따지자 같이 화가 난 식당 주인은 경찰에 신고했다. 고정된 텍스트에 담긴 계란프라이에 대한 해석은 이처럼 달랐다. 그날따라 경찰은 늦게 왔고 A씨 자매는 1시간동안 기다리며 프라이도 안 주는 식당 주인의 행동을 큰 소리로 질타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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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4조(업무방해) ① 허위사실유포,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우리 형법은 업무를 방해하면 처벌한다. 업무란 사회적으로 ‘일’이라 할 만한 것으로 계속적이어야 한다. 허위사실유포·위계(속임수)·위력(힘)을 이용해야 하는데, 여기서 위력이란 폭행·협박 뿐 아니라 큰소리로 떠드는 것,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는 것 등을 포함한다.

A씨 자매는 경찰을 기다리며 1시간 동안 소리를 질렀고 경찰은 A씨 자매를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했다. 검사는 이를 받아들여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했고, A씨 자매는 이에 반발하며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법원은 우선 오해가능성을 인정했다. 고정된 텍스트만으로는 ‘라면은 (남는 게 없으므로) 계란프라이를 서비스로 주지 않는다’는 내용까지는 알 수 없다는 것. 또한 큰소리로 항의하는 것이 다른 손님과 식당에 시끄럽게 느껴질 수는 있지만, 1시간 동안 머문 것은 경찰을 기다리기 위한 것이었음을 인정했다. 따라서 A씨 자매의 행위는 업무방해의 성립 요건인 위력 행사에 해당하지 않는다. A씨 자매의 무죄는 이렇게 확정됐다.

업무방해는 특성상 행위의 동기도 중요하게 반영된다. 사안의 경우 계란프라이 제공 여부에 대한 텍스트 해석이 중요했다. 관계없는 프렌치프라이를 A씨 자매가 요구했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이런 사안도 있다. 직장인 B씨는 고깃집에 들어가 술과 계란프라이만 시켰다. 고깃집 사장이 “여기는 고깃집이다”라고 하자 B씨는 “그런 법이 어디 있느냐”며 소리를 질렀다. 고깃집에서 고기는 안 시키고 술과 계란프라이만 시키면 업무방해가 될까. 되지 않는다. B씨는 처벌받았다. 고깃집 사장에 두 차례 발길질을 한 뒤 팔꿈치로 옆구리를 가격했기 때문이다.

“계란 프라이 왜 안 줘?” 소란, 죄가 되지 않는다.

 

※ Tip

앞서 업무란 ‘일’이라 부를만하고 계속적이면 된다 했다. 그럼 불법도 보호될까. 되지 않는다. C가 성매매업소 포주의 영업을 방해하며 옆구리를 가격했다면 적어도 업무방해죄로 처벌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법은 성매매의 불법을 보호하지 않는다. 동시에 또 다른 불법을 용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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