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의 한·미 정상 간 통화내용 유출로 정치권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청와대는 이번 사안의 공익성에 대해 부인했다. 여당은 “중대한 범죄행위”라며 한국당의 책임론을 꺼내들었다. 반면 통화내용을 공개한 강효상 한국당 의원은 ‘국민의 알 권리’를 언급하며 맞섰다.
국가 정상 간 통화내용은 ‘3급 기밀’로 분류된다고 알려져 있다. 누설될 경우 국가 안전 보장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정보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5월23일 논평에서 “정상 간 통화내용 누설은 국익을 해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로 형법상 외교상 기밀누설죄로 처벌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 대변인은 “이번 행위는 한·미 동맹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향후 정상외교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우려가 매우 크다”며 “정부는 (통화내용 유출에 개입한) 외교관 및 연루자를 철저히 밝혀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앞서 청와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외교부 직원들의 휴대폰 통화기록을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공익’ 강조한 한국당…“정부가 야당 겁박”
강효상 한국당 의원은 “청와대가 통화 기록을 또 뒤졌다”며 반발했다. 그는 이날 오전 당 회의에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통화내용을) 밝힌 걸 두고, 직원의 핸드폰을 수색하는 건 대명천지에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통화내용을 공개한 본인의 행동에 대해 ‘정부 견제를 위한 의정활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무능외교를 비판한 야당 의원을 겁박했다”고 항변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같은 자리에서 강 의원을 옹호했다. 나 원내대표는 “야당 입장에선 도대체 한·미 정상 간 어떤 내용이 통화되었고, 한·미 동맹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기 위해 최대한 정보수집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갈등의 씨앗이 된 한·미 정상 간 통화는 지난 5월7일 이뤄졌다. 이틀 뒤 강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로 방한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외교부가 조사한 결과, 통화내용 유출은 주미 한국대사관 소속 참사관 K씨의 소행인 걸로 알려졌다. 그는 강 의원의 고등학교 후배이기도 하다.
외교부는 K씨가 정상 간 통화내용을 열람한 뒤 강 의원에게 카카오톡 전화로 알려줬다고 파악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정상 간 통화내용 유출은 공익제보와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K씨에 대한 인사조치는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