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은 왜 그렇게 많은 갈등을 일으킬까”
  •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5.26 09:00
  • 호수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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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의 경제 바로읽기] 한 사회의 다양성과 자율성의 총합으로 이해해야

언제부터인가 정부 발표를 비롯해 언론 보도를 통해 ‘스타트업’이라는 단어를 쉽게 접하게 됐다. 스타트업은 과거 한 시대를 풍미했던 벤처기업과 유사하다. 회사 규모로 보면 신생 중소기업 정도다.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의 차이는 무엇일까? 굳이 따지자면 스타트업은 통상적으로 스마트폰 보급에 따른 앱을 기반으로 하는 기술, 그리고 과거에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결합시켰다는 점일 것이다.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은 우버, 에어비앤비를 비롯한 다수의 스타트업들이 단시간 내에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 이상의 가치를 갖는 기업으로 급속히 성장하면서 커졌다. 1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을 가리켜 ‘유니콘’으로 부르면서 전 세계 많은 국가는 경쟁적으로 지원과 유치 경쟁을 전개하고 있다.

‘타다’ 등 실시간 차량호출 서비스가 활발해질수록 택시업계의 반발은 커지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타다’ 등 실시간 차량호출 서비스가 활발해질수록 택시업계의 반발은 커지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사회적 신뢰 수준 따라 흥망성쇠 결정돼

1990년대 후반 인터넷 보급과 더불어 등장했던 벤처기업과 달리 스타트업은 사회적으로 많은 갈등과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버와 그랩으로 대표되는 차량호출 서비스의 경우 한국을 비롯해 세계 많은 나라에서 기존 택시사업자들과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에어비앤비와 같은 서비스는 기존 주거지역의 혼잡, 각종 위생규정 위반 등을 둘러싼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보급되고 있는 전동킥보드의 경우도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이 점차 커지고 있다.

‘타다’ 서비스를 둘러싼 택시 업계의 극단적 갈등에서 볼 수 있듯,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의 국내 적용을 둘러싼 대립은 현재 격렬하게 진행 중이다.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각종 규제로 인해 제대로 된 사업을 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기존 사업자들은 생존권을 위협하는 불법적 서비스에 대해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며 강력 항의하고 있다. 이런 대립 속에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권익엔 아무도 관심이 없다고 불만을 표하고 있으며, 각종 배달 서비스로 대표되는 플랫폼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보호 없이 악화되는 노동현장에 내몰리고 있음을 호소한다. 스타트업은 왜 이렇게 많은 갈등을 일으키는 것일까?

많은 이들은 스타트업에 대해 젊은 층이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꿔놓는 기업을 추구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현재까지 드러나고 있는 스타트업의 본질은 그렇지 않다. 우버를 포함한 많은 스타트업들은 기존 규제와 질서를 따르기보다는 이를 위반하고라도 소비자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려 한다. 그리고 여론을 통해 지방자치단체나 중앙정부 등 허가권자를 압박해 제도를 변화시키거나 자신들의 사업모델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기존 법규와 제도 및 규정의 틈을 파고들거나 모호한 지대를 공략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는 스타트업의 사업모델은 사회적으로 갈등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극렬한 대립과 어느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는 데 반해,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는 스타트업이 어떻게 자리를 잡고 성장할 수 있었을까?

많은 스타트업의 사업모델은 기존 질서에 대해 반항적이다. 제도에 대해서도 순응보다는 대립에 기초한다. 이런 상황에서 각 사회가 스타트업의 위반행위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보이는지, 그리고 사회적 신뢰 수준과 자율성에 따라 스타트업의 흥망성쇠는 결정된다.

미국의 경우 스타트업이 제공하는 소비자 편익에 대해 주목하며 이런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 예가 앱으로 주차장이나 도로변에 주차돼 있는 차량에 주유를 신청하면 유조차가 이동해 주유해 주는 이동 주유다. 화재 위험으로 인해 논란이 될 수 있었지만 해당 서비스를 목격한 지역의 소방대장이 적극적으로 나서 관련 규정 개정과 정비를 요구했다. 특히 이를 위해 공무원, 사업자 및 관련 이해당사자들이 모여 충분히 논의한 후 관련 규정을 정비했다. 미국은 이런 식으로 제도에 맞서는 스타트업을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는 데 성공하고 있다.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에 문제해결 속도가 빠르고 관련 이해당사자도 정비된 제도를 따르게 된다.

이에 비해 한국의 경우 자율적으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행정기관에 모든 문제를 맡겨놓는다.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하소연하면서도 어떠한 양보와 타협도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율적 의사조정과 합의체계가 작동하지 않는 환경에서 스타트업의 성장과 발전, 그리고 유니콘을 꿈꾼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갈등 조정 회피하는 한국의 지자체들

스타트업의 성장과 발전에 큰 역할을 하는 다른 존재는 지자체다. 미국의 경우 스타트업이 새롭게 시도하는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각 지자체는 자신의 여건을 고려해 허용하거나 적절히 타협하고, 필요할 경우 더 강력한 규제를 제시한다.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전동스쿠터 스타트업 난립에 따른 소음, 안전 등의 문제가 제기되자 엄격한 기준을 제시했다. 이를 충족시키는 업체에 한해 처음 6개월에는 최대 625대, 이후에는 최대 2500대까지 늘릴 수 있도록 허용하는 1년 단위의 허가제를 실시함으로써 사업모델의 존속과 안전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도출해 냈다.

이런 제도에 순응하는 업체들은 계속 영업하지만 기준을 따르지 못하거나 거부하는 업체들은 다른 지역에서 새롭게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연방정부는 나서지 않고 각 주 또는 시, 카운티 등 지자체별로 다양한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스타트업의 다양성을 극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한국의 지자체는 갈등 조정을 기피하고 중앙정부가 일괄적인 지침을 내려주기만을 기다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양성을 부르짖지만 정작 다양성을 위한 책임과 노력을 회피하는 지자체, 그리고 이들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데 대해 부정적인 사회적 여론이 겹치면 혁신적인 스타트업은 등장할 수 없다.

스타트업 스스로도 대화와 타협, 조정을 통해 갈등과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사업을 위해 일사불란하게 제도가 정비되기를 바라는 경향이 강하다. 사회의 일원으로서 각종 규제와 여건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적합한 사업모델을 고민하기보다는 미국 등 해외 모델을 그대로 들여와 적용하려 함으로써 오히려 갈등을 유발하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스타트업은 한 사회의 다양성과 자율성의 총합이라고 볼 때 과연 ‘한국에서 스타트업은 가능한가?’라는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나서 많은 돈을 지원하고, 이해당사자들을 모아 억지로 합의하라고 요구한다고 해서 성공하는 스타트업이 등장하고, 새로운 일자리와 성장동력을 제공할 수는 없다. 결과물로서의 스타트업을 부러워하기보다는 우리의 경직되고 타율적인 모습을 바꿔 나가는 것이 진정한 스타트업 진흥 정책의 시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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