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시즌 조심해야 할 ‘3대 복병’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9.05.27 08:00
  • 호수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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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증가로 열대성 감염병 한반도 상륙 최고치…‘모기·식품·진드기’를 피하라

기온이 25도를 넘나들면서 감염병을 경계해야 할 시기가 왔다. 과거 전염병이라고 불렀던 감염병은 위생시설과 백신의 보급으로 1990년대까지 꾸준히 감소했다. 정부는 홍역 등 일부 질환에 대한 퇴치 선언도 했다. 그런데 감염병이 2000년대부터 증가세다. 급기야 위생 개념이 희박했던 1960년대보다 감염병 환자가 더 많아졌다. 질병관리본부가 매년 발간하는 ‘질병관리백서 2017’에 따르면, 1990년대 최저점을 찍은 감염병 발생은 점차 증가해 2017년 최고점을 찍었다. 1990년대 10만 명당 14.6명에서 2017년 295.5명으로 감염병 환자가 급증했다. 

과거보다 위생과 영양 상태가 좋아졌는데도 감염병이 증가한 배경에는 기후변화, 국제교류, 해외여행 등이 있다. 한마디로 해외 열대 지역의 감염병이 한반도에 상륙한 것이다. 해외 유입 감염병 환자는 2010년 이후 매년 400명 내외였다가 2016년 541명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2017년엔 그 수가 다소 감소한 529명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외국에서 유입된 감염병이 한반도에 정착하면서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2015년 1명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국내로 들어와 185명을 감염시킨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본부는 질병관리백서에서 감염병을 만성질환보다 중요하게 지적했고, 올해 일찌감치 해외여행 시 각종 감염병 예방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해외여행을 계획했다면 특히 모기, 호흡기, 물·식품, 진드기로 전파되는 감염병을 조심해야 한다. 또 여행 전에 병원의 여행자클리닉을 찾는 게 이롭다. 국가별 감염병에 대한 주의사항과 응급조치 등에 대해 상담할 수 있고, 예방약도 처방받을 수 있다. 염준섭 세브란스병원 여행자클리닉 교수(감염내과)는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의 개발도상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은 의사와 상담 후 지역에 따라 A형 간염, 장티푸스, 콜레라, 홍역·볼거리·풍진, 수두, 황열 등의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며 “예방접종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보통 2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여행 전 최소 1개월 정도의 여유를 가지고 병원의 여행자클리닉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출발까지 충분한 시간이 남지 않았더라도 우선 병원을 찾아 백신을 접종하고 필요한 정보를 얻고 떠나야 여행 중 여러 위험 요소를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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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10대 건강 위험 요인’ 뎅기열

최근 세계적으로 경계하는 감염병은 뎅기열이다. 이 감염병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선정한 ‘2019년 세계 10대 건강 위험’에 포함됐다. 열대·아열대의 대표적 풍토병인 뎅기열은 해외여행 증가로 국내 유입이 늘어나 2000년 법정 감염병으로도 지정됐다. 2001년부터 국내 처음으로 뎅기열 환자가 나타나기 시작해 매년 100명 내외의 환자가 발생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5년 255명, 2016년 313명, 2017년 171명, 2018년 159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올해에도 4월까지 61명의 뎅기열이 신고됐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들 모두 해외에서 감염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뎅기열을 옮기는 흰줄숲모기는 아시아, 남태평양 지역,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의 열대지방과 아열대에 분포한다. 한국인이 많이 찾는 아시아 국가 중에 필리핀·말레이시아·베트남·싱가포르·태국·싱가포르·라오스·인도 등이 주요 뎅기열 발생 지역이다. 올 4월 기준 필리핀(5만5000여 명)을 비롯해 베트남(4만8000여 명), 말레이시아(3만8000여 명), 태국(1만4000여 명) 등지에서 뎅기열 환자가 발생했다. 

뎅기열은 3~14일의 잠복기를 거친 후 고열, 두통, 오한, 근육통 등 증상을 보이는 질환으로 사망률은 5%(치료하면 1%, 치료가 늦으면 20%)다. 뎅기열 발생은 주로 6월부터 급증해 8월 정점에 이르는 형태를 보인다. 

● 여행 후 40일까지 관찰 필요한 말라리아 

인기 있는 여행지인 동남아시아를 포함해 사하라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중남미 등 더운 지방으로 여행을 떠날 때 주의해야 할 대표적 질환이 말라리아다. 얼룩날개모기로 전파되는 말라리아는 한국을 비롯해 91개국에서 발생한다. 2017년에만 2억1900만 명이 감염돼 43만5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  

한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말라리아 발생률 1위 국가다. 인천과 경기·강원 북부 등 휴전선 접경지역이 말라리아 위험지역이다. 연간 400~500명의 환자가 발생하며 지난해에도 501명이 말라리아에 걸렸다. 이 가운데 66%가 경기 북부에서, 16%가 인천에서, 8%가 강원 북부에서 확인됐다. 말라리아 환자 가운데 외국에서 감염된 사람은 75명(사망 4명)이며 52%는 아프리카에서, 39%는 아시아에서 감염됐다. 

말라리아 발생국을 여행하기 전에 반드시 의사와 상담 후 지역에 따른 적절한 예방약을 복용해야 한다. 백신은 없지만, 일부 약이 예방약이자 치료제로 쓰인다. 귀국 후에도 말라리아 예방약 복용 기간(길게는 귀국 후 4일)을 준수하고, 최소 한 달 동안 모기에 물리지 않아야 한다.  

말라리아에 걸리면 잠복기(9~40일)를 거쳐 몸살, 권태감, 발열 등 증상이 나타나고 심하면 호흡곤란, 섬망, 혼수, 발작 등이 발생한다. 이런 증상으로 병원에 가면 의사에게 반드시 여행 이력을 알려야 한다. 외국의 말라리아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삼일열 말라리아’와는 성격이 달라 치료 시기를 놓치면 뇌 손상과 같은 후유증이 남거나 사망할 수 있다. 염준섭 교수는 “상당수의 감염병은 귀국 후 약 3개월 이내에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말라리아와 같은 일부 감염병은 6~12개월 이후에 발병하기도 한다. 이를 고려해 귀국한 후 수일 혹은 수개월 안에 고열, 설사, 구토 등 증상이 나타나면 최근 방문한 국가를 알리며 진료받는 것이 정확한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1회 백신 접종으로 평생 예방하는 황열

황열이 주로 발생하는 지역은 아프리카와 중남미와 같은 열대·아열대 지역이다. 황열 바이러스에 감염된 흰줄숲모기에 물리면 감염된다. 3~6일 잠복기엔 특별한 증상이 없다가 발열, 두통, 구토, 메스꺼움 등 증상이 나타난다. 심해지면 고열, 황달, 복통, 구토가 생기고 일부는 14일 이내에 사망한다. 무서운 감염병이지만, 황열은 백신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1회 접종으로 평생 황열 걱정을 덜 수 있다. 항체 형성 기간이 필요하므로 해외여행 10일 전에 접종하는 게 바람직하다. 일부 황열 유행 국가는 입국 심사에서 국제공인 예방접종기관(국립중앙의료원, 부산대병원 등)이 발급한 황열 예방접종 증명서를 요구하기도 한다. 국내 국제공인 예방접종기관 정보는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나 콜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질병관리본부 ‘일본뇌염 주의보’ 발령  

질병관리본부는 4월6일 제주에서 일본뇌염을 옮기는 작은빨간집모기를 발견하고 일본뇌염 주의보를 발령했다. 일본뇌염 주의보는 매년 일본뇌염 모기를 처음 발견한 때 발령된다. 작은빨간집모기는 논, 축사, 웅덩이 등에 서식하는 암갈색에 뚜렷한 무늬가 없는 작은 모기로, 주로 야간에 흡혈 활동을 한다. 2015년 40명, 2016년 28명, 2017년 9명, 2018년 17명의 일본뇌염 환자가 발생했다. 지난해 일본뇌염 환자 17명 가운데 1명은 중국에서 감염된 사례다. 

일본뇌염 모기에 물리면 5~15일의 잠복기를 거쳐 99% 이상은 증상이 없거나 열이 나는 정도의 가벼운 증상을 보인다. 그러나 일부는 급성 뇌염으로 진행하며 뇌염 환자의 20~30%는 사망한다. 최근 10년간 일본뇌염 감시 결과, 환자의 약 90%가 40세 이상에 집중된 특징을 보였다. 해당 연령층은 예방접종을 하고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쓸 필요가 있다. 호흡장애 등 증상 완화를 위한 일반적인 치료 외에 일본뇌염에 뚜렷한 치료법은 없다. 

● 한국 여행객 많은 유럽·동남아 ‘홍역’ 주의
유럽을 여행할 예정이라면 홍역에 신경 써야 한다. 2016년 루마니아에서 발생한 홍역이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전역으로 퍼졌다. 미국, 베네수엘라, 브라질 등 아메리카 대륙과 베트남, 필리핀, 일본, 중국, 태국 등 동남아시아도 홍역이 유행이다. 연간 10건 내외이던 국내 홍역 환자는 올해엔 4월까지 147명으로 급증했다. 20~30대 젊은 층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홍역을 확진받은 사람이 방문했던 나라는 베트남(20건), 필리핀(13건), 태국(2건), 우크라이나(2건), 유럽, 대만, 마다가스카르, 캄보디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싱가포르(각 1건)로 나타났다. 홍역은 전염성이 매우 높은 질병이다. 환자의 기침으로 나온 바이러스가 다른 사람에게 옮겨간다. 환자를 접촉하거나 환자가 사용한 물건을 만져도 감염된다. 증상은 발열, 기침, 콧물, 결막염을 시작으로 입안에 붉은 반점(코플릭 반점)을 보이는 특징이 있다. 한번 걸린 후 회복되면 평생 면역을 얻는다.

● 물·식품으로 전파되는 콜레라·장티푸스·세균성 이질  

국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조심해야 할 병이 수인성·식품매개 감염병이다. 기온이 상승하면서 병원성 미생물 증식이 활발해져 상한 물과 식품을 나눠 먹고 집단으로 발병하기도 한다. 최근 3년간(2016~18년) 수인성·식품매개 감염병 집단 발생 현황에 따르면, 주로 5~9월에 집단 발생했다. 집단 발생이란 시간·장소 등으로 연관성이 있는 2명 이상에서 설사·구토 등 증상이 있는 경우다. 

대표적인 수인성·식품매개 감염병은 콜레라, 장티푸스, 세균성 이질이다. 콜레라 환자의 분변으로 오염된 물을 마시거나 어패류 등을 통해 전파된다. 6시간에서 5일까지 잠복기를 거친 후 복통 없이 갑작스러운 설사가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탈수가 빠르게 진행하므로 제때 치료받지 못하면 환자의 50~60%가 사망한다. 콜레라 사망률은 어린이와 노인의 경우 90%에 이른다. 수액이나 항생제 등으로 치료받으면 사망률은 1%로 떨어진다. 

국내 콜레라 환자는 2003년 이후 대부분 해외 유입 환자다. 2017년 5명, 지난해에도 7월까지 2명의 환자가 발생했는데, 모두 외국에서 감염된 사례다. 아프리카와 인도·필리핀·중국 등 아시아가 콜레라 발생 지역이다. 콜레라 발병 위험 국가를 방문하기 전에 질병관리본부 콜센터에 문의한 후 투약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 

2017년 외국 유입 감염병의 9%를 차지한 장티푸스는 환자나 보균자의 대변과 소변에서 나온 균에 오염된 물과 음식으로 전파된다. 장티푸스에 걸리면 1~3주 잠복기를 거친 뒤 보통 40도 이상 고열이 3~4주 지속되지만 열이 없는 경우도 있다. 수일간 장염 증세로 설사를 할 수도 있으며, 10~38%의 환자에게서는 변비가 생긴다. 복통은 20~40%의 환자에게서 발생한다. 장티푸스를 치료하지 않으면 장 출혈, 장 천공, 간염, 뇌수막염 등으로 이어진다. 즉시 항생제로 치료하면 사망률이 1% 이하지만, 치료하지 않으면 10~20%로 높아진다. 

장티푸스를 예방하기 위해 환자는 물론 보균자를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균자는 균에 감염됐지만 증상이 생기지 않은 사람을 말한다. 장티푸스 보균자의 대소변에서는 1년 넘게 살모넬라균이 검출된다. 백신도 예방에 도움이 된다. 

매년 세계적으로 1억 명 이상의 세균성 이질 환자가 발생하는데, 이 가운데 70%가 어린이다. 국내에서는 항생제 도입과 환경위생 개선으로 1970년대 초반엔 퇴치 수준까지 관리됐다. 그러나 2000년에 2462명의 환자가 발생한 후 해마다 100명 이내의 환자가 발생한다. 최근에는 필리핀, 베트남 등에서 이질에 걸린 내국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세균성 이질은 3~4일 정도 잠복기를 거친 뒤 급성 대장염 증상을 보인다. 발열, 복통, 설사, 구토가 흔한 증상이다. 

● 진드기가 옮기는 SFTS·쯔쯔가무시증·라임병

야외활동이 늘어나는 시기이므로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도 조심해야 할 때다. SFTS는 2011년 중국에서 처음 발생이 보고된 신종 감염병이다. 2012년부터 국내에서도 발생한다. 올해 5월 충남에서 55세 여성이 SFTS를 확진받았다. 이 병은 참진드기에 물려 감염된다. 올해 충남, 강원, 제주에 참진드기 밀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참진드기는 4~11월 활동하는데, 특히 4~6월이 흡혈 기간이다. 참진드기에 물리면 고열과 소화기 증상(오심, 구토, 설사)을 보인다. 

최근 5년간 치사율은 약 20%로 높은 편이다. 2013~18년 866명의 환자가 발생해 174명이 사망했다. 효과가 확인된 치료제가 없어 증상을 경감시키는 대증요법으로 치료한다. 

쯔쯔가무시증과 라임병도 진드기가 옮기는 감염병이다. 야외활동을 하다 진드기에 물리면 2주일 이내에 고열(38~40도), 오심, 구토, 설사 등 소화기 증상이 나타난다. 백신과 치료제가 없으므로 예방이 최선이다. 진드기는 텃밭, 농경지, 공원, 잡목지, 활엽수림 등 거의 모든 환경에 분포한다. 야외활동 시 긴소매 옷, 양말, 모자 등으로 피부 노출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풀밭에 앉지 말고 진드기 기피제를 사용하고 귀가 후엔 몸을 깨끗이 씻고 옷은 세탁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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