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외무상 발언…단순 외교 결례인가, 의도적 도발인가
  • 김재태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5.24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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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외무상, ‘강제징용 판결’에 또 “문 대통령 책임” 언급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을 또다시 언급했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5월24일 보도했다.

이 통신은 일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고노 외무상이 전날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문 대통령에게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NHK 등 또 다른 일본 언론들도 고노 외무상이 이 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책임을 갖고 대응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NHK는 고노 외무상의 발언에 대해 강경화 장관이 “양국 관계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도록 현명하게 해결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면서 “다만 (일본이 요구하는) 중재위원회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5월23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풀만호텔에서 만나 한일 외교장관 회담 시작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5월23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풀만호텔에서 만나 한일 외교장관 회담 시작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고노 외무상은 이낙연 국무총리가 ‘강제징용 소송에 대한 정부의 대응에 한계가 있다’며 삼권분립 원칙을 지적한 점을 언급하며 “총리의 위에 있는 문 대통령이 대응책을 생각하지 않으면 해결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노 외무상의 이 같은 발언은 장관급 인사가 격에 맞지 않게 국가원수인 문 대통령의 책임을 언급한 것으로 명백한 외교적 결례에 해당한다. 고노 외무상은 5월21일 일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책임감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교토통신에 따르면, 강경화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피해자의 고통과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고, 이에 대해 고노 외무상은 “개인의 감정을 우선할 것이 아니라 국제법 위반의 상황이 시정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통신은 또 강 장관이 회담에서 고노 외무상이 요구한 강제징용 관련 중재위원회 개최 문제에 대해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번 회담이 끝난 후 고노 외무상은 기자들과 만나 다음 달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문 대통령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전제한 후 “그때 문제가 해결돼 있는 것이 한·일 관계에 바람직하다”며 한국 측이 6월 말까지 대응책을 제시할 것을 압박했다.

이에 대해 교도통신은 한국이 한·일 정상회담을 희망하고 있는 것을 염두에 두고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진전이 회담 실현의 전제조건이라는 인식을 한국 측에 밝힌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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