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질병’ 인정하고 고민 빠진 정부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5.27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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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기구 결정에 동의했지만 부처간 갈등, 업계 반발에 부딪혀

국제기구가 게임중독 현상을 암, 결핵, 정신지체 등과 같은 ‘질병’으로 분류했다. 앞으로 한국도 이러한 분류를 따를 것인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예상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5월2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총회에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 11차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한국을 포함한 194개 회원국 대표들은 모두 통과에 찬성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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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D는 신체 이상이나 사망 원인을 코드로 분류한 국제 규정이다. 11차 개정안은 지난 1990년 10차 표준안이 나온 이후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새로운 현상들이 부각된 점을 고려해 만들어졌다. 게임중독(gaming disorder)에 질병코드를 매기는 작업은 2017년부터 추진됐고, 이번에 정신적·행동적 장애(Mental and behavioural disorders) 영역의 하위 항목으로 들어가게 됐다. 

ICD는 회원국의 질병 관련 정책 수립이나 예산 집행의 근거가 된다. 다만 ICD 도입 여부는 각국이 결정한다. 한국이 도입을 결정하면 2026년부터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게임중독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게임중독 질병 지정에 관해 6월 중 민관협의체를 꾸려 논의할 계획이다. 정부는 WHO 총회에서 “ICD 개정 노력이 과도한 게임사용의 부작용을 예방, 치료하는 정책 근거 마련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게임질병코드 도입 막기위해 최선 다할 것"

하지만 업계는 정부의 바람과 달리 우려를 나타냈다. 게임 관련 88개 단체로 구성된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준비위원회(공대위)’는 5월25일 성명서를 내고 “게임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을 최대한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문화적 권리인 게임을 향유하는 과정에서 죄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됐다”고 비판했다. 

산업 위축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거론된다. 지난해 12월 이덕주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분류될 경우 향후 3년간 국내 게임시장 손실이 최대 11조 3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와 관련, 정부 내에서도 게임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중독의 질병 분류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게임중독의 범위나 정도에 대한 논란도 있다. 미국 스테슨 대학교 연구팀은 “게임 관련 장애의 증상은 일정하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게임에 중독됐다고 판단된 사람이 수개월 뒤엔 다른 그렇지 않다고 진단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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