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성추행’ 형의 주장과 법원 판단이 다른 4가지 이유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5.2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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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항소심 “편집본 아닌 원본 보고 유죄 판단…의심의 여지 없었다”

최근 인터넷을 달군 지하철 성추행 사건을 두고 ‘제2의 곰탕집 사건’이란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실형을 선고받은 남성 측은 사건 영상을 공개하며 결백을 강조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사건은 지난해 5월 수도권 1호선을 달리던 만원 지하철에서 발생했다. 한의사 김아무개(47)씨는 20대 여성에게 붙어 약 8분 간 신체를 접촉한 혐의로 그해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법은 김씨에게 징역 6월과 취업제한 3년을 선고했다. 항소는 기각됐다.

이후 올 5월24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성추행범으로 구속되있는 동생의 억울함을 알립니다’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김씨의 형으로 추정되는 네티즌 A씨가 동생의 무죄를 주장한 것. 그 근거로 A씨는 경찰이 찍은 채증영상 6개를 토대로 만든 편집본 네 편을 공개했다. 

'지하철 성추행' 피고인의 형으로 추정되는 네티즌 A씨가 5월24일 동생의 무죄 근거라며 올린 편집 영상. ⓒ 유튜브 캡처
'지하철 성추행' 피고인의 형으로 추정되는 네티즌 A씨가 5월24일 동생의 무죄 근거라며 올린 편집 영상 ⓒ 유튜브 캡처


형이 올린 편집영상…“몸이 닿을 수밖에 없었다”

A씨는 물리법칙까지 인용하며 “동생의 몸 일부가 여성에게 닿을 수밖에 없었다”는 반론을 폈다. 편집본들은 총 조회수 67만 건을 넘기며 공분을 일으켰다. A씨 글은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도 올라와 5월28일 현재 6만5000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남부지법 공보판사는 5월27일 시사저널에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증거를 보고 피고인(김씨)의 성추행에 대해 의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법원의 설명을 근거로 형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볼 수 있는 근거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는 유죄 정황이 담겨있다는 원본 영상의 존재다. 공보판사는 “지금 유튜브에 돌아다니는 영상(A씨의 편집본) 때문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1심과 항소심 판사들은 편집본이 아닌 원본을 보고 유죄로 판단했다”고 했다. 

둘째는 1심 때 김씨가 공소사실을 인정했다는 점이다. 공보판사는 “통상 재판에서 판사는 피고인에게 공소사실 인정 여부를 묻는다”며 “공소 사실을 인정하는 경우 재판에서 스스로 죄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A씨는 경찰 조서를 인용하며 “유도심문을 통해 동생이 자백하게 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공보판사는 “수사기관에서 유도심문에 걸려들었든 아니든 피고인이 무죄를 확신한다면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어야 할 것”라고 지적했다. 


법원, 원본 영상과 진술 근거로 반박

셋째는 김씨의 항소 이유다. 항소심 판결문엔 그에 대해 “원심에서 자백한 것은 변호인과의 상담 결과 한의사로서 취업제한의 불이익을 면하기 위한 제안에 따른 것일 뿐”이라고 나와 있다. 공보판사는 “성추행이 유죄로 인정돼야 취업제한의 불이익이 있는 것인데, 왜 (불이익을 면하기 위해) 자백을 하나”라고 지적했다. 

넷째는 피고인이 법원에서 피해 여성을 증인으로 요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재판에 대응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공보판사는 “1심과 항소심에 피해자가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며 “피고인이 무죄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려면 피해자를 불러 유·무죄를 따지는 등 적극적으로 방어권을 행사했어야 한다”고 했다.

그 밖의 판결 이유를 보면, 피고인이 과거 동종범죄로 집행유예를 받은 점도 양형에서 고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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