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불똥에 속타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9.05.29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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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개발 계획 발표 이후 지역구 일산 지역 민심 들끓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5월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정부청사에서 수도권 30만호 주택공급 방안에 따른 제3차 신규택지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시사저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5월7일 서울 종로구 서울정부청사에서 수도권 30만호 주택공급 방안에 따른 제3차 신규택지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시사저널

요즘 여권에서 가장 좌불안석인 사람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일 것이다. 발단은 정부가 3기 신도시 후보지로 경기도 고양시 창릉동과 부천시 대장동 일대를 지정하면서다.  이번에 발표된 3기 신도시 후보지가 주목받는 이유는 서울과의 접근성 때문이다.

고양시 창릉동은 서울 은평구 수색동 바로 옆에, 부천시 대장동은 강서구 공항동 인근에 있다. 서울 인근의 그린벨트에 택지지구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보니, 1기와 2기 신도시 주민들 입장에선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이번에 발표된 3기 신도시 후보지는 대규모 광역교통망까지 갖추고 있다. 창릉동에 들어서는 신도시에만 3개의 전철역이 들어선다. 입주후 광역교통망이 갖춰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던 1기 신도시나, 아직 완비 되지 못한 2기 신도시 주민들로선 이번 국토부 발표에 상당히 분노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번 3기 신도시 개발의 직격탄을 맞은 곳은 김현미 장관의 지역구인 경기도 일산 신도시다. 일산동구, 일산서구보다 덜 개발돼 있는 덕양구는 상대적으로 반사이익을 얻었다. 비난의 화살이 정책을 책임진 김 장관에게 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국토부의 신도시 개발 계획이 발표된 이후 일산 신도시 주민들은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매주 주말 지역 내 대형 공원에 모여, 김 장관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후곡마을에 사는 40대 주부 김미정씨는 “지역을 발전시켜달라고 뽑은 국회의원이 장관이 돼 되레 지역 죽이기에 나서는 게 말이 되느냐”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정부 발표에 대한 격양된 목소리는 운정신도시가 위치한 파주에서도 나온다. 김포 한강신도시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결과적으로 김 장관에게 있어 국토교통부 장관이라는 자리는 ‘독이든 성배’나 다름 없게 됐다. 장관 취임 당시만 해도 지역 민원을 일거에 해결해줄 거라 기대했지만, 이번 신도시 개발 계획 발표로 상당히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반발이 터져 나오자 김 장관은 5월2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노선 2023년 말까지 개통 △인천지하철 2호선, 일산까지 연장 △2021년 7월 개통 예정인 대곡~소사 복선전철, 일산·파주까지 연장 운행 △서울지하철 3호선 파주까지 연장 운행 등의 계획을 발표하면서 지역정서를 달랬지만 현재로선 이 역시 역부족이다.

지역 내 대표적인 온라인 커뮤니티인 ‘일산아지매’에는 “일산 신도시 사람들이 얼마나 인천으로 갈 거라고 생각하고 이런 대책을 내놓느냐”며 시큰둥해 하는 의견이 많다. 조대원 자유한국당 고양병 당협위원장은 "김 장관이 내놓은 대책 모두 과거 지역구 의원들이 발표한 것을 재탕, 삼탕한 것밖에 없다"면서 "계획 수립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과 최소한이라도 상의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반발은 한결 덜 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산 주민들 "지역 의원이 집값을 떨어트리다니"

부동산 시장 침체의 원인을 정부 정책, 더 자세히 말하면 김 장관 책임으로 돌리려는 목소리도 들린다. 답답한 것은 김 장관이다. 국회 김현미의원실 관계자는 “이미 수립돼 있는 것을 발표한 것밖에 없는데 모든 책임을 지역구 의원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답답해했다.

김 장관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도 마찬가지다. 3선인 김 장관은 일산서구에서 2012년부터 내리 두 번 당선됐다.  

5월7일 오후 진희선 서울시 행정2부시장,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서울 종로구 서울정부청사에서 수도권 30만호 주택공급 방안에 따른 제3차 신규택지 추진계획 발표를 마친 뒤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5월7일 진희선 서울시 행정2부시장,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서울 종로구 서울정부청사에서 수도권 30만호 주택공급 방안에 따른 제3차 신규택지 추진계획 발표를 마친 뒤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김 장관은 당초 3월 개각과 동시에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과 함께 자연스럽게 당에 복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국토부 장관 후임자인 최정호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검증에 실패하면서 임기가 늘어났고, 결국 5월 신도시 발표라는 책임까지 떠안게 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산 신도시는 30~40대 거주비율이 높은데 이념보다 실리를 더 중시하는 이들이 3기 신도시 발표 이후 집값이 떨어진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면서 안타까워했다. 이러다보니 민주당 주변에서는 차기 총선에서 김 장관이 불출마를 선언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지금 자리보다 한단계 올라간 임명직으로 갈아탈 거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물론 김 장관측은 이러한 해석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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