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의 반등’이 못내 불안한 양상문 감독
  •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5.31 17:00
  • 호수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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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부진 끝없이 이어져…투·포수 불안, 신진급 성장도 미진

한국 프로야구에는 오래된 설(說)이 하나 있다. 엘·롯·기가 잘해야 프로야구 전체 흥행이 살아난다는 얘기다. 여기서’ 엘’은 LG 트윈스, ‘롯’은 롯데 자이언츠, ‘기’는 KIA 타이거즈를 의미한다. 유난히 ‘사생팬’들이 많은 이 팀들은 전국구 인기를 과시하며 어디에서 경기를 치러도 많은 팬들이 구장을 찾고 중계방송 TV 시청률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올 시즌 이 3팀 중 KIA와 롯데가 부진한 성적으로 팬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그래도 LG는 5월28일 현재 28승15패로 4위 키움 히어로즈에 1.5경기 뒤진 5위로 선전하고 있다. 반면 KIA는 최하위까지 추락했다가 최근 7연승에 힘입어 탈꼴찌에 성공했다. 문제는 현재 가장 심각한 부진에 빠져 있는 롯데다. 야구의 도시라 구도(求都)로 불리는 부산을 프랜차이즈로 하는 롯데의 올 시즌 부진이 이토록 길게 이어질 줄은 당초 전문가들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다. 

시즌 초 4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리며 페이스가 괜찮았던 롯데는 4월말까지는 그래도 6, 7위를 오가며 플레이오프 하한선인 5위권 경쟁의 일원이었다. 하지만 5월 중순 이후 급격히 추락해 최하위로 떨어지며 9위 KIA와도 2.5 경기 차로 벌어져 있고 1위 SK 와이번스와는 무려 16.5 경기 차로 크게 뒤처져 있다(5월28일 현재). 올 시즌을 앞두고 양상문 감독을 새로 맞이하며 기대치를 높이던 롯데의 추락 원인부터 살펴보자.

5월23일 광주 북구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9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롯데가 1대3으로 패한 뒤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뉴시스
5월23일 광주 북구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9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롯데가 1대3으로 패한 뒤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뉴시스

① 기대 이하 선발진

지난 2년간 꾸준한 성적을 유지한 외국인 투수 레일리와 빠른 공은 아니지만 안정적으로 판단됐던 톰슨, 지난해부터 성장세가 뚜렷한 김원중, 그리고 빠른 볼의 장시환 등으로 구성되어 리그 최상위는 아니더라도 나름 경쟁력이 있는 구성이라 판단됐다. 하지만 현재 이들 중 평균 자책점 순위에서 20위 안에 들어 있는 선수는 레일리 혼자이고, 그나마도 1승6패에 4.45의 성적이어서 에이스와는 거리가 있다. 새로운 외국인 투수 톰슨도 2승3패 4.74라는 기대 이하의 성적이다. 토종 에이스 역할을 기대했던 김원중의 출발은 좋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기복이 심한 고질병이 다시 도지고 있다. 결국 롯데의 선발진 평균 자책점은 5.75로 10개 구단 중 최하위에 그치고 있다. 

② 흔들리는 뒷문 단속

통산 266세이브로 오승환에 이어 이 부문 2위에 올라 있는 베테랑 손승락이 흔들리며 마운드 불안의 연쇄 반응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손승락은 연속으로 세이브 실패를 하며 일단 중간 계투 요원으로 강등됐다. 5.57의 평균 자책점으론 마무리의 중책을 맡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무리 앞에서 리드를 지켜주는 좌우 셋업맨 역할의 구승민과 고효준은 연투에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두 선수 모두 27경기에 등판하며 출장 경기 수 공동 4위에 올라 있다. 초반에 기세가 좋았지만 연투에 무너지며 구승민은 5.13, 고효준은 6.75로 평균 자책점이 치솟아 오르고 있다. 롯데 불펜은 유일한 6점대(6.43) 평균 자책점으로 역시 꼴찌다.

③ 디테일에 약하다

경기의 흐름이나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세부적인 부분에서 약점을 지속적으로 노출하고 있다. 불안한 마운드는 무려 49개 폭투를 범하며 두 번째로 폭투가 많은 한화 이글스보다 무려 19개나 많다. 실책도 46개로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와 함께 가장 많다. 견제사도 5개로 두 번째로 많은 팀이다. 심지어 도루 시도조차 37번으로 가장 적어 기동력 활용도 안 되고 있다. 기회를 무산시키는 주루사 역시 20번으로 KIA와 함께 가장 많다.

④ 그립다 강민호

붙박이 주전 포수 강민호가 FA 계약으로 삼성으로 떠난 작년부터 롯데의 ‘안방마님’ 고민은 깊어가고 있다. 나종덕·김준태·안중열 등 롯데 포수들 그 누구도 2할을 치지 못하고 홈런도 전혀 없다. 전 구단 포수 타율 중 이들 3명의 합작 성적은 유일하게 1할대 타율이다. 도루 저지는 그나마 강견의 나종덕이 44%의 저지율을 보이지만 안중열은 11%, 김준태는 10% 저지에 그치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롯데 시절 투수 리드 등에서 박한 평가를 받았지만 강민호의 30% 전후 도루 저지율과 20개 이상의 홈런 파워는 이제 그리움의 대상이 되었다. 야수 중 가장 대체가 어려운 포지션이 포수라는 점을 봤을 때 아직 경험이 일천한 젊은 포수들의 준비가 미비한 상황에서 뚜렷한 대안 없이 떠나보낸 강민호의 공백은 단순히 기록적인 부분을 떠나 그렇지 않아도 흔들리는 마운드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공격력은 마운드보다 낫지만 만족할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팀 타율을 비롯한 홈런 등의 수치가 리그 중하위권으로 떨어져 있다. 이대호·전준우·손아섭 등 중심타선 3인방이 고군분투를 하고, 톱타자 민병헌이 부상에서 복귀해 그나마 기대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받쳐줄 젊은 기대주가 보이지 않는다. 양상문 감독의 지지를 받으며 기회를 부여받은 3루수 한동희는 지극히 평범한 타격 성적에 7개의 실책을 범하며 성장통 수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고 그 외 젊은 야수 유망주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2004년에 이어 두 번째 롯데 사령탑을 맡았고 LG 트윈스 감독과 단장을 역임했던 양상문 감독의 마음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전지훈련 당시만 하더라도 양 감독은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있었지만 시즌이 흘러가며 탈꼴찌가 당면 과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휘봉을 잡은 첫해라 당장 사퇴 압력은 피해 갈지 모르지만, 얼마전 KIA의 김기태 전 감독이 자진 사퇴로 물러난 후 공교롭게 팀이 8승2패의 급상승세를 타며 전열을 정비하니 이를 바라보는 마음이 편할 수는 없다. 게다가 김기태 전 감독은 부임 첫해 우승을 안겼고 작년에도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음에도 불구하고 초반 성적 부진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물러섰기에 더욱 그런 마음이 들 수 있다.

양상문 감독은 LG 감독 시절 팬들의 강력한 비난에도 사명감을 가지고 젊은 선수들 위주의 리빌딩을 밀어붙였고 이천웅·유강남 등 현재 LG 주축으로 성장한 선수들을 만들어냈다. 문제는 현재 롯데에선 그런 선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당장은 기존 베테랑 선수들의 분발이 필요하다. 특히 마운드의 부진 탈출이 필수다. 외국인 투수들의 심기일전과 손승락·윤길현·박시영 등이 자신의 궤도를 찾아야 한다. 영건 서준원과 윤성빈의 성장 징후도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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