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민 “사람 냄새 나는 유준상 선배 자취 따라가겠다”
  • 하은정 우먼센스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6.01 15:00
  • 호수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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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프리즈너》에서 ‘다크 히어로’로 연기력 입증한 배우 남궁민

남궁민이 최근 종영한 KBS 수목드라마 《닥터 프리즈너》를 통해 다시 한번 연기력을 입증했다. 이뿐만 아니라 첫 회부터 지상파 수목극 시청률 1위로 출발했으며, 종영까지 왕좌를 지켜내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닥터 프리즈너》는 대형병원에서 축출된 외과 에이스 의사 나이제가 교도소 의료과장이 된 후 펼치는 신개념 ‘감옥X메디컬 서스펜스’ 드라마다. 남궁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뛰어난 수술 실력과 올곧은 신념을 지닌 응급의학과 에이스 닥터 나이제 역을 맡아 극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배우로서 다시 집중조명을 받고 있는 남궁민을 만났다.

ⓒ 935엔터테인먼트·지담 제공
ⓒ 935엔터테인먼트·지담 제공

이 정도면 인생 캐릭터 아닌가.

“아직 부족하죠(웃음). 아니라고 단정 짓는 게 아니라 앞으로 인생 연기를 펼칠 게 남아 있을 것 같아서 인생 캐릭터라고 하기에는 조금 아쉽습니다. 물론 《닥터 프리즈너》를 끝낸 뒤엔 스스로 ‘잘했어. 수고했어’라고 칭찬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잘 마무리했으니까요.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크게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없어요. 그거면 된 거죠.”

살이 많이 빠진 것 같다.

“지난해 7월에 대본을 받아서 꽤 오랜 시간 ‘나이제’로 살았어요. 그래서인지 긴 여행을 마친 기분입니다. 그만큼 에너지 소모가 많아서 막판에는 살이 저절로 빠지더라고요. 모든 배우들이 그렇지만 드라마를 시작하면 다이어트를 시작해요. 저는 66~67kg 정도가 화면에 딱 잘 나오는 몸무게더라고요. 근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62kg까지 빠졌어요. 정신적으로 힘들었지만 무사히 마쳤으니 괜찮아요.”

‘나이제’라는 캐릭터는 복잡다단했다. 완급 조절이 필요한 ‘다크 히어로’였다.

“일상을 살다 보면 굴복해야 할 때가 있잖아요. 저는 연예인으로 살다 보니 누가 나한테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낸다고 해도 일반 사람보다는 참아야 할 경우가 많아요. 저뿐만 아니라 직업이나 생계 때문에 억울한 일을 당해도 참는 분들이 많잖아요. ‘나이제’는 참지 않고 풀잖아요. 그래서 시청자들이 더 통쾌해하지 않으셨을까 해요.”

의사 역할을 자주 하지 않았나.

“진중한 의사 역할은 처음이에요. 그래서 의사들을 직접 만나 배우고, 의학 전문 드라마도 섭렵했어요. 그래서 대사 하나하나 물으며 실제에 가까운지 물었어요. 일례로 수술용 칼을 부르는 의학 용어 메스(mes)가 있잖아요. 외과 의사에게 메스란 단어가 일상용어나 다름없더라고요. 수도 없이 반복해 말하는 단어였어요. 그런 단어를 긴장감 들어가게 사용하는 게 과하다고 여겼어요. 힘주어 말하기 싫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조율을 했어요.”

주조연들의 앙상블이 대단했다.

“사실 (최)원영 형은 엑스트라 시절에 만난 적이 있어서 호흡이 어렵지 않았어요. (김)정난 누나도 드라마를 같이 해서 원래 알고 있던 사이였죠. (김)병철 형은 이번 작품으로 처음 만났어요. 게다가 둘이 부딪히는 장면이 많아 대화를 자주 했어요. 대본 리딩, 리허설을 하면서 공유할 건 공유하고 상의할 건 상의했어요. 엎치락뒤치락하는 호흡이 잘 맞았어요. 화면 속 모습도 썩 만족스러웠어요.”

후반부에는 완성도가 조금 떨어지는 듯 보였다.

“드라마 촬영 현장은 어쩔 수 없이 후반부엔 바쁘게 돌아가죠. 그래서 인물들의 대사로만 사건 진행 상황을 설명하게 됐어요. 그 부분이 아쉬웠던 건 맞아요. 하지만 이러한 일은 누구 한 명의 탓이 아니에요. 사전제작을 하면 수정하면서 찍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드라마를 촬영하는 일수 자체가 돈이기 때문에 사전제작 촬영하는 분들도 빡빡하게 촬영하기도 해요. 수많은 이해관계와 돈이 얽혀 있는 게 드라마 제작 환경이라 배우가 불평만 하고 있는 상황도 아닌 게 맞아요.”

현장에서 남궁민은 어떤 배우인가.

“솔직히 말씀드리면, 예전엔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의 시선을 내 것으로 만들까를 궁리했죠. 사실 연출 의도를 신경 쓸 여력이 없었어요. 한데 작품을 하다 보니, 매 장면의 주인공은 따로 있다는 걸 알았어요. 그들이 돋보이게 밀고 끄는 역할이 나에게 주어지면, 그리 따라가야 작품 흥행이 되더라고요.”

성격이 조금 변한 것 같기도 하다.

“제가 예전엔 사람들과 단절된 생활을 많이 했어요. 주어진 것만 했지요. 스스로 숫기가 없다고 생각했고, 자신감도 없었기 때문이에요. 한데 마흔이 넘고 경력 20년을 지나니 그런 생각들에서 조금 벗어나서 편해지더라고요. 사람에게 벽을 두지 말고, 누군가를 만날 때는 최선을 다하고, 애로사항과 오해를 살펴야 하고, 또 잘못된 것에는 목소리도 높여야 하더라고요. 이렇게 생각이 바뀐 것에는 유준상 형의 영향이 컸어요. SBS 드라마 《조작》을 하면서 형을 만나게 됐는데, 누군가에게 선배의 모습이어야 된다면 형처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람 냄새 나고 훌륭한 선배죠. 저 역시 준상 형의 자취를 따라가려고 노력 중입니다.”

사비를 털어 스태프들에게 하와이 여행을 쏜다고 들었다.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쉽게 변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어요. 그래서 그런지 이 친구들은 내 가족 같고 내 새끼 같아요. 3년을 함께 일한 스태프예요. 드라마 시작하기 전에도 함께 여행을 갔었고, 촬영이 없을 때도 같이 영화 보고 밥 먹는 사이죠. 이 친구들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거예요. 고민을 공유하고 통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축복받은 일이죠. 제가 아무리 엄마한테 직업적인 고민을 토로하더라도 이해 못 하시는 부분이 있잖아요. 드라마 1회부터 10회까지 한 번도 빼지 않고 다 같이 봤습니다. 하하.”

작품을 선택하는 나름의 소신이 있나.

“저는 스스로 제가 대본을 보고 만족하고, 즐겁고, 드라마가 흥행에 실패하더라도 내 책임으로 돌릴 수 있는 작품을 하는 게 좋아요. 저는 연기 빼면 할 줄 아는 게 없어요. 삶에 이유가 없죠. 저는 제가 생각하는 배우의 길로 가는 사람이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갈고닦고, 저의 부족한 점이 있다면 인정해야죠. 부족함을 인정했더니,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남궁민이 생각하는 자신의 부족한 점은 무엇일까.

“연기가 부족하죠. 자기가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죽을 때까지 해도 채워지지는 않겠지만, 그런 노력이 중요한 것 같아요.”

조만간 예능에 출연한다고 들었다.

“제가 타고나길 예능을 못해요(웃음). 토크쇼에 나가면 내가 왜 저러고 있지 생각이 들 정도로 잘 안되더라고요. 앞으로도 쭉 안되겠지만 드라마를 하면서 홍보를 안 하는 배우는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꼭 해야 할 예능이 있다면 열심히 해봐야죠. 예능 감각은 없으니 큰 기대는 하지 말아주세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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