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규하 대구 중구청장 “신청사 이전 문제로 대구가 사분오열돼”
  • 심충현 대구경북취재본부 기자 (ckorea21@hanmail.net)
  • 승인 2019.06.02 13:00
  • 호수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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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류규하 대구광역시 중구청장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져…현 위치 신축부터 검토돼야”

“새로 청사를 지으려면 현 위치에 대한 신축 타당성을 우선적으로 검토한 후 여의치 않을 경우, 제3의 후보지를 물색하는 것이 순서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이전과 존치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지자체들마다 사활을 걸고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고, 결국 대구시가 조각조각 분열되는 모양새다.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류규하 중구청장은 대구 신청사 문제를 거론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순서가 바뀐 추진 과정과 공론화위원회 위원 구성, 활동 방향, 신청사 입지 선정 방법 등에 문제가 있어 시민들의 갈등만 조장하고 있다”며 쓴소리를 쏟아냈다. 특히 지난 4월 출범한 신청사건립추진공론화위원회에 대해 “많은 시간을 들여 잘못된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먼저 “공론화위원회의 위촉직 위원 14명 가운데 대구에 주소나 등록 기준지를 둔 위원은 3명에 불과하다”며 “대구의 백년대계를 좌우할 중요한 사안을 객관성과 공정성을 빌미로 지역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외지인에게 핵심 역할을 맡기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공론화위원회가 도입한 벌점 부과 기준도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출범 초기 과열 경쟁을 막기 위해 홍보물 배포, 서명 운동, 집회를 비롯한 단체 행동 등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평가 점수에서 불이익을 준다고 제약을 걸었다. 하지만 류 구청장은 이러한 패널티 제도가 “시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린다는 ‘공론화’의 근본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되고 여론 형성을 위한 일체의 활동을 원천 차단하는 역기능을 불러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신청사 문제가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 대구경북취재본부 심충현
ⓒ 대구경북취재본부 심충현

공론화위원회에 허점이 있다는 입장인데, 그렇다면 개선 방향은 무엇인가.

“삭발 등 과격 집회는 막아야 하지만 ‘과열 방지’라는 명분으로 무조건 눈과 입을 막아버리면 곤란하다. 이는 대구의 주인인 시민들의 알 권리 무시를 넘어 대구시장의 의지대로 신청사 건립 부지를 결정하려는 시도로 비칠 수 있다. 건전한 여론 형성의 장은 열어둬야 한다.  또한 청사 이전에 앞서 현 위치 건립의 타당성을 최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하고 만약 이전으로 결론 날 경우 반드시 ‘구청사’ 즉 현재 청사 건물과 부지 활용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250명 시민참여단의 역할도 의문이다. 12월 입지 선정에 앞서 이들이 2박3일간 합숙을 통해 평가를 한다는 점에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기대해도 좋을지 의문이다. 충분한 숙려 기간을 가지고 대구 시민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입지가 결정돼야 한다.”

신청사 유치전에서 중구가 갖는 경쟁력은 무엇인가.

“현 대구시청은 1910년 대구부(대한제국 때의 행정구역)가 중구 동인동에 설치된 이래 100년 이상 이어져 온 대구시의 역사이자 자부심이다. 중구에는 대구의 대표적 문화유산인 경상감영이 있고, 3·1만세운동길,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2·28기념중앙공원 등 유구한 역사와 대구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대구의 얼굴들이 많이 존재한다. 이러한 역사성과 상징성은 다른 지역과 비교할 수 없는 중구만의 가치다. 지난 110년의 역사와 미래 100년의 역사를 연결하는 지속 가능한 신청사는 반드시 중구에 위치해야 한다. 또한, 대중교통이 밀집돼 있어 시민 누구나 쉽게 방문할 수 있고, 행정·금융·유통·문화·예술의 중심지로서 과거·현재·미래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

현 청사의 철거 비용과 협소한 부지에 대한 지적이 있다.

“시청 본관의 경우, 주변 부지(9145㎡)를 추가 매입하고 지하도(8305㎡)를 개발한다면 추정 2만9596.4㎡를 부지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노후 공공청사를 복합개발 방식으로 개발해 업무공간과 주거·상업·문화·예술 등의 공간을 결합하면 비용절감이 가능하고 시민친화형 공공청사로 건립할 수 있다. 철거 비용의 경우 2010년 대구시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옛 경북도청 부지 95억원, 현 청사 일원 74억원, 두류정수장 부지 50억원의 철거비가 소요된다. 철거 비용은 시청을 어느 부지에 건립하더라도 발생하는 필수비용이다.”

류규하 대구 중구청장과 구청 직원들이 신청사 존치를 주장하며 거리로 나왔다 ⓒ 중구청 제공
류규하 대구 중구청장과 구청 직원들이 신청사 존치를 주장하며 거리로 나왔다 ⓒ 중구청 제공

시청 이전 시 생기는 도심 공동화 현상도 큰 문제다. 하지만 도심 공동화는 지금도 중구의 현안이 아닌가.

“공론화위원회에 시청 이전 후 구청사 개발 계획을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구는 대구의 중심 역할을 수행해 왔지만, 부도심의 개발에 따라 상대적으로 정체됐다. 개발공간 부족, 주거환경 열악 등 대도시의 중심이 안고 있는 각종 문제로 인해 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현상과 함께 정주 여건은 더욱 악화됐다. 하지만 원도심 공동화는 도시의 성장 과정에서 필연적인 과정이며, 원도심이 지닌 오랜 역사와 정체성은 도시재생의 우수한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역사성과 보존이 필요한 지역은 도시재생사업을, 정비가 필요한 노후 주거지역에 대해서는 재개발·건축 사업을 시행해 도심 공동화 현상을 해결하고 정주 여건을 개선하겠다.”

몇 년 전 서문시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복구 계획은 어떻게 진행되나.

“2016년 화재로 전소된 서문시장 4지구 정비사업은 상인들의 생계와 직결되어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중구는 현재 시장정비사업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차근차근 복구 계획을 밟고 있다. 조합설립인가 준비 과정의 하나인 사업추진계획이 수립되면 빠른 시일 내에 대구시의 승인을 받아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 또한 서문시장 4지구의 단독개발과 주차빌딩을 포함한 복합개발 등 두 가지 방안 가운데, 4지구 피해 상인을 비롯한 서문시장 전체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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