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B급 광고로 밀레니얼 세대 모시기 나선 기업들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9.06.03 08:00
  • 호수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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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입맛에 맞춰 광고 채널도, 형태도 바뀌었다

시대가 변하면서 광고의 채널과 형태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TV나 신문, 라디오 등 전통적인 광고 채널은 전반적인 약세를 보이는 반면, 유튜브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새로운 광고 유통 창구들이 각광받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가 광고의 주요 타깃으로 부상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광고의 형태도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했다. 밀레니엄 세대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과거 고급스러움이나 아름다움으로 대변되는 A급 광고 대신 재미를 앞세운 B급 광고들이 ‘대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선호 채널 2·3위는 유튜브·SNS 

시사저널이 최근 대·중견기업 100곳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광고 유통 채널은 여전히 TV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응한 기업 100곳 중 52곳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광고 채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TV를 선택했다. 전통적으로 광고주들로부터 사랑받아온 TV의 건재한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조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유튜브와 SNS 등을 통한 디지털 광고의 약진이다. 유튜브와 SNS가 선호하는 광고 채널 2위(24곳)와 3위(12곳)에 각각 포진했다. 반면 TV와 함께 전통적인 광고 채널로 선호돼 온 신문과 잡지는 4위(5곳)로 약세를 보였고, 인터넷 홈페이지(4곳)와 라디오(2곳), 극장(1곳) 등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실제 디지털 광고의 성장세는 놀랍다. 디지털 광고가 현재 국내 광고시장 전반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제일기획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광고시장 규모는 11조7020억원으로 전년 대비 4.6% 성장했다. 2015년 이후 최고의 상승폭이다. 여기엔 디지털 광고의 역할이 컸다. 지난해 유튜브와 SNS 등을 통한 모바일 광고는 26.4%나 성장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선호하는 광고 채널로 지목된 방송 광고가 지난해 0.2% 성장률을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이처럼 국내 광고시장은 디지털 광고의 수혜를 누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광고의 성장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스마트폰 등 스마트 디바이스를 통한 미디어 수요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현대차증권은 올해 광고시장 규모가 12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디지털 광고 예상 성장률을 15%로 분석한 결과다. 현대차증권은 특히 올해 동영상 광고가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다. 5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로 모바일 미디어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유튜브나 SNS가 광고 채널로 각광받는 까닭은 기업들이 타깃으로 삼는 연령층과 무관치 않다. 설문조사에 응한 기업들은 광고의 타깃으로 삼는 연령대를 묻는 질문에 30대라고 답한 경우가 42곳으로 가장 많았다. 30대가 현재는 물론 가까운 미래까지 주요 소비층이기 때문이다. 2위는 현재 가장 강력한 소비력을 가진 40대(29곳)였고, 향후 소비층으로 성장할 20대가 3위(24곳)에 올랐다. 50대와 10대는 각각 4곳(4위)과 1곳(5위)에 불과했다.

이런 조사 결과로 미뤄보면 ‘밀레니얼 세대’로 분류되는 20~30대가 전체 광고 타깃의 66%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자신을 위한 소비에 적극적인 성향을 지닌 세대다. 기업들이 그동안 ‘밀레니얼 세대 모시기’에 열을 올린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밀레니얼 세대의 두드러진 특징은 디지털 기기와 기술을 다루는 데 능숙하다는 점이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 내 ‘Z세대(1995~2004년 출생)’는 디지털 시대에 태어나 아날로그 문화 자체를 접해 보지 못했다. 이들이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s)이라고도 불리는 이유다. 실제 IBM기업가치연구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Z세대의 54.0%는 첫 휴대전화로 스마트폰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밀레니얼 세대 공략을 위해선 디지털 광고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가치 중시’ 성향에 초점”

밀레니얼 세대가 기업들의 타깃으로 부상하면서 광고의 형태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들이 주로 사용하는 신조어나 재미를 앞세운 B급 정서를 담은 광고가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신조어 마케팅의 대표적 성공 사례는 팔도가 35주년 한정판으로 출시한 ‘괄도네넴띤’이다. 괄도네넴띤은 팔도의 베스트셀러인 ‘팔도비빔면’을 비슷하게 생긴 글자로 표현한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들이 온라인상에서 ‘명작’을 ‘띵작’으로, ‘멍멍이’를 ‘댕댕이’로 표기하는 것과 같은 경우다. 위메프는 ‘메뜨 가격 따괴 상뚬 총 출동’이라는 문구를 내세웠고, 패션기업 LF도 브랜드 영문명이 ‘냐’로 보인다는 점에 착안, ‘몰 좀 아냐’라는 광고를 내보냈다. 이를 통해 팔도와 위메프, LF 등은 밀레니얼 세대에 친숙한 이미지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B급 광고의 유행은 밀레니얼 세대와 유튜브 채널의 특성이 맞물린 결과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가 동영상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8초 전후로 짧다. 또 유튜브 광고의 경우 단시간 내 흥미를 유발하지 못하면 ‘스킵(건너뛰기)’을 당하게 된다. 기업들은 이런 점들을 감안해 한순간에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B급 광고들을 유통하기 시작했다.

LG생활건강의 ‘LG 빡치게 하는 노래’가 대표적이다. 광고는 ‘불타는 토요일’을 즐기려던 광고 제작자가 LG생활건강 마케팅부서로부터 광고 영상을 주문받는 것으로 시작된다. 영상은 난데없는 일거리에 분노한 광고 제작자가 발로 만든 광고라는 콘셉트로 제작됐다. 낮은 품질에 욕설도 가감 없이 등장한다. 정작 세제 제품 ‘피지’는 스치듯 소개되는 게 전부였다. 한국인삼공사가 운영하는 온라인몰인 ‘정몰’도 B급 광고를 내놨다. 택배기사로 일하는 이종격투기 김동현 선수가 배달을 갈 때마다 ‘정말 건강에 미친 사람들’을 만난다는 내용의 시리즈물이다.

하지만 이 광고들은 뜨거운 인기를 끌었다. ‘LG 빡치게 하는 노래’는 공개 직후 유튜브 조회 수 200만 건을 넘겼고, LG생활건강의 피지 판매량도 40% 이상 증가했다. 정몰의 광고 역시 공개 5일 만에 조회 수 100만 건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입맛에 맞춘 광고 전략이 성공한 것이다. 한국유통학회장을 역임 중인 김익성 동덕여대 교수는 “밀레니얼 세대들이 중시하는 것은 물건이 아닌 가치나 새로운 형태의 체험”이라며 “이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담아 소통하는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B급 광고에 대해 “SNS를 통한 확산 효과가 커 A급 홍보 이상의 반응이 나온다”며 “소비자들이 보기에 재미있다면, 그것은 매출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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