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가로수길 입장료’ 논란, 법원까지 나서 화해 권고
  • 배윤영 호남취재본부 기자 (sisa616@sisajournal.com)
  • 승인 2019.06.04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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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입장료 1000원으로 낮춰라” 화해 권고 결정
2주일 이내 담양군 이의신청 없으면 재판과 동일 효력

“봉이 김선달도 아니고, 지자체가 길을 막고 입장료를 받는 이유를 모르겠다.”(담양 가로수길 이용객)

전남의 대표 관광지인 담양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에서 2000원씩 입장료를 거두고 있는 게 벌써 7년째다. 그러나 지방정부가 길을 막고 돈을 걷는 것이어서 논란이 됐다. 담양군의 입장료 징수가 법률 위임 없이 제정된 조례에 근거한 것이기에 효력이 없다는 주장과 지방자치단체 공공시설물의 경우 법률 위임이 없더라도 조례만으로 효력이 있다는 주장이 팽팽이 맞섰다.

 

이용객 입장료 반환 소송에 “주위 공공시설과 분리해 입장료 받아야” 

담양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담양군
담양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담양군

논란이 지속된 가운데 담양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입장료에 대해 1000원을 초과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법원의 권고가 나왔다. 광주지법 제13민사부(김성흠 부장판사)는 6월 3일 A씨 등 원고 2명이 담양군을 상대로 낸 메타세쿼이아 입장료(2000원) 반환소송에 대해 이런 내용으로 화해 권고를 결정했다.

담양군은 2018년 4월11일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을 이용하려는 A씨와 B씨로부터 입장료로 각각 2000원씩을 징수했다. 하지만 A씨와 B씨는 “그동안 누구나 자유롭게 다녔던 길에 대해 입장료를 받는 것은 법률상 근거가 없는 징수”라면서 “담양군은 입장료를 반환해야 한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재판부는 A씨 등 원고들에 대해 이 사건 청구를 포기하도록 하고, 담양군에 대해서는 화해 권고 결정이 확정되고 3개월이 지난 후부터 상당한 기간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입장료를 1000원을 넘겨 징수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한다는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다. 

즉 가로수길만의 입장료를 별도로 받되 1000원을 초과해 징수하지 않는 방안을 모색하라는 권고다. 이 같은 결정은 담양군이 호남기후변화체험관, 어린이 프로방스, 수변 습지, 메타 숲 등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주변에 있는 공공시설에서 받는 사용료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재판부는 “담양군이 가로수길 입장료를 징수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평가할 수 있어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다른 시설을 이용하려는 의사가 없는 여행객들로부터도 호남기후변화체험관 등을 이용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동일한 입장료를 받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도 반할 수 있다”고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장래에는 여러 곳에 산재해 있는 매표소와 검표소 등을 최소한으로 축소하고, 사용료를 징수할 필요성이 있는 호남기후변화체험관 등에만 별도의 매표소를 설치하는 것이 담양군으로서도 운영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법원의 화해 권고 결정은 정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2주일 이내에 이의를 신청하지 않으면 재판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이 같은 법원의 결정을 담양군이 수용할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해묵은 담양 메타세쿼이아길 입장료 징수 ‘논란’

2008년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길로 선정된 이곳은 높이 10~20m, 지름 2~3m에 달하는 수령 40여년짜리 메타세쿼이아 487그루가 폐도를 따라 풍경화를 그려놓은 듯 장관을 이룬다. 이 길은 현재 국가 산림문화자산으로도 지정됐다. 

담양군은 2005년 옛 국도 25호선(폐도) 메타세쿼이아 길(2.1㎞)의 관리권을 정부로부터 넘겨받아 2012년부터 성인 1000원, 청소년과 군인 700원, 어린이 500원 입장료를 받기 시작했다. 군은 관광객이 늘자 2015년부터는 성인 2000원으로 인상했다. 지난 7년 동안 받은 누적입장료 수입이 30여억원에 달한다.

국가소유의 도로를 관리하면서 입장료를 받아 챙기는 데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았지만, 담양군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담양군 측은 입장료 징수가 적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입장료 징수는 지자체가 조례로 제정할 수 있으며, 가로수 길 앞에서 받는 입장료는 여러 시설을 들여놓은 유원지 ‘메타세쿼이아랜드’의 포괄적인 입장료라는 것이다. 

하지만 주민과 관광객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가로수길이 지방도가 아닌 국도에 위치한 데다 단순 보행로일 뿐인데 이를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문제”라며 유료화에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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