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안전자산’ 달러, 올해 말까지 완만한 하향 안정
  • 허정인 NH선물 연구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6.10 08:00
  • 호수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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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분쟁 이후 가치 상승…“3분기 강세 후 연말 하락 전망”

위기는 곧 기회지만, 일단 ‘안전’하고 볼 일이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안전자산으로 돈이 쏠린다. 투자업계는 어떤 상황에서도 가치 평가가 용이하고, 원하는 자산으로 교환 가능하며, 다른 자산에 비해 투자의 위험요인을 덜 반영하는 자산을 안전자산이라고 정의한다. 맞다. 미국의 달러화가 안전자산의 ‘글로벌 대표선수’다.

가령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다고 가정해 보자. 미국 주택을 담보로 발행한 채권(MBS)의 적정가격은 대체 얼마일까. 누가 해도 평가는 아주 힘들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개인의 채무불이행 위험이 어디까지 확장될지 가늠하기 매우 어렵다. 이자를 지급하기로 한 은행이 파산할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달러화의 가치평가는 비교적 수월하다. 미국이 발행하는 화폐라 미국의 경기 여건을 고려해 평가할 수 있다. 일단 미국의 파산 위험은 제로(0)에 수렴한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 역시 산적해 있다.

유동성 측면에서 따져도 결과는 같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MBS는 원하는 자산으로 교환이 어렵다. 하지만 달러화는 즉각 매매가 가능하다. 여러 자산으로도 교환할 수 있다. 달러화는 국제 결제통화로 통용되고 있으며, 전 세계 중앙은행의 지불준비금과 외환보유고 역할을 수행 중이다.

ⓒ 일러스트 김세중
ⓒ 일러스트 김세중

달러화 강세 '왜'?

마지막 조건인 위험 반영 역시 마찬가지다. 가치평가와 유동성의 요건을 충족했기 때문에 자산시장에 위험요인이 발생해도 달러화 가치는 위험의 정도를 상대적으로 덜 반영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런 특성을 통틀어 안전자산을 “스트레스 시기에 더 위험한 자산과 수익률이 역의 상관관계를 갖는 자산”이라고 정의한다.

미·중 무역분쟁 발발 이후 달러화 가치는 상승했다. 글로벌 자산가격 하락으로 안전자산이 각광받았기 때문이다. IMF는 미·중 무역분쟁 보고서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내놨다. 미국의 성장률은 0.9%포인트, 중국은 1.6%포인트 각각 떨어진다는 전망이다.

전 세계 금융시장은 공포에 떨기 시작했다. 당장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고관세 부과로 중국산 제품 가격이 상승해 미국의 소매판매가 위축될 경우 중국 수출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확대됐다. 중국에 원자재를 수출하는 호주와 중간재를 수출하는 한국 등 주요국의 수출실적이 동시에 급감하고, 이들 나라에 수출하는 또 다른 나라들의 수출이 감소하면서 전 세계 물동량이 급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쏟아졌다.

그렇게 각 나라의 통화가치는 급락했다. 기업 이익 축소 우려는 글로벌 증시 하락을 낳았다. 여기에 미국은 소매판매 위축으로 성장률이 내려간다는 전망이 더해졌다. 우려는 안전자산 매입 욕구를 상승시켰고, 욕구는 가격 상승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여기서 드는 의문점이 하나 있다. 미국이 아무리 대국이지만 미국 역시 무역분쟁으로 피해를 면치 못할 텐데, 달러만이 독보적으로 강해진 것은 모순처럼 느껴질 수 있다. 이를 알려면 달러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미 달러화 가치는 ‘달러 인덱스’로 불리는 지수로 표기하는데, 이 지수는 6개 통화로 구성돼 있다. 유로화 57.6%, 일본 엔화 13.6%, 영국 파운드화 11.9%, 캐나다 달러 9.1%, 스웨덴 크로네 4.2%, 스위스 프랑 3.6% 등으로 구성됐다.

주요국은 달러 인덱스를 각 나라에 대한 상대적 통화가치로 정의하고 1973년=100으로 고정시켰다. 여기서 알 수 있듯 유로화 가치가 급등할 경우 달러 인덱스는 하락하고, 반대로 유로화가 급락할 경우 달러 인덱스는 상승한다. 지금은 후자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은 유럽 경제의 몰락으로 달러화가 상대적 강세 압력을 받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자동차 시장과 깊이 연관돼 있다. 유로존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하는 독일이 글로벌 자동차 생산국인데, 유로존 내 많은 국가가 독일에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며 공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럽연합(EU)의 배기가스 규제 도입으로 독일 차 생산이 급감했다. 유럽중앙은행은 자동차 불경기를 반영해 올해 유로존의 경제성장률을 1.7%로 전망했다가 최근 1.1%로 하향 조정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IT 기업들이 자율주행차를 만들어내 독일의 전통차 기업들이 도태될 수 있다는 분석도 유로존 경기에 대한 의구심을 조성하며 유로화 가치 하락과 달러화 강세를 유발했다.

 

달러화 강세는 지속될 수 있을까

중요한 질문은 ‘달러화 강세가 지속될 수 있을까’다. 큰 틀에서 안전선호의 지속 가능성, 유로존 경기의 반등 가능성을 평가해 보면 될 것이다. 안전자산 선호를 부추겼던 무역분쟁부터 살펴보면 미국과 중국의 연내 합의가 예상된다. 양국의 정치환경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재선을 준비 중이고 시진핑 주석은 임기제를 폐지하고 장기집권을 꿈꾸고 있다.

견실한 경제성장이 바탕이 돼야 두 지도자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 미국 성장률이 2% 아래로 떨어질 때 역대 대통령은 재선에 실패하거나 여당이 바뀐 경험이 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공산국가라 정권교체의 위험은 덜하지만 시 주석 역시 공고한 중앙집권적 권력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양국은 올해 안에 합의하고 경기침체를 방어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존 경기는 어떻게 될까. 독일 차 생산이 부진한 것은 사실이지만 유로존 내 나머지 이머징 국가의 경기선행지수는 반등하고 있다. 기업의 구인욕구가 강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적극적 채용이 이뤄지는 중이고, 이는 소비시장을 활성화시킨다.

1년에 4번 세계 성장률 전망을 발표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5월 발표한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0%에서 1.2%로 상향 조정했다. 유로존 내 우수한 성장률을 기록한 나라들과 재정 건전성이 양호한 EU 국가들의 정책 여력을 반영한 결과다. 물론 시장 참가자들은 구글의 자율주행차 개발을 보면서 독일의 슬럼화를 예측하기도 했다. 주력산업을 몽땅 뺏기고 일본처럼 장기침체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말이다. 하지만 독일은 스마트팩토리와 전기차 충전기를 중심으로 주력산업 변화를 꾀하고 있다.

달러화는 올해 말까지 완만한 하향 안정이 예상된다. 물론 미·중이 합의 도출까지 계속 갈등을 키우면서 달러화 가치는 상승할 수 있다. 3분기에 달러화는 강해졌다가 연말쯤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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