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축산단지 악취로 3년새 주민 300여명 마을 떠나”
  • 박승봉 경기취재본부 기자 (sisa214@sisajournal.com)
  • 승인 2019.06.04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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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시 관인면 주민들 악취로 창문조차 열수 없어 고통
"축사시설환경개선으로 민원 최소화 노력할 것"

“현재 관인면 인구는 2867명으로, 최근 3년 사이 300여 명의 주민이 마을을 떠났습니다.”

기자가 경기도 포천시 관인면사무소를 방문해 공무원에게 들은 첫 마디였다. 그는 “최근 (경기)도지사나 정부에서 장관까지 나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는 것 같았지만 아직 진척사항은 없다”며 “무더위가 시작되면 바로 건너편 철원 오지리 평야에 들어선 축사단지에서 악취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관인면사무소 부근 상가 거리에는 문을 닫은 집이 많았고, 인접에서도 철원군 오지리 평야에 펼쳐진 대규모 축사단지가 한 눈에 들어왔다. 더군다나 축사단지가 몰려있는 곳은 벼가 한창 자라고 있는 평야 한 가운데 자리 잡고 있어 '논이 오염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포천시 관인면에서 바라본 철원군 오지리 평야 축사단지 모습 ⓒ 시사저널 박승봉
포천시 관인면에서 바라본 철원군 오지리 평야 축사단지 모습 ⓒ 시사저널 박승봉

축사단지 악취와 오폐수로 관인면 주거환경기능 이상 없나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의 축산단지는 2016년부터 70여 개 축사가 집중 조성돼 분진, 오물, 오폐수 악취 등으로 인근 포천시 관인면 주민들은 제대로 창문도 못 여는 상황이다.

불과 몇 년 사이에 강원도 철원군에 축사가 몰린 이유는 포천시가 지난 2017년 3월 축사 신축을 마을 인근 500m이내에 들어올 수 없도록 가축사육제한 조례를 제정했기 때문. 관인면사무소 관계자는 “이제 더 이상 축사는 관인면에 들어 올 수 없게 조례를 강화시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관인면 인근에서 만난 주민은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축사들이 창문들을 모두 열어 악취가 심해져 창문을 열 수 없을 정도"라며 “대책을 세워 준다며 여기저기 말은 많은데 실제적으로 피부에 와 닿는 대책은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포천시 측은 철원군과 협업해 악취저감대책과 대규모 분뇨처리장을 만드는 대책을 세우는 중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30억원에 달하는 비용에 철원군과 포천시는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축사단지는 왜 철원에 대거 몰렸나

포천시와 철원군 인근에서 부동산업을 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포천시보다 철원군이 땅 값이 싸고 농지정리가 잘돼서 축사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특히 포천시는 인구가 많아 가축사육제한에 어려움이 많지만 철원군 동송읍은 땅은 넓고 인구가 많지 않아 축산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러한 행정구역 경계가 모호한 소외지역에 사는 포천시 관인면 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으나 수년간 문제제기를 해도 딱 부러지는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다. 뒤 늦게 철원군의회에서도 축사허가에 대해 강화하는 조례를 만들었으나, 지금 150여 개 이상의 소규모 또는 대규모 축사단지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시장, 군수는 주민의 생활환경보전 또는 상수원의 보전을 위해 가축사육을 제한 할 수 있다. 특히 주거밀집지역으로 생활환경의 보호가 필요한 지역에는 가축사육제한구역으로 고시해 축사의 이전이나 제거 등 필요한 조치를 취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철원군 관계자는 “축사를 이전하거나 철거하는 문제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축사 1채당 이전비용이 최소 수십억원이 들어가는데 철원군에는 그만한 재정이 없다”고 했다. 다만 “2017년 조례를 강화시켜 이후에 들어오는 축사에 대해서는 가축분뇨 처리시설이나 분진과 악취 저감시설에 대해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관인면 축사단지 악취 대책 어디까지 왔나

철원군 오지리 평야에 축사단지가 몰려있고 인근 하천이 한탄강으로 흘러가고 있다 ⓒ 시사저널 박승봉
철원군 오지리 평야에 축사단지가 몰려있고 인근 하천이 한탄강으로 흘러가고 있다 ⓒ 시사저널 박승봉

철원군 청정환경추진단에서는 축산악취 감시초소를 운영하고 있다. 포천시 관인면과 철원군 오지리 평야가 축산단지로 오염되자 철새들의 숫자가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게다가 축산분뇨가 한탄강으로 흘러들어가 관광산업에 타격을 입힐 수 있고, 지하수를 오염시키게 돼 주거환경이 열악해지게 된다.

이러한 문제의 중심에 있는 관인면에 대해 철원군과 포천시가 어떠한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 시사저널이 파악에 나섰지만 마땅한 해결책은 없어보였다. 포천시 축산관련 공무원은 “축사문제로 발생하는 주거환경민원을 최소화하기 위해 철원군과 함께 축사시설환경개선과 악취저감 대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했다. 인구 감소 여파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인구는 줄어들고 있었으나, 최근 축사 악취문제로 감소폭이 빠르게 늘어 난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한편 관인면 현장에서 느끼는 민원과 대책에 대해서는 관인면과 철원군 환경비상대책위원회가 축산단지 현장을 방문해 악취저감 시설들을 확인한 것과 대규모 축산분뇨처리시설의 필요성을 인지한 것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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