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운조합, ‘연안선박 현대화 이차보전사업’ 대상자 ‘부실추천’ 의혹
  • 이정용 인천취재본부 기자 (teemo@sisajournal.com)
  • 승인 2019.06.0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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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대상자 선정 업무처리 미숙”…노후 선박 해체·해외매각 조건 불이행
인천해경서, 수십억원대 선박 신조 부정대출‧대출금 목적 외 사용 등 적발

해양수산부는 2013년부터 해상 여객‧운송업체(선사)들을 대상으로 ‘연안선박 현대화 이차보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선사들이 금융권으로부터 대출금을 받아 새로운 선박을 건조(신조)할 때, 해수부가 대출금의 이자를 지원하는 정책이다.

금리 변동에 따라 이자율이 달라지지만, 통상 신조 대출금의 이자는 4%대다. 이중 2.5~3%의 이자를 해수부가 지급한다. 해수부는 이를 통해 선사들이 선박 신조에 적극 투자하도록 유도해 낡은 선박을 줄여나간다는 목표다.

하지만, 일부 선사들이 부당한 방법으로 연안선박 현대화 이차보전사업 대상자로 선정되거나 선박 신조를 목적으로 받은 대출금을 부당하게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후화된 선박을 줄이겠다는 해수부의 정책에 구멍이 뚫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해양수산부 청사 전경. ⓒ이정용기자
해양수산부 청사 전경. ⓒ해수부 제공

연안선박 현대화 이차보전사업 서류심사 ‘구멍’ 

인천해양경찰서는 2018년 7월에 H해운이 부당하게 연안선박 현대화 이차보전사업 대상자로 선정된 것을 밝혀내고, H해운과 조선사, H해운 임직원 3명을 사기와 횡령, 해운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인천해경에 따르면, H해운은 2014년 4월에 연안선박 현대화 이차보전사업 대상자로 선정됐다. H해운은 수협으로부터 선박 신조에 투입될 36억원을 대출받는 과정에서 허위로 작성한 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사저널 취재결과, H해운이 연안선박 현대화 이차보전사업 추천 대상자 심사 서류를 제출할 때 부적절한 문서를 껴 넣었다. 기존의 낡은 선박을 해체하거나 해외에 매각하겠다는 확약서를 제출할 때, A해운의 선박을 H해운의 선박인 것처럼 서류를 꾸며 한국해운조합에 제출한 것이다. 이 확약서를 제출하면, 연안선박 현대화 이차보전사업 대상자로 추천될 때 가산점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이런 속사정은 들통이 나지 않았고, H해운은 무난하게 연안선박 현대화 이차보전사업 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해체하거나 해외에 매각하기로 약속한 선박은 현재까지 인천시의 삼목항에 정박해 있는 상태다. 해수부 관계자는 “한국해운조합이 사실여부 확인 과정에서 일부 업무처리가 미숙했다”며 “한국해운조합에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부정적 처리에 대한 시정조치를 요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H해운 관계자는 “A해운은 H해운 대표이사가 설립한 별도의 법인이다”며 “연안선박 현대화 이차보전사업 대상자 심사에서 가산점수를 받기 위해 다른 선사의 노후 선박을 용선(선박 대절)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의 낡은 선박을 해체하거나 해외에 매각하겠다는 확약서에는 이행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며 “꾸준히 해외매각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고 덧붙였다. 

H해운이 A해운의 낡은 선박을 이용해 연안선박 현대화 이차보전사업 추천 대상자로 선정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국해운조합은 당시 해수부로부터 연안선박 현대화 이차보전사업의 대상자를 추천하는 업무를 위탁 받고 있었다. 심사위원은 한국해운조합 실무 직원과 해수부 공무원 등 5명으로 구성됐다.

그런데, H해운의 대표이사와 A해운의 대표이사는 당시 한국해운조합의 대의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한국해운조합의 대의원은 총 24명으로 한국해운조합 이사장을 뽑는 투표권을 가지고 있다.

사실상 한국해운조합이 대의원의 사무를 심사한 셈이다. 이는 선심성 심사 의혹이 나오는 대목이다. 한국해운조합 관계자는 “당시 21개의 선사들이 연안선박 현대화 이차보전사업 대상자로 선정됐다”며 “한국해운조합 대의원이 소속된 선사들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 연안을 운항하는 여객선들의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이정용기자
인천 연안을 운항하는 여객선들의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이정용기자

신조 명목 대출금, 개인 목적으로 사용한 흔적 드러나

H해운은 조선사가 소유해야할 선박 신조 명목의 대출금을 직접 관리하면서, 이중 6억9000만원을 선박 신조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수부가 이자를 갚아주는 대출금을 H해운이 제멋대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특히 H해운의 선박 신조를 맡은 조선사 P중공업은 사실상 H해운의 소유인 것으로 드러났다.

H해운은 수협으로부터 선박 신조 명목으로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허위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해경은 보고 있다. H해운은 2014년 10월에 624t급 선박 신조 명목으로 36억원을 대출받았고, A해운도 같은 시기에 297t급 선박 신조 명목으로 18억8000만원을 대출 받았다.

인천해경에 따르면, H해운은 당시 60억원대 선박 신조에 철판 등 자재비 명목으로 24억원을 투자했다는 선지급(자기부담)금을 내걸어 36억원을 대출 받았다. 그러나 해경이 H해운의 계좌내역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실제 선박 신조에 투자된 금액은 약 3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해경은 H해운이 선박용 자재를 구입한 것처럼 통장으로 거래하고 허위 영수증을 발급 받은 뒤, 현금으로 다시 돌려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방법을 통해 선박 신조에 투자한 선지급금을 부풀려 수협을 속였다는 것이다. 

H해운은 2015년 12월에도 연안선박 현대화 이차보전사업 대상자로 선정돼 677t급 선박 신조 명목으로 56억원을 대출 받았다. H해운과 A해운이 이 사업을 통해 대출 받은 금액은 총 110억8000만원이다. 상환기간은 15년이다. 이는 15년간 해수부가 H해운과 A해운이 갚아야할 이자의 일부를 지원하는 셈이다.

해경은 H해운이 대출금 중 6억9000만원을 2014년 10월부터 2016년 1월까지 선박 신조와 관련 없이, 회사의 빚을 갚거나 가족에게 증여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H해운 관계자는 “6억9000만원 중 3억원은 앞서 선박 건조를 맡긴 M조선사에 지급한 돈인데, M조선사가 선박 건조 중 부도가 나 돌려받지 못하고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며 “경영 차원에서 자금을 움직인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런 가운데, H해운과 A해운의 선박 신조를 맡은 P중공업은 전남 목포 산정공단의 S조선소를 임대해 선박을 건조했다. P중공업의 대표이사는 H해운의 부사장이자, H해운 대표이사의 친형이다. H해운 대표이사가 P중공업을 매입해 친형에게 넘겨줬다는 게 인천해경의 수사 결과다.

인천해경에 따르면, H해운 대표이사는 P중공업이 수협으로부터 받은 대출금 통장과 도장, 전자금융거래매체 등을 소유하고 있었다. 또 H해운과 P중공업의 사무실도 같은 공간에 마련돼 있다. 특히 P중공업 대표이사는 동생인 H해운 대표이사로부터 매달 300만원의 급여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P중공업은 당초 H해운이 선박 신조를 맡기기 전까지 휴면 상태의 법인이었다. P중공업은 2002년에 설립됐지만, 사실상 2014년에 H해운의 선박 신조를 수주하기 전까지 ‘페이퍼컴퍼니’였다는 게 인천해경 관계자의 설명이다.

H해운 관계자는 “선박 신조를 맡길만한 조선사들이 없었다. 앞서 M조선사에 맡겼다가 손해를 봤기 때문에 조선사를 운영한 것”이라며 “H해운과 관계된 조선사라고 해서 문제 될 것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인천해경의 수사는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며 “인천해경을 상대로 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해수부는 현재까지 H해운의 대출금 이자를 지급하고 있다. 해수부는 언제든 H해운에 지급된 이자를 환수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오는 대로 행정절차를 밟는다는 계획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H해운의 사건은 아직 기소되지도 않은 상황이다”며 “당장 이자를 환수하기는 어렵고, 법원의 확정판결 이후에 판단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알려왔습니다] 「한국해운조합, ‘연안선박 현대화 이차보전사업’ 대상자 ‘부실추천’ 의혹」 관련

본지는 6월 5일자 「한국해운조합, '연안선박 현대화 이차보전사업' 대상자 '부실추천' 의혹」 제목의 보도에서 'H해운이 선박 신조를 목적으로 받은 대출금을 부당하게 사용했고, 선박 신조를 맡았던 조선사 P중공업은 사실상 H해운의 소유다'는 취지로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H해운은 "2014년 6월부터 선박 신조가 완료된 2015년 3월까지 조선사 및 하도급 업체에 49억 원 8천 만원이 넘는 대금을 지급한 사실이 있고, 선박 신조를 위한 대출금을 선박 신조 이외에 개인 목적으로 사용한 바 없으며, P중공업은 페이퍼컴퍼니가 아니고 H해운은 P중공업의 어떠한 지분도 소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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