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늘 “감우성 덕분에 ‘수진’을 이해하게 됐다”
  • 하은정 우먼센스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6.08 15:00
  • 호수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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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로 돌아온 ‘멜로 여신’ 김하늘

김하늘이 정통 멜로로 돌아왔다. 상대 배우는 감우성이다. 방영 전부터 두 사람의 이름만으로도 ‘역대급 멜로’라는 기대심을 자극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역시나였다. 데뷔 후 22년 동안 다양한 작품에서 여러 색깔을 가진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역시 김하늘은 ‘멜로’였다. 40대에도 ‘본투비 멜로 여신’의 위엄을 보여주고 있는 것. JTBC 《바람이 분다》는 알츠하이머에 걸려 사랑하는 아내와€이혼을 결심한 남자, 아이를 갖기 위해 이혼을 결심한 여자가 6년 후 재회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극 중 김하늘은 이별의 끝에서 다시 사랑과 마주하는 인물, 결혼 5년 차 디자이너 이수진을 연기한다.

매 작품이 그렇지만 《바람이 분다》는 김하늘에게 유독 특별한 작품이다. 출산 후 첫 복귀작이자, 데뷔 이후 첫 월화 드라마, 그리고 첫 종편작이다. KBS 《공항 가는 길》 이후 3년 만의 드라마 컴백작이기도 하다. 여러모로 ‘첫’이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럽지만 정공법을 택한 것이다.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김하늘은 ‘엄마’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 아름다운 미모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멜로 여신의 귀환을 공식적으로 알린 것이다.€

ⓒ 우먼센스 제공
ⓒ 우먼센스 제공

감우성과 만드는 역대급 멜로

“대본을 받기 전 시놉시스를 보고 드라마의 매력을 느꼈어요. 멜로 드라마라고 단정 짓기보다는, 극 초반 흥미로운 볼거리가 많으면서 가슴을 울리는 작품이에요. 그리고 ‘수진’이라는 캐릭터 자체에도 매력을 느꼈어요,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여자예요. 그만큼 캐릭터에 몰두하고€고민하며€또 표현할 수 있겠다 싶어 욕심이 났어요.”

3년 만의 컴백은 당연히 부담스럽다. 용기를 준 것은 상대배우 감우성의 존재 그 자체다. “사실 먼저 감우성 선배님이 캐스팅됐다고 들었어요. 그동안 선배님의 연기를 잘 보고 있었고, 한편으로는 상대 배우인 선배에게 의지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어요. 같이 연기를 하면 든든하기도 하고, 많이 배우면서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심도 있었고요. 그래서 더 자신 있게 선택할 수 있었어요.”

상대 배우에게 기댄다고 말하지만 사실 김하늘은 모험심이 투철한 여배우 중 하나다. 결혼 후엔 ‘선택’이 더 과감해졌다. 전작 《공항 가는 길》은 불륜 논란 속에서도 작품성을 지켜냈고, 이어 《여교사》에서는 제자와의 파격적인 멜로를 펼쳤다. 영화 《신과 함께》에서는 데뷔 20년 만에 처음으로€카메오 출연을 했다. 당시 한 인터뷰에서 김하늘은 이렇게 말했다.€

“《공항 가는 길》은 출연하기 전까지 망설이고 우려되는 부분이 컸어요. 《여교사》도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시청자들이 작품 속 제 모습을 인정해 줬어요. 이제는 작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 두려워하기보다는 저를 믿고 과감하게 선택해 보려고 생각 중이에요. 다음 작품은 과연 제가 어떤 캐릭터를 선택할지 저도 궁금해요.”

감우성과 김하늘은 《바람이 분다》를 통해 처음 만났다. 하지만 ‘급’이 다른 호흡을 보여주고 있다. 《바람이 분다》의 정정화 PD는 “마치 전에도 작품을 함께 한 것처럼 잘 어울렸고 결이 잘 맞았다”고 감탄했다. 김하늘의 생각은 어떨까.

“현장에서 선배님과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매 장면 감정선을 중요하게 생각하니까요. 매 신마다 디테일하게 이야기를 하는 편인데, 그 과정에서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선배님께서 이야기해 준 적이 많아요.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초반에 하나하나 만들어가면서 찍은 장면이 많았는데, 덕분에 수진이를 더 많이 이해하게 됐어요.”

실제로 김하늘의 캐릭터 분석법은 캐릭터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인물을 이해하고 공감하지 못하면 아무리 슬픈 생각을 해도 절대 눈물이 나기 않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집중력 있기로 소문이 자자하지만 카메라 밖에서의 그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카메라 밖에서는 정신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편이에요. 슬픈 신을 앞두고 계속 슬픈 감정을 갖고 있지는 않아요. 어릴 때는 음악도 슬픈 거 들으면서 그 감정에 빠져 있으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절 지치게 만든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리허설하려고 카메라 앞에 섰을 때부터 감정을 잡아요. 그렇지 않으면 진이 빠져서 몰입을 못 하겠더라고요.”

 

출산 후 선택한 첫 작품

김하늘은 지난 2016년 3월€한 살 연하의 사업가 최진혁씨와 결혼했다. 그리고 지난해 5월 딸을 출산했다. 결혼 후 김하늘은 부모님에게 느꼈던 편안함을 남편을 통해 느끼는 중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연기도 더욱 깊어졌다. 신혼 초 한 인터뷰에서 결혼생활을 공개했다. “결혼 전엔 제가 말이 이렇게 많은 사람인지 몰랐어요. 남편과 같이 있으면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지는지 밤이 되면 목이 아플 정도예요. 그리고 수시로 ‘아이 목욕시켜주는 남편이 세상에서 제일 멋지다’며 세뇌시키고 있는 중이에요.”

결혼과 출산 등 인생의 큰 변화를 겪은 그녀에게 배우로서 달라진 점이 있느냐고 물었다. “생각보다 크게 다르진 않아요. 결혼과 출산 등은 내 개인적인 삶이고, 저는 연기를 하는 데 있어 그것과 상관없이 작품을 선택하기 때문이에요. 지금까지 제가 해 오던 방향이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작품에 임하는 자세도 변함없고요. 다만 같은 자리에서 저를 묵묵히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달라진 점이죠.”

김하늘은 지난 1월6일 가톨릭 주보에 자신의 세례명인 세실리아로 글 하나를 기고하기도 했다. 그 글에서 작년 5월 한 아기의 엄마가 됐음을 밝히며 자신의 변화하는 감정을 담담하게 써내려가 화제가 됐다. 그는 “출산 전 한 달은 정말 끔찍한 공포의 시간이었다. 너무 무서워 항시 묵주를 손에 들고 다녔다. 다행히 딸을 무사히 낳았고 지금은 아이를 정신없이 키우다 보니 그 당시의 공포를 잊게 됐다”며 “하루는 아기가 곤히 잠든 모습을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내 딸을 위해서라면 내 목숨을 내놓을 수 있겠구나, 하고.”

‘엄마가 된 멜로 스타’ 김하늘. 하지만 그녀의 욕심은 멈추지 않는다. 필모그래피를 쌓은 만큼 배우로서 책임감도 늘고 도전하고 싶은 장르도 늘었다. 사극에 대한 의욕도 있었고 동네를 어슬렁거리는 불량한 역할도 해 보고 싶다. “예전에는 감정이 힘든 작품을 했다면 그다음에는 무조건 밝은 작품을 선택했어요. 그런데 나이가 들고, 경력이 쌓이니 그 감정마저도 괜찮아지더라고요. 조금씩 성장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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