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변호사의 밀착 연애상담서 《연애도 계약이다》
  • 조철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6.09 11:00
  • 호수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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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하게 바라보고, 물어보고, 이야기하라”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남자 주인공이 사귀던 여자에게 따지듯 던지는 대사다. 이것이 질문이라면 어떤 대답이 돌아와야 할까? 적절한 답을 찾기 어려워 한국 대학가에서는 연애와 데이트 강의가 열풍이란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사랑에 실패했나요? 수업 들을 시간입니다’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올릴 정도다. ‘사랑학’ 강의가 대학에서 인기를 끈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학뿐 아니라 방송가와 유튜브에서도 연애 이론·상담 채널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연애도 사랑도, 가이드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다. 남녀관계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분쟁도 많아지는 추세라 법률 전문가도 나섰다. 

“연애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해진 공식은 없다. 데이트 폭력, 불법 촬영, 스토킹 등 사랑이라는 이름이 붙은 잘못된 만남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탈(脫)연애·결혼을 외치는 사람마저 나오는 이때, 연애 당사자들이 원하는 방식의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교섭이 필요하다.”

《연애도 계약이다》 박수빈 지음│창비 펴냄│276쪽│1만5000원 ⓒ 창비 제공
《연애도 계약이다》 박수빈 지음│창비 펴냄│276쪽│1만5000원 ⓒ 창비 제공

절대 ‘갑’도 만년 ‘을’도 없는 ‘쌍무계약’

최근 《연애도 계약이다》를 펴낸 박수빈 변호사는 안전하고 자유롭게 사랑하기 위해서는 연애도 계약임을 기억하고, 교섭 단계(썸 타기)에서부터 꼼꼼하게 조항을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계약이라고 잘 인식하지 못하지만 물건을 사고파는 일부터 다른 사람이 부탁한 일 처리,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일까지 일상의 많은 부분이 실상 ‘계약’이다. 그리고 많은 경우 계약서에는 기재되지 않았지만 ‘상대방이 당연히 해 주었어야 하는 일’이 이행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분쟁에 이른다. 각종 계약 관련 소송을 경험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단어 하나, 문장 한 줄을 두고도 양쪽의 생각이 이렇게 다른데 우리는 왜 연애라는 계약에서는 서로가 원하는 바를 꼼꼼히 따지지 않을까?” 

박 변호사는 언뜻 거리가 멀 것 같은 연애와 계약, 두 소재를 엮어 험한 세상에서 나를 지키며 연애하기 위한 가이드를 제시한다. 갈등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것이 체화된 변호사만이 들려줄 수 있는 현실적인 ‘사랑학 개론’이다. ‘썸 타는’ 그때부터가 교섭의 시작이고,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등기부등본을 떼어 보듯 상대방의 연인 유무를 확인해야 하며, ‘양다리’는 이중 계약이나 다름없다는 등 법조인다운 발상으로 연애와 사랑을 뒤집어 본다.

“법 덕후만 이해하는 농담이지만 ‘연애는 물권법이 아니라 채권법’이다. 나도 연애 상대에 대해 소유의 영역으로 생각하려는 걸 계속 극복해 왔다. 어떻게 보면 자신을 꾸며주는 화려한 액세서리처럼 생각하는 거다. 생각보다 여자들도 남자에 대해 소유 관점으로 연애를 많이 하는데, 결국 그런 관점을 서로에게 허용하는 순간 여자가 피해자가 된다는 걸 어릴 때는 잘 인식하지 못했다.” 

계약에 ‘갑’과 ‘을’이 있듯이 연애도 때로는 기울어진 관계로 맺어지곤 한다. 상처받을 것을 알면서 연애에 뛰어들기도 하고, 가끔은 아픔마저 달콤해서 기울어진 관계를 감내하기도 한다. 박 변호사는 연애 관계에서 명심해야 할 것은 갑에게도 을에게도 각자의 권리가 있다는 점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집주인이 아무리 ‘갑’이어도 무한의 권력을 쥐는 것은 아니고 ‘을’인 세입자 역시 ‘갑’에게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듯이 말이다. 

“실제로 갑을 관계는 당사자를 이야기할 때 A나 B처럼 호칭의 용어인데 사람들이 너무 자연스럽게 갑질로 바로 연결하고, 을이라고 하면 지나치게 자신을 권리가 아무것도 없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계약은 기본적으로 쌍무계약이기 때문에 을이라고 해도 갑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게 있다. 이행이 안 될 때는 계약을 깰 권한이 있고, 자신이 상대방에게 항상 권한이 있는 사람이라는 걸 생각하면 좋겠다.”


위험한 사랑보다 안전하고 당당한 사랑을 위해

박 변호사는 연애를 계약이라고 생각하면 또 명확해지는 것이 있다고 설명한다. 상대방이 연애를 계약의 관점에서 체결할 수 있는 사람인가, 즉 나를 동등한 주체로 보는가를 따져보는 과정을 통해 위험한 사람을 걸러낼 수도 있다.

“사실 완전한 동등함은 불가능할 것이다. 어떤 불균등한 위치에서든 계약을 체결할 자유는 있지만, 계약법에서는 그 한계를 정해 놓고 있다. 지나치게 상대방의 자유를 침해하는 권한을 남용하거나 상대방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해 계약을 맺어도 안 된다. 사기를 쳐서 계약을 맺어서도 안 되고. 마찬가지로 연애에서도 물론 더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상대방의 기준에 맞추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건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상대방이 원하는 걸 다 받아들이는 게 연애는 아니다.”

연애를 계약의 관점으로 바라본다고 해서 이해타산적이라거나 ‘기브 앤 테이크’ 식의 관계를 지향하는 것이라고 오해해서는 곤란하다. 박 변호사는 오히려 서로가 서로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섬세하게 바라보고, 물어보고,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제안한다. 

“사회가 정해 놓은 틀에서는 사귀기로 하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다 해 줘야 한다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하지만 각자가 생각하는 사회적 역할과 요구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소통하고 이야기하고 맞추지 않으면 둘의 관계가 같은 목적에 의해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화가 매우 중요하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내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건 너무 자연스럽고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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