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의 핵심은 학생이 행복한 학교”
  • 황최현주 부산경남취재본부 기자 (sisa520@sisajournal.com)
  • 승인 2019.06.07 13:00
  • 호수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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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종훈 경남교육감 “인권조례는 꼭 필요…계속해서 도의회 문 두드릴 것”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 문제로 경남도의회에 때아닌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지난 5월 학생인권조례가 도의회의 문을 두드리면서부터다. 2014년에 이어 2018년 경남 교육의 수장에 오른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당선 직후 취임 2기의 핵심 목표를 밝히며 ‘경남학생인권조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 경남교육청 제공
ⓒ 경남교육청 제공

지역에서 격한 찬반 움직임 일어

그러나 학생의 표현과 집회의 자유, 성(性)적 자유 결정권, 반성문 금지, 휴대기기 사용 허용 등을 포함하는 조례 내용이 알려지자 지역에서 격한 찬반 움직임이 일었다. 특히 지난 5월 조례가 경남도의회에 제출되자 보수단체와 진보단체가 릴레이 기자회견에 이어 천막 농성까지 벌이며 첨예하게 맞섰다. 결국 조례는 첫 단추인 상임위원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본회의 상정이 무산됐다. 한때 김지수 도의회 의장이 직권상정하거나 도의원 20명의 서명을 받아 본회의에 다시 올려야 한다는 대안도 제기됐으나 ‘주장’으로 끝났다.

박종훈 교육감은 왜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이토록 공을 들이고 있을까? 경남의 첫 진보교육감으로 재선에 성공한 박 교육감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 내내 대학입시 위주로 점철된 우리나라 교육계가 더 이상 비뚤어진 방향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며 교육의 본질 회복과 혁신을 자주 언급했다. 특히 “교육의 본래 모습을 회복하고 나아가 혁신에 이르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행복을 최고 가치에 둬야 하고 그 화룡점정은 학생인권조례”라며 “학교에 인권존중 문화가 없다면 아이들의 행복한 삶을 기대할 수 없다”고 조례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보수단체들은 조례가 무분별한 임신과 낙태, 학업 태만, 교권 추락 등으로 이어져 청소년들의 비행을 조장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박 교육감은 이들을 어떻게 설득하고 있을까? 그는 먼저 “조례를 준비하면서 학생·학부모·교원·도민들의 의견 약 1만여 건을 수렴했고, 수차례에 걸친 공청회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등 일방통행이 되지 않도록 노력했다”면서 “서울을 비롯한 경기·전북·광주교육청에서 이미 유사한 조례가 선포됐고, 법원도 ‘교사나 학생의 권리를 새롭게 제한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해석하고 있는 만큼 조항의 문구 하나하나가 아닌 큰 그림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실제 경남학생인권조례는 수정을 거듭하며 ‘학교는 학생의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 소지를 금지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에 ‘학생은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의 사용으로 교육활동을 방해하거나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또한 반성문 강요 금지 조항은 ‘성찰문’ 등 상황에 맞는 대안적 지도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완화됐으며, 소지품 검사 제한도 안전과 건강에 관련된 경우에 한한다는 단서를 달아 검사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특히 17조에서 ‘성(性)인권 교육’이라는 말이 동성애를 조장할 수 있다는 보수단체의 주장을 일부 수용해 ‘성인지 교육’으로 바꾸고 ‘성평등’ 용어도 삭제했다. 그러나 조례는 9명으로 구성된 교육위원회 표결에서 찬성이 3표에 그쳐 도의회의 문을 넘지 못했다.

5월 통과는 무산됐지만 경남학생인권조례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박 교육감은 조례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학생들에게 인권조례는 꼭 필요하므로 6월 열리는 정례회를 비롯해 계속해서 도의회의 문을 두드리겠다”며 조례 제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거듭 밝혔다.

경남교육청에서 추진 중인 미래교육테마파크 조감도 ⓒ 경남교육청 제공
경남교육청에서 추진 중인 미래교육테마파크 조감도 ⓒ 경남교육청 제공

“인성 교육과 역사 의식 고취도 미래 교육의 중요한 ‘축’”

박종훈 교육감은 학교 수업의 혁신과 학생 인권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는 과정에서 자칫 인성 교육과 역사 의식의 중요성이 도외시될까 염려하는 눈치였다. 박 교육감은 “인성 교육의 목표는 미래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성 역량을 갖춘 민주시민을 육성하는 것”이라며 “인성 교육도 수업 혁신의 연장선이며 이를 위해 예술·체육·인문 등 테마별 인성 교육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성을 함양하기 위해서는 자치활동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직접 생활규정을 만들고 실천하는 자치활동을 활성화하면 남을 배려할 줄 아는 공동체 의식이 함양되고 인성도 함께 성장할 것”이라며 미래가 요구하는 인재의 덕목 가운데 하나로 ‘인성’을 꼽았다.

역사 의식 고취를 위해서는 역사의 현장에서 직접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육감은 “3·1운동과 임정 수립 100주년 기념행사를 비롯해 중국 독립운동사 탐방연수, 일제 잔재청산 및 우리 얼 살리기 교육, 위안부 교육 등을 통해 학생들의 나라 사랑 정신을 일깨우고 있다”며 “역사 교육 또한 미래 교육의 한 축”이라고 강조했다.

화제를 바꿔 경남교육청의 현안을 물었다. 박 교육감은 미래교육테마파크 조성, 특성화고교 문제, 고교 무상교육 등을 언급했다. 그는 먼저 “미래교육테마파크는 학교와 가정, 마을, 지역 등 공동체를 연결하는 교육허브 기관으로 놀이 기반 학습 플랫폼 위에서 미래 교육의 실질적인 연구를 장려하는 곳”이라며 “여기에서 학생들은 교과서 공부가 아닌 다양한 체험, 즉 학교 수업의 혁신을 경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존폐위기론이 대두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내 특성화고등학교에 대해서는 ‘공동 노력’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박 교육감은 “학생의 ‘안전’ 위에 체계적인 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최근 ‘경남교육청 취업지원센터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을 마련했다”면서 “유관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우수 기업체를 발굴하는 등 취업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화두로 떠오른 고교 무상교육에 대해서는 “경남의 전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이르면 올해 3학년 2학기부터 시행해 오는 2021년에 전 학년을 대상으로 무상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라며 강한 의지와 자신감을 나타냈다. 특히 “최근 무상교육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여러 부서로 흩어져 있는 업무를 부교육감을 단장으로 한 추진단으로 통합하는 ‘고교 무상교육 추진단’을 발족했다”면서 “제도 정비와 재원 확보를 위해 ‘학교 수업료 및 입학금에 관한 조례’ 개정안과 추경예산 편성안을 준비 중이며 학부모들의 부담 경감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남학생인권조례가 6월4일 개회한 경남도의회 364회 정례회를 통과하려면 도교육청은 회기 종료 일주일 전인 6월17일까지 의장 직권 상정이나 68명 도의원 가운데 20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본회의 부의를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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