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료 업계 혁신 모델 된 공유주방 비즈니스
  • 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장·경영학박사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6.19 11:00
  • 호수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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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목적에 따라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취사선택 가능 장점

정보기술(IT)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공유경제가 우리 사회의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공유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로렌스 레식 하버드대 교수가 만들어낸 개념이다. 물건을 기존의 소유 대상에서 공유 대상으로 바꾸는 게 기본 콘셉트다. 즉, 소유보다 이용에 가치를 두는 소비경제를 뜻한다. 에어비앤비(Airbnb)와 우버(Uber) 등 해외 스타트업이 이 플랫폼을 도입해 대박을 터트린 바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새로운 음식업 창업 트렌드가 요리 문화의 풍경까지 바꿔놓았다. 불과 6~7년 만에 300여 개의 지원센터가 개설됐을 뿐 아니라, 관련 시장도 50% 이상 성장했다. 음식업 인큐베이팅 센터인 ‘공유주방’ 얘기다. 초기에는 경기 침체기의 일시적인 해법으로 시작됐던 모델이 현재는 식음료 업계의 새로운 혁신 모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삼성전자가 2016년 인수한 미국 럭셔리 주방가전 브랜드 데이코 행사 모습 ⓒ 뉴시스
삼성전자가 2016년 인수한 미국 럭셔리 주방가전 브랜드 데이코 행사 모습 ⓒ 뉴시스

6~7년 만에 300여 개 지원센터 개설

공유주방은 주방 설비와 기기를 갖춘 공간을 외식사업자들에게 대여해 주는 새로운 서비스다. 음식을 만들고 팔 수 있도록 허가된 상업 공간으로 정의할 수 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주방이라기보다 커미서리(commissary) 즉, ‘다량의 음식을 만들어 여러 장소에 배달되도록 하는 중앙집중식 음식보급소형 주방’이라고 해야 맞다. 

처음 도전한 기업은 2013년 워싱턴에서 시작한 유니온 키친(Union Kitchen)이다. 이 회사는 생산시설인 주방, 유통, 식료품점 등을 묶어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식음료 비즈니스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다. 8주간 교육 후 출점을 지원하고 있는데, 인도 간식업체 사샤(Sasya)와 전직 해병대 출신 두 명이 창업해 커피 마니아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컴파스 커피(Compass Coffee) 등 수많은 창업가를 배출했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공유주방 바람이 거세다. 사실 공유주방이란 말을 쓰진 않았지만 2015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청년들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만든 ‘청년 키움식당’이 국내 공유주방의 시초 격으로 평가된다. 지금은 공공기관과 대기업의 제휴로 만들어진 위너셰프, 서울창업허브 공유주방, 목포 엘에이치(LH) 공유주방 등 10곳 이상 운영되고 있다. 민간시장에서는 작년부터 시작됐는데 불과 2년이 채 안 돼서 공유주방을 운영 중인 업체만 12개나 된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공유주방을 통해 창업할 수 있을까? 그건 공유주방도 비즈니스 모델이 몇 가지로 나뉘기 때문에, 입주자가 창업하고자 하는 목적에 따라 선택해야 한다.

가장 보편화된 모델은 지금 우리나라에서 주로 진행되고 있는 ‘공유주방(Shared-use kitchens)’이다. 외식 창업가인 입주자는 일정한 월 이용료를 내면 4~5평 크기의 작은 주방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는 재창업자나 경쟁력 있는 셰프가 입주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심플키친이 대표적이며 월 이용료 160만원을 내면 입주할 수 있다.

만일 외식업을 처음 하려는 사람이라면 ‘인큐베이터 주방(incubator kitchens)’을 이용해야 유리하다. 이 모델은 기본적으로 주방을 임대해 주지만, 여기에다 메뉴 개발 교육, 법률·세무정보, 채널 개발, 디자인 및 인쇄 등 소위 창업 과정에 필요한 대부분의 서비스를 지원받게 된다. 대표적인 업체로는 위쿡이 있다.

일본에는 점포 공유만으로 체인사업을 하는 곳도 생겼다. 오니비프(鬼ビーフ)라는 곳인데, 점포를 공유하거나 일정 시간 동안 점포를 빌려주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나누다키친이 이런 방식으로 도전장을 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지만 ‘식품 액셀러레이터(food accelerators)’ 모델도  있다. 일종의 키친 랩(Kitchen lab) 형태인데, 음식이 아닌 식품이나 패키지 상품을 만들어 팔려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모델이다. 브랜드 론칭을 하기 전에 시장 테스트를 해 보거나 새로운 메뉴 개발을 위한 시설이 필요한 소규모 식품업체들에 적합하다.

이처럼 공유주방이 도입기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이 뜨겁다. 하지만 지속성 여부로 넘어가면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기존 로드숍(Road shop)과의 시장 충돌이다. 큰돈을 들여 창업한 자영업자들이 반발할 경우, 대응 방안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둘째는 법적인 문제다. 현재 공유주방은 오픈된 주방을 공동으로 사용할 경우 사업자등록을 할 수 없다. 이 문제는 정부가 해결해야 하는데,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에서 기존 택시업계와 타다 등 공유 서비스 업계가 첨예한 분쟁을 벌이는 것처럼 기존 자영업자들의 묵시적 동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공유경제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하면서 공유주방이 식음료 업계의 혁신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5월 제주에서 열린 푸드앤와인페스티벌 모습 ⓒ 연합뉴스
공유경제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하면서 공유주방이 식음료 업계의 혁신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5월 제주에서 열린 푸드앤와인페스티벌 모습 ⓒ 연합뉴스

기존 시장과의 충돌 우려는 여전

마지막으로 공유주방 입주자들의 경쟁력 문제다. 지금처럼 신규창업자들이 공유주방을 통해 창업할 경우 고객들의 반응이 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다 정교한 모델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10개 전후의 제한된 메뉴를 각각의 셰프가 직접 개발해 배달해 주는 모델로 접근하면 유리하다. 분식집을 연상하면 쉽다. 분식집에 가면 라면, 떡볶이, 김밥 등 여러 메뉴가 있지만 실제로는 주방장 한 명이 모두 만들기 때문에 그 맛이 그 맛이다. 하지만 공유주방에서는 10명의 주방장이 각기 한 개씩 메뉴를 책임지면 배워서 창업하는 사람들보다는 훨씬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공유주방 비즈니스 모델은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고 아이디어 실험이 가능하며 비즈니스 통찰력을 길러줄 수 있다는 점에서 푸드프레너(foodpreneurs)들에게는 기회의 장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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