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학생보다 가해 교사 보호가 우선인가”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9.06.18 08:00
  • 호수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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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 시·도교육청 중 ‘스쿨 미투 처리 현황’ 공개 3곳뿐

지난 1년간 전국 학교에 들불처럼 번진 ‘스쿨 미투’는 지금, 그 흔한 통계 하나 찾아보기 어렵다.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의 수는 물론, 이들의 징계 현황도 제대로 알 수 없다. 학생·학부모를 비롯한 시민단체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를 관할하는 전국 시·도교육청들은 정보 공개를 극히 제한하고 있다. ‘개인의 사생활’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점 등이 주된 이유다. 이러한 ‘깜깜이’ 속에서, 미투 발생 후 수개월째 교육청 감사조차 받지 않은 학교도 다수에 이른다. 심지어 가해 교사 중 일부는 이미 징계 절차를 마치고 학교로 복직해 있는 상태다. (시사저널 1548호 '‘스쿨 미투’ 1년, 피해 학생은 떠났고 가해 교사는 돌아왔다' 기사 참고)

스쿨 미투 활동에 앞장서온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 3월 제주를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에 스쿨 미투 1년 현황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청했다. 이들이 각 교육청에 요청한 항목은 총 15가지였다. 해당 지역 내 미투 발생 학교 명단과 가해 교사 수는 물론, 교육청 감사 보고서와 가해 교사들의 징계 현황 및 사과 여부도 물었다. 학교의 재발방지 대책 실시 여부도 요구했다.

그러나 2주 후 돌아온 각 교육청의 답변은 대부분 질문서보다도 짧고 간결했다. 16개 교육청 가운데 전남·전북·경북도교육청 등 3곳만이 정보를 공개했다. 이들은 3월 당시 지역 내 미투 발생 학교가 각각 단 한 곳으로 파악돼, 공개 결정이 비교적 용이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외 13곳은 ‘비공개’ 또는 ‘부분공개’를 결정했다. 대부분 개인의 사생활 또는 인사와 관련됐거나, 수사 중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명시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학교폭력예방법 내 비밀누설금지 조항도 비공개 사유 중 하나로 적었다.

지난 3월 ‘정치하는엄마들’은 서울시교육청에 구체적인 스쿨 미투 현황 정보를 청구했다(왼쪽).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대부분 비공개·정보부존재 통보를 했다.
지난 3월 ‘정치하는엄마들’은 서울시교육청에 구체적인 스쿨 미투 현황 정보를 청구했다(왼쪽).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대부분 비공개·정보부존재 통보를 했다.

서울시교육청 “인사와 관련돼 비공개 대상”

스쿨 미투 발생 학교가 23곳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서울시교육청 역시 부분공개 결정을 통지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미투 발생 학교명과 SNS상에 오른 주요 피해 사례들을 정리해 답변했다. 해당 학교들에 대한 교육청 감사 보고서를 공개해 달란 요구엔 학교별 감사 실시 여부만 OX로 공개했다. 그 외 대부분을 비공개로 결정한 사유에 대해 교육청 담당 주무관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가해 교사와 피해 학생 수는 교육청 자체 조사와 SNS상에 나온 사례의 수가 달라 공개하기 모호했다. 가해 교사의 사과 여부는 헌법상 강제할 수 없는 부분이라 파악하기 어려웠다”면서 “이들의 징계 또는 직위해제 여부는 인사와 관련돼, 정보공개법상 비공개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각 교육청으로부터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자료를 받은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 5월14일 전국 모든 시·도교육청을 대표해 서울시교육청에 대해 정보공개거부처분을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을 진행했다. ‘정치하는엄마들’ 김정덕 활동가는 “피해 학생들조차 처리 상황을 모르는 상황에서 어떤 학생이 더 용기를 낼 수 있을까”라며 “교육청들은 피해 학생과 학부모들의 알 권리보다 가해 교사와 학교 보호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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