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화웨이를 규제하는 세 가지 이유
  • 박성중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 연구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6.19 08:00
  • 호수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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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면 끝장…‘5G 기술전쟁’ ‘국방·안보 전쟁’ ‘中 고립 전략’ 펼쳐

미국과 화웨이의 갈등은 오바마 정부 시절까지 거슬러 오라갈 만큼 오래됐다. 2011년 이후 백악관뿐 아니라 하원까지 합세해 기술 유출과 해킹 위험을 명분으로 미국 기업과의 기술 거래와 현지 진출을 제한해 왔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화웨이를 견제하고 있는 것일까?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5G(차세대 이동통신)를 기반으로 한 기술전쟁 때문이다. 둘째는 국방과 안보, 셋째는 G2(주요 2개국) 헤게모니 충돌에서 우방국가를 포섭하고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함이다.

글로벌 통신장비 분야에서 화웨이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 AP 연합
글로벌 통신장비 분야에서 화웨이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 AP 연합

화웨이 인프라 기반의 통신 사용자 30억 명 이상

글로벌 통신장비 분야에서 화웨이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현재 170개국과 40여 개 통신사, 포춘 500대 기업 대부분에 통신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기업 네트워크와 통신망 서비스에서는 전 세계 30% 이상의 점유율을 갖는다. 화웨이 인프라 기반의 통신 사용자는 30억 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며 5G 상용화 이후 더욱 확대될 수 있다.

화웨이는 5G 장비 분야에서 기술적 우위를 선점했다. 2018년까지 5G 부문에만 14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 공격적인 연구·개발(R&D)을 진행했다. 압도적 기술력과 특허 출원 건수로 5G 표준 필수 특허 보유 수 및 표준 개발 기술 기여도에서 공히 글로벌 1위다. 5G 상용 공급계약 업체 역시 2019년 4월 40개 이상까지 늘어났고, 5G 기지국 공급은 7만 개를 넘어서는 등 실제 수주도 본격화되고 있다.

화웨이가 5G에 주력하는 이유는 단순히 글로벌 통신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함은 아니다. 화웨이의 미래 핵심 사업 방향성이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클라우드, 인공지능(AI)에 있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5G 통신기술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큰 그림에서 보자. G2 분쟁을 무역 프레임으로 일반화해선 안 된다. 미·중 갈등의 본질은 통상이 아닌 헤게모니 충돌과 주력 산업 경쟁구도 심화에서 찾아야 한다. 미국의 소비와 중국의 생산경제에서 공존의 균형을 갖던 G2는 중국의 경제 규모 성장과 산업 고도화로 주력 산업에서 대치구도의 경쟁관계로 변화했다.

특히 ‘제조 2025’로 완성되는 중국 산업 고도화는 미국의 주력 산업 부가가치를 훼손할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가 지정해 육성하는 7가지 신성장 산업은 4차 산업 기반이 주력 산업이며 이는 5G를 기반으로 생태계가 조성된다. 미국은 이를 좌시할 수 없다. 무역분쟁으로 야기된 두 국가의 신냉전 시대는 기술전쟁으로 수렴했다. 미국과 중국의 분쟁은 각자가 가진 영역에서 주변국을 포섭해 상대를 압박하는 시기에 도달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첨단기술, 금융, 경제력을 기반으로 주변국을 압박해 중국과의 연대를 막고 있으며, 그 시작점이 화웨이 제재다.

미국이 화웨이 제재에 쓸 수 있는 강경 카드는 이미 단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15일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통신장비 판매와 사용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로스 상무장관은 화웨이 68개 자회사 모두를 제재 리스트에 추가했다. 상무부 행정명령 이후 공급업체 중심으로 ‘탈화웨이 현상’이 목도됐다. 특히 스마트폰 사업부에 구글의 안드로이드, 유튜브, 지메일 서비스 사용이 제한됐다. 퀄컴, 인텔, 마이크론 등 반도체, 영국의 반도체 설계회사 ARM까지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선언했다. 주요국 통신업체는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 중단까지 선언한 상태다.

화웨이는 1년 이상의 부품을 확보했고 예상된 제재라 충분한 준비를 마쳤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할 전망이다. 화웨이가 납품받는 핵심 부품 벤더는 91개사며, 이 중 중국 로컬업체는 24개다. 미국 업체가 33곳으로 가장 많다. 미국 행정명령에 직접적 제재 조치 이행 의사를 밝힌 일본 기업도 11곳, 대만은 10곳에 달한다. 중국 현지 분석에 따르면 일부 부품은 로컬업체로 대체 가능하지만 반도체, 소프트웨어, 5G 장비 등 분야에서 20개 이상의 부품이 1~2년 내 대체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화웨이 사태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통신장비, 핸드셋 분야에서 화웨이와 경쟁구도를 갖는 한국 입장에서 실익을 따져볼 시기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화웨이 사태 반사이익과 관련된 수혜 업종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중국발 IT 수요 위축과 업황 불확실성 고조 상황에서 한국도 자유로울 수만은 없다. 화웨이는 사업구도에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과 직접적 경쟁관계지만 ‘협력과 공생의 관계’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화웨이가 한국에서 납품받은 부품 수입 규모는 16억5000만 달러로 한국 대중 수출의 6.6%에 달한다. 한국 3대 통신사는 유무선 통신망에서 화웨이 장비와 서비스망을 사용하고 있고 5G 분야에서 계약도 체결한 상황이다.

미·중 간 외교 문제도 또 다른 불확실성으로 부상했다. 한국은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미국, 경제와 통상에서는 중국의 절대적 영향력 안에 있다. 양자택일은 아닐 수 있지만 미·중과 연계된 정치적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환경임은 분명하다.

반사이익 검증하고 장기적 시각에서 대응해야

일본과 대만은 미국, 러시아와 유럽은 중국과의 연계구도를 형성했다. 아직 신냉전이라는 단어가 조심스럽지만 지난 역사에서 찾아볼 수 없던 구도임은 분명하다. 트럼프와 중국 관영언론은 한국에 직접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의 통상 압력과 군사협력 관계를 고려하면 미국의 압박을 피할 대안이 묘연하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지난 사드 제재를 경험하며 중국과의 갈등이 레저·관광, 소비재, 미디어·게임, 소재·산업재 등 국내 업종 전반에 절대적 영향력을 미쳤던 경험이 있다.

이 때문에 장기적 시각에서 이번 사태를 볼 필요가 있다. 화웨이 사태의 진정 여부를 떠나 미·중 분쟁은 글로벌 테크, 금융, 안보 전역에 새로운 생태계 조성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특히 테크 분야는 5G 인프라 구축 이후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된다. 미·중을 둘러싼 신냉전 시대는 총성 없는 기술전쟁과 금융전쟁으로 전개될 수 있다. 화웨이 사태가 소강상태로 진입한다 하더라도 양대 진영 이마에 새겨진 주홍글씨는 쉽게 지워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중국 정부는 화웨이 사태 이후 관영언론을 통해 기술자립, 밸류체인 수직계열화, 국산화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관련 업종의 주가 강세도 목도된다. 국내 업체의 생존과 경쟁력 확보에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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