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형’이 이뤄낸 원팀의 신화…이강인 심층분석①
  •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 폴란드/이건 스포츠조선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6.16 08:00
  • 호수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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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더 레벨” 세계적 찬사 이끌어낸 이강인, 그의 팔색조 매력

“코리아 넘버 텐 이즈 어나더 레벨!”

외신기자들 모두 엄지를 치켜세웠다. 다른 수준이라는 얘기였다. 믹스트존에서도 코리아 넘버 텐의 말 한마디를 듣기 위해 스페인·콜롬비아·잉글랜드 기자들이 줄을 섰다. 기사들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적료가 1000억원이 넘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올 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4강에 오른 아약스(네덜란드)를 비롯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팀들이 코리아 넘버 텐을 노린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코리아 넘버 텐의 주인공은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결승행을 이끈 이강인이다.

6월11일(현지 시각) 폴란드 아레나 루블린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4강전 대한민국과 에콰도르의 경기에서 이강인 선수가 상대 선수 사이로 드리블 돌파를 하고 있다. ⓒ 뉴시스
6월11일(현지 시각) 폴란드 아레나 루블린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4강전 대한민국과 에콰도르의 경기에서 이강인 선수가 상대 선수 사이로 드리블 돌파를 하고 있다. ⓒ 뉴시스

1. 타고난 재능

이강인이 알려진 것은 2007년 4월 케이블 스포츠채널인 KBSN Sports에서 방영된 《날아라 슛돌이 3기》에서였다. 2001년생 만 6세였던 이강인은 남다른 기량을 선보였다. 그저 축구를 잘하는 아이가 아닌 ‘축구 천재’ 그 자체였다. 당시 프로그램에서 그를 지도했던 유상철 인천유나이티드 감독은 이강인에 대해 한마디로 “타고난 재능”이라고 설명했다. 유 감독은 “그 나이에 그렇게 차는 애를 본 적이 없다. 당시 PD가 오디션을 봐서 선수를 선발했는데, 강인이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성인을 축소해 놓은 느낌”이라고 했다.

에피소드를 하나 공개했다. “강인이가 7살 때 골대 맞히기 게임을 했다. 당시 다른 애들도 상당히 기량이 좋았다. 그러나 7살들이라 볼이 골대 근처에도 안 갔다. 강인이는 달랐다. 골대 근처를 가는 게 아니라 곧잘 골대를 때렸다. 축구 DNA가 워낙 뛰어났다. 가르쳐주는 기술을 보는 대로 빨아들였다.”

 

2. 스페인에서의 성장환경

이강인을 키운 곳은 스페인이다. 이강인은 10세가 되던 2011년 스페인으로 떠난다. 인천에서 축구를 하던 이강인은 에이전트의 소개로 스페인 발렌시아와 계약을 맺었다. 2013년 도르트문트, 바르셀로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바이에른 뮌헨 등이 영입을 위한 러브콜을 보냈다. 발렌시아는 이강인의 가족을 모두 데려왔다. 정식 계약을 맺었다. 유스팀과 2군팀을 거쳤다. 2017년 12월 만 16세의 나이로 발렌시아 B팀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2018년 10월 만 17세의 나이로 1군에 데뷔했다. 2019년 1월 만 17세 327일의 나이로 프리메라리가에 데뷔했다. 

현재 이강인의 강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전진 패스다. 공간과 시간을 지배하는 스루패스로 한국의 골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 패스는 스페인에서 배운 것이다. 한국 유소년 축구는 볼을 관리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미드필더라면 성공률이 떨어지는 스루패스보다는 볼 키핑에 주력한다. 스페인은 다르다. 패스를 통한 공격. 바로 스페인의 축구다. 티키타카로 유럽을 제패한 팀 역시 스페인의 명문 바르셀로나다. 전문가들은 “한국 축구는 문전 앞에서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 스페인은 다르다. 스페인 축구를 하는 이강인은 문전으로 갈수록 더 담대해진다”고 설명했다. 유상철 감독은 “당시 강인이를 보면서 국내에 있으면 묻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에 나갔으면 했는데, 기대대로 잘됐다”고 했다.

 

3. 솔직함

“저는 최대한 열심히 하고, 안되면 어쩔 수 없고요. 잘되면 좋은 거죠. 못하게 되면 실력 더 키워서 더 잘하면 됩니다.” 2019년 5월28일 폴란드 티히에 있는 티히 스타디움. 한국과 남아공의 조별리그 2차전이 열렸다. 한국이 1대0으로 승리했다. 1차전에서 포르투갈에 0대1로 졌던 한국은 1승1패를 기록했다. 조별리그 마지막 3차전 상대는 ‘20세 이하 세계 최강’ 아르헨티나였다. 이기거나 최소한 비겨야 16강에 오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한국은 객관적인 전력이 떨어졌다. 이강인에게 아르헨티나전에 대한 각오를 물었다.

이런 경우 대개 선수들의 답은 “죽기 살기의 각오로 이 한 몸 던지겠습니다”라거나 혹은 “모든 국민들이 16강을 원하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후회하지 않는 경기를 해서 꼭 16강에 오르도록 하겠습니다”일 것이다. 우리 사회가 기대하는 각오의 정석인 셈이다. 그러나 이강인은 달랐다. 안되면 어쩔 수 없단다. 잘되면 좋은 것이란다. 약간 어눌한 발음으로, 그러면서도 툭툭 내던지는 말투 속에 이강인 본인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솔직했고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한국적 틀에 전혀 얽매이지 않았다. ‘쿨내’가 진동했다. 자신의 기분과 생각을 가감 없이 전달한다. 그만큼 이강인은 솔직하다. 이 때문에 힘이 있다.

이강인은 처음부터 ‘20세 이하 월드컵 우승’을 말했다. 단순한 호기만으로 치부하기에는 단호했다. 이강인은 “대회에 참가하는 모든 팀의 목표가 우승이다.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런 솔직함은 전체로 전염됐다. 대표팀 선수들 모두 우승을 말했다. 그 결과 결승행의 기적으로 이어졌다.

 

4. 차원이 다른 기술

이강인의 등장은 한국 축구의 이미지 자체를 바꿔놨다. 차범근, 박지성 그리고 손흥민까지 세계가 지켜보던 한국 축구의 강점은 잘 뛰고, 빠른 선수였다. 거기에 골 결정력, 헌신적 수비, 멀티 플레이 능력 등이 더해졌지만 축구의 진수라고 하는 패스, 테크닉은 언급되기 어려웠다. 이강인은 가장 뛰어난 기술과 아름다운 패스를 보여주는 선수다. 한국 축구가 만난 새로운 유형의 천재다. 세계에서 가장 체계적인 유스 시스템을 지녔고, 기술 축구의 본산인 스페인에서 성장하며 이강인의 기량은 완성됐다.

이강인의 최대 강점은 유럽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개인 기술에 있다. 현대축구는 좁은 공간에서 높은 강도의 압박이 가해진다. 그것을 뚫는 탈압박 능력을 지닌 선수들의 몸값이 점점 치솟고 있는데, 이강인은 스페인이나 남미 선수 같은 개인기를 보여준다. 수비수 2~3명이 순간적으로 압박해 와도 발바닥을 이용한 드리블로 공을 간수하며 동료를 찾는다. 이번 U-20 월드컵에서 수차례 보여준 마르세유턴(상대를 등지고 한쪽 발로 공을 빼낸 뒤 몸을 180도 전환시켜 빠져나가는 기술)은 감탄사를 불러일으켰다.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실전에서 얼마나 자연스럽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인데, 이강인은 이번 대회에서 마르세유턴을 비롯한 고급 기술을 수차례 선보였다.

유일한 단점으로 지적받는 스피드 문제도 드리블의 호흡 변화로 극복했다. 속도의 변화 대신 상체를 흔드는 페인팅과 드리블 속도를 능숙하게 죽였다 살리며 상대 수비를 돌파한다. 스피드는 만 18세의 이강인이 아직 성장이 끝나지 않았고, 근력 강화를 통한 순간 폭발력 증가 등의 해법이 있는 만큼 향후 개선될 여지가 충분하다.

왼발 패스와 킥 능력도 동세대를 압도한다. 스페인 현지 언론은 발렌시아가 배출한 세계적인 왼발잡이 미드필더 다비드 실바를 이강인에 비유한다. 받는 사람의 타이밍에 맞춰 상대 수비를 깨는 독특한 리듬으로 침투 패스를 구사한다. 세네갈과의 8강전에서 상대 수비수 3명 사이를 뚫으며 조영욱의 득점을 도운 장면이 대표적이다. 오프사이드 타이밍까지 깬 절묘한 리듬의 패스였다.

킥의 강도는 역대 한국 최고로 평가받는 기성용에 버금간다는 평가다. 173cm의 크지 않은 체구지만 탁월한 발목 힘으로 강력한 킥과 크로스를 올린다. 아르헨티나전 오세훈의 헤딩골을 도운 크로스, 세네갈전 이지솔의 헤딩골을 도운 코너킥에서 강력하지만 정밀한 킥이 빛났다.

☞계속해서 ‘막내형’이 이뤄낸 원팀의 신화…이강인 심층분석② 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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