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포천시, ‘열병합발전소 반대 궐기대회’에 주민 동원 의혹
  • 서상준 경기취재본부 기자 (sisa220@sisajournal.com)
  • 승인 2019.06.1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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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시장 '열병합발전소 승인 반대집회' 주민 수천명 동원 의혹
박윤국 시장 "참수 당하더라도 발전소 승인 막겠다" 격한 표현도
집회 성격 모르고 참석한 노인들 "버스타고 마실 가는 줄 알아"

현직 시장이 '열병합발전소 승인 반대 궐기대회'에 주민 수천 명을 동원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시사저널 취재결과, 지난 6월10일 포천 열병합발전소(GS포천그린에너지) 승인 반대를 위한 궐기대회에 주민 2000여명(경찰 추산)이 참석했다. 박윤국 포천시장을 비롯해 지역 정치인(더불어민주당 도의원 2명, 시의원 5명), 시청 공무원들도 대거 궐기대회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발적인 참여도 모자랄 판에 현직 시장이 주민들을 앞장세워 '관제 데모'를 부추긴 셈이다.

박윤국 포천시장이 지난 6월10일 포천 열병합발전소(GS포천그린에너지) 승인 반대를 위한 궐기대회에 참석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서상준
박윤국 포천시장이 지난 6월10일 포천 열병합발전소(GS포천그린에너지) 승인 반대를 위한 궐기대회에 참석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서상준

참석자에 따르면 박 시장은 이날 집회에서 "참수를 당하더라도 발전소 승인을 막겠다. 목숨을 걸고라도 막겠다"며 노골적인 표현까지 썼다. '시민 건강이 우선'이라는 말을 붙였지만, 시장으로서 신중하지 못한 언행이었다는 지적이다.

집회 성격을 전혀 모른채 궐기대회에 참석한 주민들도 상당수였다. 집회 참석자 대다수는 70대 이상 노인들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한 주민(73)은 "(집회)내용을 정확히 알고 참석한 노인들이 몇이나 되겠냐"라며, "동(주민센터)에서 집회에 참석하라고 해서 나갔는데 듣고도 잘 모르겠더라"고 말했다. 다른 주민(76)은 "버스타고 마실(근처에 사는 이웃에 놀러가는 일)가는 줄 알았다"고 했다. 

일부 공무원은 이날 궐기대회가 사실상 '관제 데모' 성격이 짙다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 "전임 시장이 (발전소 설립을)추진해 산자부 허가까지 마쳤는데 박(윤국) 시장이 반대하면서 집회를 부추긴 꼴"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직원 입장에서 깊은 얘기를 꺼내지 못하지만 (행정 소송에서)지는 싸움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며 "포천시 공무원들의 속내는 열병합발전소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결국 진정성 없는 데모였다"고 일갈했다.

박윤국 시장이 집회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수년 전 포천시와 발전소 협약이 이미 완료됐고, 현재 준공만을 남겨 둔 가운데 박 시장이 별다른 이유 없이 '반대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측근은 "박 시장과 전임 시장은 대화 자체를 꺼릴 정도로 관계가 악화된 상태"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현직 시장이 '열병합발전소 승인 반대 궐기대회'에 주민 수천 명을 동원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지난 6월10일 열린 집회에는 박윤국 포천시장을 비롯해 지역 정치인(더불어민주당 도의원 2명, 시의원 5명)들도 대거 참석한 것으로 전해했다. ⓒ시사저널 서상준
현직 시장이 '열병합발전소 승인 반대 궐기대회'에 주민 수천 명을 동원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지난 6월10일 열린 집회에는 박윤국 포천시장을 비롯해 지역 정치인(더불어민주당 도의원 2명, 시의원 5명)들도 대거 참석한 것으로 전해했다. ⓒ시사저널 서상준

궐기대회를 주관한 '석탄발전소반대투쟁본부'(석투본)에 대한 정치적 의혹도 제기됐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에 따르면 '석투본'은 설립 당시부터 정치적 색채가 강했다. 관계자는 "석투본이 설립된지 5년쯤 됐는데 각 읍면동에 조직망을 갖춰놓고 활동하고 있다"며 "이쪽 출신 중에 현직 도의원과 시의원도 몇명 있다"고 주장했다.     

포천시는 열병합발전소 연료를 기존 석탄에서 LNG로 전환하지 않으면 승인을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 시장은 시사저널과 만나 "지금 시대가 친환경에너지를 권장하는 추세고, LNG로 전환하지 않으면 승인을 내줄 수 없다는 게 포천시 입장"이라고 했다. 포천시와 기존 협약 건에 대해서는 "전임 시장과의 계약관계는 잘 모른다"고 발뺌했다. 만일 '법적 다툼에서 패소할 경우 천문학적인 비용은 어떻게 감당할 거냐'고 묻자 "그건 그때 가서 해결하면 될 일"이라며 자리를 피했다.

GS포천그린에너지는 '박 시장의 변수'와 맞물려 수천 억원을 허공에 날릴 위기에 놓였다. 지난 2011년 포천시와 '집단에너지사업 협약'을 맺고, 5700억원을 들여 준공을 앞두고 있는데 갑작스런 변수와 맞닥들인 것이다. GS측은 포천시의 행태를 승인 권한을 이용한 '몽니'로 치부하며, 포천시가 고집을 꺽지 않을 경우 행정소송으로 맞불을 놓을 예정이다.  

GS 측은 "현재는 '증기' 톤당 4만3000원에 공급할 수 있는 반면, LNG로 전환하면 공급 단가가 톤당 약 8만원으로 두 배이상 급증해 업체 비용 부담이 대폭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산업단지내 일부 업체는 기존 연료를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포천시에 요청했지만 묵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LNG가 석탄에 비해 친환경 연료로 분류되면서 LNG발전소 발전 비중을 26.8%(지난해 기준)까지 높였다. 국내 LNG발전소는 경기, 부산, 전남, 충남 등 전국에 24개가 있다. 이 중 14곳이 수도권에 몰려 있고, 대부분 도심 한복판에 들어서 있다.

LNG발전이 '규제 사각지대'가 낳은 위험이라는 지적도 있다. LNG발전소는 터빈을 껐다 재가동하는 시점에 불완전연소를 일으켜 오염물질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등 선진국은 불완전연소를 줄이기 위해 24시간 가동을 멈추지 않고 있는 반면, 한국은 LNG의 전력단가가 비싸 가스터빈을 저녁에 껐다가 아침에 다시 켜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실제 LNG발전소에서 노란색 매연이 관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배출량 계측조차 하지 않는 등 규제 밖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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