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뉴브강 참사 이면, 헝가리 정권 실세 유착 의혹
  • 헝가리 부다페스트/클레어 함 프리랜서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6.14 17:00
  • 호수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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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관광객 26명 사망·실종 사고 일으킨 크루즈선, “헝가리 국영기업과 비즈니스 파트너”

5월29일(이하 현지 시각) 밤 9시경, 한국인 관광객 33명과 헝가리아인 2명을 태우고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을 유람하던 허블레아니호가 국회의사당 근처인 머르깃 다리(Margit híd) 아래에서 침몰했다. 부근에서 항해하던 크루즈선 바이킹시긴호와 충돌하면서 7초 만에 가라앉으며, 2014년 ‘세월호 트라우마’가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한국인의 가슴에 또 하나의 큰 아픔을 남겼다.

다뉴브강은 대략 3000km에 달하며 유럽에서 두 번째로 긴 강으로, 독일 남부에서 발원해 동쪽으로 흘러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루마니아를 지나 흑해로 들어간다. 부다페스트는 도시 중심에 강물이 흘러 ‘다뉴브의 진주’로 불리며 도시 자체가 유네스코에 등록될 만큼 아름답지만, 동시에 갑자기 강우량이 늘어나는 경우 위험한 강으로 변할 수도 있다. 허블레아니호가 침몰한 지 13일 만인 6월11일, 한국과 헝가리 당국은 선체 인양을 성공리에 마무리했다. 그러나 13일 현재 아직 실종자를 완전히 다 찾지 못한 상황이다.

헝가리 다뉴브강 지역에서는 해상 사고가 흔치 않다. 헝가리 통신사 MTI의 발표에 의하면, 2007년 8월15일 작은 보트 충돌 사고로 한 명이 사망했고, 같은 해 9월21일 프랑스만(French Gulf) 입구인 소록사리(Soroksari)에서 작은 모터보트가 뒤집어지면서 탑승한 8명 중 한 명이 사망한 정도다. 지난 68년간, 이번처럼 심각한 인명 피해가 발생한 해상 사고가 없었던 탓에 헝가리 시민들은 수도 한복판에서 일어난 대참사에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비통해하며 수많은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사고가 난 머르깃 다리 위와 근처의 강둑에는 사고 이후 헝가리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매일 놓고 간 국화꽃과 촛불, 인형 등이 있고, 심금을 울리는 추모의 메시지로 가득했다. 한 헝가리인은 침몰한 선박의 이름을 딴 ‘하블에아니’(hableany·헝가리아어로 인어라는 뜻)라는 시를 꽃과 함께 매달기도 했다. 

헝가리 다뉴브강에서 6월11일(현지 시각) 대형 크레인 클라크 아담이 한국인 관광객들을 태연합뉴스우고 가다 침몰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를 인양해 이동용 바지선 위에 내려놓고 있다. ⓒ 연합뉴스
헝가리 다뉴브강에서 6월11일(현지 시각) 대형 크레인 클라크 아담이 한국인 관광객들을 태연합뉴스우고 가다 침몰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를 인양해 이동용 바지선 위에 내려놓고 있다. ⓒ 연합뉴스

오르반 헝가리 총리 행태에 시민들 “미친 행동” 비난

헝가리 국민들의 애도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부적절한 행동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그는 한·헝가리 양국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현장이 자신의 총리 관저에서 가까운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현장 방문을 하지 않는 무성의함을 보였다. 이뿐만 아니라 국가 지도자로서 진심 어린 애도를 표하는 상징적인 제스처를 보이지 않는다며 현장에서 만난 많은 헝가리 시민들이 불만을 표했다.

시민들을 더욱 분노케 한 것은 페이스북에 올라온 한 장의 사진이었다. 유람선 사고 발생 이틀 후였던 5월31일, 56번째 생일을 맞은 오르반 총리는 다뉴브강을 배경으로 손녀와 찍은 사진으로 구설에 올랐다. 헝가리 매체 ‘히렉’(Hirek)은 “그래, 뒷배경으로 다뉴브강이 있다”며 “거기엔 희생자의 유해가 있고, 현재 전문가와 군인 및 다국적 잠수사들이 수요일의 참사로부터 유해를 찾고 선체를 인양하려 무지 애쓰고 있는 구역이다”며 날카롭게 비판했다.

또한 5월31일 저녁 있었던 부다성 부근 불꽃놀이를 두고 총리가 자신의 생일축하용으로 벌인 게 아니냐는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약 5000만 유로를 쏟아부어 개조한 그의 새로운 관저 카르멜리트 수도원은 이 성의 일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많은 시민들은 허블레아니호의 침몰로 온 국민이 애도하는 상황에서 매우 부적절하며, 심지어 “미친 행동”이라고 격분하기까지 했다. 페이스북에서 시작된 비판여론은 현지 언론의 비판으로 이어졌다. 헝가리 온라인 매체 ‘프로펠러(Propeller)’는 “총리의 관저 근처인 다뷰느강에는 유람선 사고로 희생된 한국 관광객들이 있다”며 “반면, 구조 헬리콥터는 활동하지 않은 채 착륙해 있다”고 비꼬았다.

6월13일 헝가리 법원이 사고를 낸 크루즈선 바이킹시긴호의 선장을 보석금 약 6000여만원에 석방키로 한 것도 현지인들의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선박 간의 소통 부재를 포함해 충돌 후 허블레아니호에 대한 어떤 구조 시도도 하지 않은 것에 공분하는 글들은 현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계속 올라온다. 헝가리 경찰청은 바이킹시긴호를 기소하기 위한 모든 자료를 다 수집했다고 밝혔으나, 많은 헝가리 언론과 시민들은 사고 후에도 압류 없이 계속 크루즈선을 항해하게 허락하는 등 사후 허술한 관리·감독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있다.

 

“다뉴브강의 비극은 오래전부터 예견된 것”

가해 혐의를 받고 있는 바이킹시긴호와 국영기업인 관광공사가 주요 다뉴브 선박회사의 비즈니스 파트너라는 사실이 ‘인덱스’를 비롯한 현지 언론에 보도되면서 현 정권 실권자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자칫 이 사고의 원인 규명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를 표하는 견해도 있다. 익명을 요하는 부다페스트의 한 중년남성은 “헝가리는 썩을 대로 썩은 부정부패의 나라”라면서 “모든 잘못을 선장 한 사람에게만 몰아 이 사고가 여러 분야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앞으로 사고원인에 관한 공정한 조사가 이뤄질지 여부에 의문을 표했다.

인덱스는 ‘바이킹 크루즈와 정부가 주요 다뉴브 선박회사의 공동 소유자(Viking and the State are the joint owners of the main Danube shipping company)’라는 기사를 10일자로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현재 오르반 총리의 정책홍보를 총괄하는 유력한 정치인 안탈 로간(Antal Rogán)의 감독하에 있는 헝가리관광공사가 다뉴브의 주요 선박회사인 ‘마하트 파스나베(Mahart Passnave)’의 소유권을 바이킹 크루즈와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고를 낸 바이킹시긴호는 이 바이킹 크루즈 소속이다.

현지의 한 선박업계 전문가는 “이번 다뉴브강의 비극은 오래전부터 예견된 것”이라며, 밤에 야경투어를 제공하는 큰 규모의 선박은 항상 위험하다고 말했던 이전 인터뷰 내용을 재차 언급했다. 이 전문가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호텔크루즈의 야간운행을 금지해 달라는 요청을 서한을 통해 헝가리 정부 당국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20년 가까이 부다페스트에 살았다는 워런은 “최근 눈에 띄게 관광객 수와 다뉴브강의 유람선 운항이 증가했다”며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정부의 적절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수의 헝가리인들이 이번 사고를 취재하는 기자에게 가장 많이 질문한 것은 “이 사고로 한국인들이 우리에게 화가 났는가” 또는 “앞으로 한국인들은 헝가리에 오지 않을 것인가”하는 우려였다. 이는 단순히 자국 관광산업의 침체를 우려하거나 한-헝가리 경제협력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이라기보다는, 양국 관계가 악화될 가능성 및 한국인에 대한 미안함이 바탕에 짙게 깔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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