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더 커져가는 ‘윤지오 후원금’ 의혹
  • 유지만·박성의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6.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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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명예훼손에 후원금 반환 소송까지…궁지 내몰린 ‘장자연 사건 증언자’

장자연 사건의 ‘유일한 증언자’를 자처한 윤지오씨(본명 윤애영)가 이제는 ‘증언자’가 아닌 ‘피의자’ 신세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얼굴을 직접 드러내고 검찰 과거사진상조사단에 출석하며 온 국민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지만, 증언의 신빙성 논란과 과거 행적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한국에 오기 전까지 활발하게 연락했던 작가 김수민씨로부터 고소당한 이후, 현재까지 5건에 달하는 고소·고발 건을 마주하게 됐다. 윤씨에게 후원했던 후원자 400여 명까지 윤씨를 상대로 후원금 반환소송을 내면서 ‘증언자 윤지오’에 대한 신뢰가 깡그리 추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윤씨는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신한은행 개인 계좌와 비영리 법인 ‘지상의 빛’과 연결된 국민은행 계좌를 공개하고 후원금을 모금했다. 현재 윤씨에게 후원금 반환소송을 제기한 후원자들은 윤씨의 개인 계좌였던 신한은행 계좌의 후원 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윤씨 측은 “비영리 법인 ‘지상의 빛’ 국민은행 후원계좌로 1600만원가량의 후원금을 받았을 뿐이며, 신한은행 계좌에 들어온 후원금은 거의 없다”는 입장이다. 윤씨는 자신에 대한 고소·고발 건이 늘어나면서 맞소송을 예고했고, 첫 번째로 윤씨의 증언에 의문을 제기했던 김대오 기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고 장자연 사건 주요 증언자인 배우 윤지오씨가 4월24일 오후 캐나다로 출국하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고 장자연 사건 주요 증언자인 배우 윤지오씨가 4월24일 오후 캐나다로 출국하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후원자 439명 “윤씨 거짓말에 속았다”

6월10일 윤씨를 후원했던 후원자 439명은 대리인 최나리 변호사를 통해 윤씨를 상대로 후원금을 돌려달라는 후원금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후원액 1023만원에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2000만원을 더해 총 3023만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소송에 참여한 후원자들은 하나같이 “윤씨의 거짓말에 속았다”는 입장이다. 윤씨는 지난 3월 얼굴을 드러내고 증언에 나서면서 “10년간 어두운 옷만 입다시피 했다” “숨어 살다시피 했다” “여전히 신변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경찰이 윤씨에 대한 신변보호에 나섰고, 윤씨도 사설 경호원을 고용했다.

윤씨는 3월18일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본인 명의의 신한은행 계좌를 공개하고 경호비용 지원 명목의 후원금을 받았다. 윤씨의 이모부가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통화 녹취에 따르면, 윤씨의 아버지는 윤씨 이모부와의 통화에서 “(그 당시) 4시간 만에 1억3000만원 이상의 후원금이 모였다”고 밝혔다. 윤씨 이모부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3월18일뿐만 아니라 19일까지 계좌가 공개돼 있었다고 하는데, 신한은행 계좌에 모인 후원금은 수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씨의 과거 행적이 SNS를 통해 하나씩 공개되면서 윤씨가 그동안 거짓말을 통해 후원금을 모금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윤씨에게 후원했다가 이번 집단소송에 동참했다는 A씨는 “윤씨는 그동안 ‘숨어 지내다시피 했다’고 강조했는데, SNS에 공개된 과거 온라인 방송 영상을 보니까 숨어 지낸 사람이라고 볼 수 없었다. 게다가 사소하게 했던 말들도 모두 앞뒤가 맞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신뢰를 완전히 잃었고, 속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송 참여자 B씨는 “고교 과정 졸업, MBA 대학원 학위 취득 과정에서도 거짓말을 많이 한 것 같다. 증언에 있어서도 신뢰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윤씨는 이 외에 비영리단체 ‘지상의 빛’ 설립에 나서며 국민은행 후원 계좌를 공개했다. 문제는 ‘지상의 빛’이 아직 완벽하게 설립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세무서에서 발급하는 ‘고유번호증’만 발급돼 있을 뿐, 단체의 사업조차 추진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윤씨는 또 ‘지상의 빛’을 세무서에 신고하면서 소재지를 자신의 경호업체 주소로 등록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고유번호증’은 세무 업무 편의를 위해 발급되는 번호일 뿐이다. 이 외의 사안은 현행 기부금품법에 따라 1000만원 이상 모금할 경우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관할 지자체인 서울시에도 ‘지상의 빛’은 아직 등록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호업체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의뢰인에 대한 사안이라 어떠한 것도 알려줄 수 없다”며 ‘지상의 빛’과 관련된 어떠한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윤씨 측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윤씨가 캐나다로 출국하기 전 급히 후원금을 모금하려 한 것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지상의 빛’ 후원 계좌로 공개된 국민은행에는 총 1600여만원의 후원금이 모인 것으로 파악됐다. 윤씨 측과 법률 문제를 상의하고 있는 시민단체 정의연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윤씨와 윤씨 어머니를 통해 확인한 결과, 윤씨에게 모인 후원금은 ‘지상의 빛’ 국민은행 계좌에 모인 1616만원이 전부라고 한다”며 “집단소송에 나선 이들이 후원금보다 더 많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다만 신한은행 후원 계좌에 대해서는 “신한은행 계좌에 모인 돈은 얼마 안 된다고 하더라”며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집단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로앤어스의 최나리 변호사는 “1차로 소송을 제기한 439명의 후원자 외에도 100여 명의 후원자들과 함께 2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윤씨 계좌에 대한 거래내역조회도 법원에 요청한 상태”라며 소송전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고소·고발 잇따르자 윤지오 측 ‘맞소송’ 나서

현재까지 윤씨에게 제기된 고소·고발 건은 모두 5건에 달한다. 우선 윤씨가 3월 입국 직전까지 활발하게 소통했던 김수민 작가가 윤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으며, 김 작가의 법률 대리인인 박훈 변호사가 개인 명의로 윤씨를 사기 혐의로 고발했다. 이어 윤씨가 검찰 과거사 진상조사단에 언급했다는 ‘이름 특이한 정치인’으로 지목된 홍준표 전 의원 측인 강연재 변호사가 윤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사건에 대해 경찰이 6월12일 수사에 착수했다. 윤씨 후원자들은 집단소송을 통해 후원금 반환을 요구하고 나섰으며, ‘피해자보호기금법’을 제정한 박민식 전 국회의원(현 변호사)은 “윤씨가 피해자인 양 속여 피해자보호기금을 지원받았다”며 윤씨를 사기죄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윤씨는 자신에 대한 공격이 가중되자 시민단체인 정의연대와 손잡고 ‘맞소송’에 나섰다. 윤씨는 6월1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오늘 제1차 고소로 김대오 기자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윤씨 측 법률 지원에 나선 시민단체 정의연대의 김상민 사무총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선 1차로 김 기자를 고소했고, 이후 윤씨에 대해 허위 의혹을 제기한 이들과 언론에 대해 순차적으로 고소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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