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16일 100만 명 참가 ‘검은 대행진’ 열린다
  • 김재태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6.14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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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인 인도 법안 저지 시위 계속…또다시 대충돌 예고

홍콩 사태가 이번 주말에 최대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 제정에 반대하며 6월9일 100만여 명이 시위를 벌인 데 이어 오는 6월16일에도 홍콩 시내에서 100만 명 이상이 참가하는 시위가 열릴 것으로 예고됐기 때문이다.

6월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월9일 시위를 주도한 홍콩 재야단체 연합인 ‘민간인권전선’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일요일인 16일 홍콩 도심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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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권전선은 16일 열릴 시위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 철회, 12일 입법회 인근 시위에 경찰이 과잉 진압을 벌인 것에 대한 사과,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의 사퇴를 촉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캐리 람 행정장관이 주도하는 홍콩 정부가 추진하는 범죄인 인도 법안은 중국을 포함해 대만,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콩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법안이 통과되면 중국 정부가 이를 악용해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들을 중국 본토로 송환할 수 있게 된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지난 6월9일에는 주최 측 추산 103만 명이 모여 이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는 홍콩에서 벌어진 역대 최대 규모의 시위였다.

‘검은 대행진’으로 명명된 16일의 시위에서는 홍콩 시민들이 오후 2시30분 검은색 옷을 입고 빅토리아 공원에 집결한 후 정부청사 앞까지 행진할 예정이다.

민간인권전선 측은 “지난 9일 시위에 나온 100만 명의 시민이 다시 나올 것이며, 당시 나오지 않은 시민들도 12일 시위 때 경찰의 과잉 진압에 분노해 16일 시위에 참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12일 시위에서는 경찰이 최루탄과 고무탄, 물대포 등을 동원해 강경 진압을 벌임으로써 8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하고 11명이 체포된 바 있다.

민간인권전선 측은 홍콩 의회인 입법회가 6월17일 범죄인 인도 법안에 대한 2차 심의를 진행할 수 있다고 보고 입법회 주변에서 시위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범죄인 인도 법안에 대한 홍콩 시민들의 분노 표출에 놀란 친중(親中)파 의원들이 법안 심의를 서두르지 않고 7월로 미룰 가능성이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보도했다.

당초에 앤드루 렁 입법회 의장은 6월12일 범죄인 인도 법안 2차 심의에 이어 61시간의 토론 시간을 가진 후 20일 3차 심의와 표결을 실시한다는 일정을 내놓았었다. 그러나 12일 입법회 주변에서 시위가 벌어지자 2차 심의를 연기했다.

입법회는 7월 중순 여름 휴회에 들어가기 때문에 7월 초순까지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가을 회기 때 법안이 다시 제출돼야 한다.

홍콩 입법회의 친중파 의원들은 범죄인 인도 법안에 찬성 표시로 서명한 사람이 92만 명을 넘었다면서 법안 처리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조속히 처리하려던 당초의 열정은 이미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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