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홍천·포천’ 낙점…신규 양수발전소 선정 막전막후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19.06.14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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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지자체 자율 공모’ 도입해 주민수용성 확보 방점”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추진 중인 신규 양수발전소 건설 후보부지로 충청북도 영동군, 강원도 홍천군, 경기도 포천시 등 3개 지역이 6월14일 최종 선정됐다. 이에 따라 영동군, 홍천군, 포천시에는 각각 500MW, 600MW, 750MW 규모의 양수발전소 건설이 추진된다.

한수원은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발전소 건설이 가능한 7개 지역(강원 홍천, 경기 가평, 양평, 포천, 경북 봉화, 전남 곡성, 충북 영동)을 대상으로 지난 3월1일부터 5월31일까지 자율유치 공모를 했다. 이 가운데 봉화, 영동, 포천, 홍천 등 4개 지자체가 지방의회 동의를 받아 유치를 신청했다.

한수원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부지선정을 위해 지난해 10월 인문사회, 환경, 기술 등 분야별 전문가를 중심으로 부지선정위원회를 구성했고, 위원회가 7개월간 평가기준을 마련하고 부지적정성, 환경성, 건설 적합성, 주민수용성 등을 종합평가해 최종 후보부지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신규양수 후보부지 위치도 ⓒ한수원
신규양수 후보부지 위치도 ⓒ한수원

사실 발전소 건설에는 ‘갈등’이 뒤따른다.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와 강제이주·환경파괴 우려라는 오래된 주장이 부딪친다. 서로 중시하는 가치가 다르기에 발전소 유치 과정이 진행될수록 양측은 종종 충돌한다. 뒤늦게 협의체를 구성해 지역주민들을 설득하려는 관(官)과 처음부터 의사결정과정에서 배제됐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에 접근할 수 없었다며 항의하는 민(民) 사이의 갈등은 자주 반복됐다. 그렇게 갈등은 점차 증폭됐고 그 과정에서 사업은 종종 백지화됐다.

영동·홍천·포천으로 최종 낙점된 신규 양수발전소 건설 후보부지 진행에서도 분명 갈등이 없진 않았다. 과거와 비슷한 갈등 양상이 군데군데서 펼쳐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는 과거와는 분명 구분되는 상황이다. 과거 다른 발전소 추진 과정과 비교해보면 상대적으로 ‘격렬하다’ 싶을 정도의 갈등은 표출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무엇이 달랐을까. 어떤 점이 과거와 다른 차이를 낳았을까.

문재인 정부가 키우는 양수발전…블랙아웃 ‘최후의 보루’

양수발전은 일반인들에게는 낯설다. 양수(揚水)란 ‘물을 위로 끌어올린다’는 의미다. 양수발전소는 밤에 남는 전기로 물을 위 저수지로 끌어올렸다가 낮 시간에 이 물을 아래 저수지로 내려보내며 수력발전을 한다. 즉 전기에너지를 위치에너지로 바꿔 저장하는 ‘거대한 배터리’인 셈이다. 국내에는 권역별로 7개소, 16기가 운영 중이며 국내 발전설비용량의 약 4%를 담당하고 있다.

이런 메커니즘을 갖고 있는 양수발전소는 스스로 ‘최초의 전기’를 만들 수 있는 발전소로 평가받는다. 특히 그 최초의 전기를 아주 빨리 만들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양수발전소는 발전기가 기동되는 데 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물을 끓이거나 용광로를 데워야 하는 다른 발전소는 최고 출력에 도달하는 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복합화력발전은 30분, 석탄화력발전은 5시간가량, 원전은 30시간 정도다. 이런 이유로 양수발전소는 ‘블랙아웃(대정전)’을 막을 ‘5분 대기조’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전력 당국은 ‘탈원전·탈석탄’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기조에 따라 양수발전소를 보다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문재인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선언했는데,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하기 때문에 양수발전이 이를 보완할 대체 재생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자율유치 공모방식이 갈등 피한 핵심 비결

양수발전소는 2011년 상업발전을 시작한 경북 예천 양수발전소를 끝으로 추가 건설되지 않았다. 신규 양수발전소 사업은 2017년 12월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양수발전 2GW 설비 용량을 추가 건설하기로 결정되면서 시작됐다.

과거 발전소는 주민들에게 ‘기피시설’로 인식돼 최근까지도 추진 주체와 빈번한 갈등을 일으켰다. ‘친환경’ 시설로 알려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건설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신규 양수발전소 건설 사업에도 갈등이 있었다. 하지만 큰 갈등은 피했다.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한수원은 네 가지로 압축해 이유를 설명했다. 먼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지역주민들의 바람이다. 후보지 대다수가 인구 소멸 위기 등 미래성장 동력을 잃고 있는 상황에서 양수발전소 유치를 지역의 회생이나 존치의 동력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원자력발전소 등 타 발전소에 비해 양수발전소가 지역주민들의 거부감이 낮다는 점도 갈등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동했다. 또 주민설명회를 비롯한 기존 발전소 지역 견학, 이주 지역민 간담회 등 관련 사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사업자의 노력도 불신을 감소시키는데 일정한 영향을 줬다고 풀이했다.

산청양수발전소 하부댐 모습 ⓒ한수원
산청양수발전소 하부댐 모습 ⓒ한수원

하지만 무엇보다 ‘자율유치공모’라는 부지 선정 방식이 핵심 역할을 했다. 한수원은 “후보 지자체마다 각기 다른 상황이 있고, 또 다양한 찬반 여론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7개 후보지 가운데 4곳이 유치 신청을 하고 그 중 3곳이 최종 사업대상지로 선정된 데에는 자율유치공모 방식이 큰 몫을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자율유치공모 방식은 지역 상황과 민심을 잘 파악하고 있는 후보 지자체의 ‘유치 의향’으로부터 시작된다. 유치 의향이 있는 지자체는 주민들에게 사업 관련 사실을 가감 없이 알리고 주민들의 의사를 수렴한다. 이 과정에서 사업자는 사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과 함께 주민들의 사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이는 사업 대상 부지를 선정하기 앞서 ‘공모 기간’이라는 한정된 기간 내 해당지역 주민 및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조율을 선행하는 방식이다. 공모 기간이 한정되어 있어 전체 주민들의 이해를 높이고 의사를 합의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을 수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대상지를 하향식으로 정해놓고 대상 지역주민들을 무기한 설득하거나 때론 사업 강행을 무릅써야 하는 기존 방식보다는 진일보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실제 자율유치공모 방식은 후보지역 주민들에게 사전 토론의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의 민심을 모으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에 따르면, 후보지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유치활동을 벌였던 영동군은 약 5만 명의 전체 군민 인구 중 약 3만 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포천시의 경우도 전체 인구 약 15만 명 중 약 12만 명이 유치 서명을 했다.

한수원 “지역주민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겠다”

한수원은 선정된 3개 후보부지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 등 관련 절차를 거쳐 정부에 전원개발사업 예정구역 지정을 신청할 예정이다. 지정고시 후 부지별로 실시계획 승인 및 발전사업 허가를 받아 2029년, 2030년, 2031년 준공 목표로 건설을 추진할 방침이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건설 과정에서 지역주민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 지역과 함께하는 발전소 건설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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