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애착 가는 작품은 자전적 내용 담은 《변경》
혼돈의 시대다. 혹자는 난세(亂世)라 부른다. 갈피를 못 잡고, 갈 길을 못 정한 채 방황하는, 우왕좌왕하는 시대다. 시사저널은 2019년 올해 창간 30주년을 맞았다. 특별기획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종교 등 각계 원로(元老) 30인의 ‘대한민국, 길을 묻다’ 인터뷰 기사를 연재한다. 연재 순서는 인터뷰한 시점에 맞춰 정해졌다. ①조정래 작가 ②송월주 스님 ③조순 전 부총리 ④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⑤손봉호 기아대책 이사장 ⑥김원기 전 국회의장 ⑦김성수 전 대한성공회 대주교 ⑧박찬종 변호사 ⑨윤후정 초대 여성특별위원회 위원장 ⑩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⑪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 ⑫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⑬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⑭이종찬 전 국회의원 ⑮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 ⑯박관용 전 국회의장 ⑰송기인 신부 ⑱차일석 전 서울시 부시장 ⑲임권택 감독 ⑳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 21 이문열 작가
이문열 작가는 한국을 대표하는 베스트셀러 작가다. 교과서에도 실린 단편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부터 고전을 재해석한 《삼국지》에 이르기까지 많은 작품을 선보였다. 그동안 그는 가장 애착 가는 작품으로 ‘아직 안 쓴 작품’ ‘다음에 쓸 작품’을 꼽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애착 가는 작품으로 대하소설 《변경》을 첫손에 꼽았다. 이문열 작가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예전에 ‘아직 안 쓴 작품’이라고 한 건 더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다는 자신이 있어서였다”며 “그런데 이제는 그럴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쓴 것 중에 고르려다 보니까 힘이 많이 들었고 품이 많이 들어간 《변경》을 꼽게 됐다는 거다. 그는 “제일 완숙하다는 30대 후반에 시작해 40대 후반까지 한 10년 동안 쓴 작품”이라며 “그것도 지금 와서 보니까 후회가 많다”고 밝혔다.
195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격동의 세월을 배경으로 한 작품 《변경》은 이문열 작가의 자전적인 내용이 많이 포함돼 있다. 한국전쟁 때 월북한 아버지 얘기도 나온다. 당시 수원농대 학장을 맡았던 아버지는 9·28 서울 수복 때 가족을 남겨둔 채 월북했다. 그가 특히 북한 문제에 있어 우파 성향이 강한 게 월북한 아버지 때문은 아닐까.
“그건 맞습니다. 사실 아버지 부분에 있어서는 우파들로부터도 부당한 피해를 입었죠. 특히 어머니는 더 그러셨습니다. 남한에서 살기 위해서 그랬는지 몰라도 어머니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셨어요. 공산주의를 정말 싫어하셨죠.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월북자 가족으로 연좌제 같은 게 전반적으로 삶에 영향을 줬지만 사상적으로는 제게 큰 영향을 주진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