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호스트 최서은 “우리 홈쇼핑 방송도 한류 바람 탄다”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9.06.1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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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 최초로 대만 홈쇼핑 방송 진행한 최서은 쇼호스트

지난 5월, 대만 최대의 홈쇼핑 방송에서 끊임없이 한국어가 흘러나왔다. 11년차 쇼호스트 최서은씨가 국내 쇼호스트 중 최초로 외국 홈쇼핑에 진출해 생방송을 진행한 것이다. 대만 최대 홈쇼핑인 '동삼 홈쇼핑'과 함께 18차례, 약 18시간 생방송을 진행하며 최씨는 현지 시청자들에게 화장품·의류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했다. 그가 판매한 제품은 이전 방송 대비 최대 3배 매출을 기록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현지에 머무는 한 달여 동안 최씨는 방송 뿐 아니라, 대만 현지 스태프들을 상대로 홈쇼핑 방송 진행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도 진행해 짧은 기간 현지 방송 시스템에 많은 변화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6월14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최씨는 "한국과 대만의 홈쇼핑 방송 스타일과 분위기가 아주 달랐다"며 "대만 스태프들이 한국 홈쇼핑을 배우고 싶어하는 의지가 충만해 쇼호스트의 의상부터 상품 진열, 방송 자막까지 세세한 모든 부분을 가르치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홈쇼핑의 트렌드나 방향에 대해 배우고 싶어하는 나라가 대만 외에도 매우 많다"며 "기회가 된다면 다른 여러 나라에도 진출해 홈쇼핑 관련 교육과 방송에 더 도전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 5월 대만 홈쇼핑에 진출해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쇼호스트 최서은씨
지난 5월 대만 홈쇼핑에 진출해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쇼호스트 최서은씨

 

지난 5월, 대만에 가서 교육과 생방송을 진행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

"2018년 7월, 대만 '동삼 홈쇼핑' 쇼호스트 몇몇이 한국 홈쇼핑을 배우러 입국했었다. 당시 그분들에게 강의를 하게 됐는데, 그때 강연을 본 현지 방송 팀장이 나를 대만으로 초청해, 전 직원들에게 교육을 진행토록 하자는 제안을 했다. 그래서 그해 10월 정식으로 초청을 받아 대만으로 출국했다. 그곳에 일주일가량 머물며 홈쇼핑 방송 전반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돌아왔다. 그런데 그 교육이 끝나고 그쪽에서 또 다시 연락이 왔다. 한 번 더, 길게 교육을 하고 현지에서 생방송도 직접 진행해 봐달라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 5월 한 달 동안 출국해 생방송까지 직접 진행해 보이며 코칭을 하고 온 것이다."

생방송 중에 통역은 어떻게 이뤄진 건가.

"내가 한국어로 말하면 바로바로 뒤쪽에서 통역을 해줬다. 생방송이긴 했지만 사전에 어떤 멘트를 할지 어느 정도 상의를 한 후 들어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방송에서 어떤 제품들을 판매했나. 매출은 어땠나.

"쿠션 팩트 등 우리 화장품과 의류 제품 등을 판매했다. 동삼 홈쇼핑에서 직접 수입해 파는 한국 상품들도 있었는데 그것들 위주로 방송을 진행했다. 대만 홈쇼핑은 특정한 목표 매출액을 정하기 보다, 지난 방송 대비 더 많이 팔리는지가 중요한 점검의 대상이었다. 내가 진행한 방송에서 이전 방송보다 최대 3배까지 제품을 더 많이 팔았다. 내가 매출에 계속 신경을 쓰니까 그분들이 ‘우리는 매출보다 한국 홈쇼핑의 연출이나 진행을 배우고 싶은 목적이 더 크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 부분에 더 무게를 두고 가르쳤다."

한국과 대만의 홈쇼핑 방송에서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이었나.

"방송 색감이나 디자인, 진행 분위기 등 전반적으로 다른 점이 많았다. 무대 디자인이나 쇼호스트 앞에 상품을 놓는 메인 테이블의 디스플레이(진열) 방식, 쇼호스트의 의상 등이 상대적으로 조금 촌스러운 느낌이었다. 화면의 움직임이나 쇼호스트의 진행도 어색하거나 장황했다. 주로 쇼호스트가 상품을 설명할 때 글자가 적힌 패널을 들곤 하지 않나. 그 안에 담긴 글자체나 내용도 손 봐야 할 부분이 많았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손을 봐야 한다고 봤나.

"우리는 쇼호스트가 드는 패널에 문구를 담을 때 ‘피부 톤 개선!’과 같은 핵심 단어만 사용한다. 그런데 대만은 ‘피부가 맑아지도록 만들어주는 효과’라는 식으로 형용사 동사, 중간중간 조사까지 다 썼다. 또 하나, 내가 중국어를 잘 모르긴 하지만 같이 방송을 진행한 현지 쇼호스트의 멘트를 옆에서 들으면서, 굉장히 장황하고 같은 말을 반복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점들을 더욱 간결하게 고쳐 줄 필요를 느꼈다."

생방송 진행하면서 가장 진땀이 났던 순간은 언제였나.

"우리는 PD가 제품의 주문 콜수에 따라 그때그때 쇼호스트의 멘트를 제어하고 방송 중에 계속 간섭한다. 반면 대만은 쇼호스트의 멘트가 계속 늘어지는데도 PD가 그냥 내버려둔다. 쇼호스트가 40분 방송에서 20분가량을 혼자 얘기하는데도 전혀 끊지 않는다. 같이 방송하는 입장에서 옆에서 끊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며 진땀을 흘렸던 기억이 있다. 또 하나, 좋게 말하면 대만 홈쇼핑은 스태프들 간 서로의 영역을 굉장히 존중하고 배려하는 분위기다. 우리의 경우 만약 카메라가 쇼호스트를 잡고 있는 중에 갑자기 쇼호스트가 들고 있던 패널을 확 내려버리면 PD나 스탭들이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런데 대만은 그런 실수가 나와도 별 다른 반응을 하지 않거나 실수가 생긴 샷을 다시 시도하지 않는다. 그 얘긴 즉, 안정을 택하는 대신 발전이 느리다는 뜻도 될 것이다."

현지 시스템적으로도 한계가 있었나.

"지난 10월 첫번째 방문을 했을 땐 '이들의 기술이 부족하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 가서 자세히 보니, 기술이 없거나 방송을 잘 모르는 게 아니라 제대로 활용을 하지 못하는 거였다. 우리의 경우 변화에 굉장히 빠르고 경쟁적인데, 대만 분들은 변화를 잘 하지 않으려 하고 안정을 중시하는 분위기였다. 현지 기술팀과 대화를 해보니, 화면 전환 등 기술적인 부분들을 모르고 있는 게 아니라, 다 아는데 진행자와 PD가 합이 잘 맞지 않거나 서로를 완전히 신뢰하지 못하는 탓에 제대로 방송에서 활용을 못 하고 있던 것이었다."

교육 후에 대만 홈쇼핑 방송에 많은 변화가 느껴졌나.

"이후 모니터링해본 결과, 앞서 말한 여러 문제점들이 굉장히 개선돼 있었다. 가장 눈에 띄었던 변화는 자막이다. 방송 중에 가격 구성 등을 보여줄 때 훨씬 더 깔끔해진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패널의 문구나 화면 아래 장황했던 자막들도 더 압축적으로 바뀌었다. 이들이 정말 변화 의지가 있구나 라고 느꼈다."

대만 홈쇼핑 스태프에게 교육하고 있는 최서은씨
대만 홈쇼핑 스태프에게 교육하고 있는 최서은씨

"배우는 나라에서 가르치는 나라가 됐다"

우리나라 홈쇼핑이 세계시장에서 그렇게 선진적이라고 할 수 있나.

"그렇다. 대만 홈쇼핑도 사실 처음 신설할 때부터 우리나라 기술자들이 넘어가 많이 자문해주며 도와줬다. 중간에 미국 등에서도 도움을 줬는데 한국 기술과 트렌드를 더 선호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도 과거 일본이나 미국으로부터 배우는 입장이었는데, 최근엔 오히려 일본·미국 등에서 우리에게 배우러 오는 분위기다."

다른 나라로 더 진출할 계획은 없나.

"대만 뿐 아니라 베트남으로도 한국 홈쇼핑들이 많이 이미 진출해 있는데, 그 나라 쇼호스트 교육도 제안받은 게 있어서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추후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밖에도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쇼호스트를 지망하는 친구들에 대한 교육은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의외로 쇼호스트를 지망하는 이들 중에 홈쇼핑의 기본적인 방향도 모르고 무조건 멋있어서 뛰어든 경우가 많다. 내가 처음 이 일을 준비했을 때 누구 하나 기술적인 부분을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아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지망생들이 나와 달리, 시작부터 좀 더 효율적으로 교육을 받고 필드에 뛰어들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더불어 대만처럼 우리 홈쇼핑 전반을 배우고 싶어하는 여러 국가들과도 많은 만남이 있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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