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갈등의 7할은 언론 책임”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6.1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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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페미·안티페미’ 이분법 넘어 ‘성평등’ 강조하는 이선옥 작가 

‘여성혐오 강사.’ 이선옥 작가가 종종 듣는 말이란다. 페미니즘에 반기를 들고 남성의 입장을 지지하는 듯한 글을 써왔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젠더 이슈에 대해 강의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 일각에서 보이콧 움직임이 일어난다. 

심지어 행사가 무산된 적도 있다. 지난 2월 더불어민주당에서 젠더갈등 해결책에 관한 토론회를 마련했을 때다. 이 작가와 함께 섭외된 다른 토론자는 그를 두고 “5·18 대토론회에 망언자들을 대거 초대한 형국”이라고 표현했다. 결국 토론회는 없던 일이 됐다.  

“공론장이 사라지고 있어요.” 이 작가가 말했다. 6월14일 서울 합정동 카페에서 시사저널과 만난 그는 “가치 지향적 목소리가 특정 이념에 묻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작가는 최근 펴낸 책에서 “성평등은 가치고 페미니즘은 이념”이라며 “정부가 추구해야 하는 건 가치이지 이념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 작가는 “우리 사회가 가치와 이념을 혼동하고 있다”면서 “언론부터 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젠더 이슈와 관련해선 언론이 이념 논리에 빠져 반대 목소리를 외면한다고 주장했다.

다양한 주제로 젠더이슈를 담은 《우먼스플레인》 저자 이선옥 작가와 6월14일 인터뷰를 가졌다. ⓒ 시사저널 박은숙
다양한 주제로 젠더 이슈를 담은 《우먼스플레인》 저자 이선옥 작가와 6월14일 인터뷰를 가졌다. ⓒ 시사저널 박은숙

‘5·18 망언자’로 낙인찍혀…“공론장 사라졌다”

각종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젠더’란 단어와 얽혀 논란이 되곤 한다. 최근엔 고유정의 신상 공개 문제가 그랬고, ‘대림동 여경’ 사건도 마찬가지다. 

"보도하지 않으면 논란이 안 된다. 그런데 언론은 갈등 요소가 전혀 없는 사건들도 다 끄집어내 마치 심각한 논쟁거리인 양 묘사한다. 아무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데 민감하게 바라보라고 강요하는 것이다. 젠더 갈등의 7할은 언론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젠더의식을 갖고 사회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엄연히 존재한다. 

"그렇다 해서 모든 사안을 젠더 갈등으로 몰아가는 건 결코 옳지 않다. 이는 공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또 기사를 쓰더라도 어떻게 다루느냐가 중요하다. 진보 매체는 이를 여성 편향적으로 보도한다. 없던 갈등도 증폭시킨다. 보수 매체도 잘한 건 없다. 평소엔 관심도 없다가 이슈가 되면 정부비판 도구로 활용한다. ‘탁현민 사태’가 대표적이다."

그럼 일선 기자들이 아무런 시각도 가져선 안 되나.

"시각이 한쪽에 치우쳐져 있다면 문제가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언론사에서 데스크를 맡고 있을 기성세대가 반성해야 한다. 후배 기자들이 갖고 온 기삿거리가 편향적이라면 합리적 논거를 들어 싸워야 한다. 그게 공론장을 추구하는 언론의 역할이자 의무다. 괜히 욕먹을까봐 두려워 책임을 회피하는 데스크가 많다고 본다."

당장은 젠더 이슈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텐데 외면하는 게 말처럼 쉬울까. 

"최소한 언론이 반대 의견도 적극적으로 실어줘야 한다. 단적으로 진보 매체는 소위 안티 페미니스트를 혐오 대상으로 취급해 무시한다. 말은 안 해도 독자의 눈치를 볼 것이다. 도서 유통업계도 문제다. 이름을 밝힐 순 없지만, 일부 온라인 서점은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서적의 홍보 자체를 꺼린다." 

ⓒ 시사저널 박은숙
ⓒ 시사저널 박은숙

“최소한 반대 의견도 적극 실어달라”

다시 돌아가서, 대림동 여경 사건은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여경’이란 프레임을 씌우는 자체가 잘못됐다. 주취자를 제대로 제압하지 못한 경찰이 남성이었다면, 비판론이 없었을까. 실력 없는 경찰이 초점인데 왜 여성혐오로 몰고 가나. 여성혐오를 언급할수록 그것이 해소되긴커녕 혐오의 총량만 늘어난다. 단 여경의 신체검정 기준을 높이는 데는 찬성이다. 여성들도 몸을 단련하면 남성만큼 강인해질 수 있다. ‘여경 무용론’은 극단적이다. 경찰 업무에서 여성이 꼭 필요한 상황이 많다." 

고유정의 신상 공개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핵심은 범죄자 개인의 권리를 다루는 방식이다. 성별이 문제가 아니다. 나는 여자든 남자든 신상 공개에 반대한다. 흉악범죄가 일어나면 늘 신상을 공개하라는 여론이 들끓는데, 그게 범죄 예방에 어떤 실익이 있는지 모르겠다. 한국이 근대 민주사회를 이룩할 수 있었던 건 법치주의를 지켰기 때문이다. 법에 따라 잘못이 있으면 개인의 권리를 제한하고 처벌하면 된다. 여론재판은 사법재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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