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클래스’의 품격…이강인 찔러주고, 손흥민 넣는다
  •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6.21 15:00
  • 호수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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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과 이강인이 만들 꿈의 조합
9월부터 월드컵 예선 시작하는 벤투호, 밀집수비 공략의 열쇠

지난 3월 볼리비아·콜롬비아와의 A매치 2연전에 이강인이 처음 소집됐다. 소속팀 발렌시아와 정식 성인 계약을 맺은 지 2개월 만에, 역대 7번째 최연소로 성인 축구 국가대표팀(A대표팀)에도 승선한 것이다. 만 18세의 이강인은 가장 큰 관심을 받았지만 파울루 벤투 감독은 2연전에 한 번도 출전시키지 않았다. 벤투 감독의 보수적인 선수 기용 방식에 비판도 일었지만, 그는 “훈련을 통해 선수를 관찰하며 우리 스타일에 맞는 위치를 확인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주장인 손흥민도 “어린 선수들을 묵묵히 지켜봐야 한다. 함부로 기용하면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외부의 시선에 인내심을 부탁했다.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나 이강인은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골든볼을 차지하며 동년배 중 세계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았다. 만 18세로 골든볼을 수상한 것은 2005년의 리오넬 메시 이후 14년 만이었다. 연령별 대회이긴 하지만 세계무대에서 자신의 능력과 장기를 마음껏 발휘한 이강인은 자연스럽게 A대표팀의 활약상에 기대가 모이고 있다. 현재 A대표팀의 상황을 볼 때 가장 필요한 스타일의 선수인 데다, 차범근과 박지성 이후 다시 등장한 불세출의 스타인 손흥민과 향후 수년간 공존할 수 있다. 다음 월드컵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는 것 당연한 일이다.

ⓒ 연합뉴스·뉴스1
ⓒ 연합뉴스·뉴스1

공격형 MF 이강인, 벤투호가 찾는 마지막 퍼즐

벤투호는 오는 9월부터 2022 카타르월드컵을 향한 예선을 시작한다. 2차 예선 단계지만 난이도는 4년 전보다 더 높아졌다. 포트1에 속한 한국은 이라크·우즈베키스탄·베트남·시리아(이상 포트2), 북한·바레인·팔레스타인(이상 포트3) 등과 한 조에 속할 수 있다. 각 조 1위 8개 팀과 2위 팀 중 상위 4개 팀만이 최종예선에 오를 수 있다. 아시아 축구의 평준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며 한국은 지난 1월 아시안컵에서 필리핀·키르기스스탄에도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열린 6월 A매치 2연전에서 호주·이란을 상대로 벤투 감독이 폭넓은 테스트보다 조직력 완성에 집중한 것도 그 때문이다. 벤투 감독은 아시안컵에서 실패한 플랜A를 수정했다. 손흥민을 전진배치한 투톱 전술을 3월부터 가동한 그는 호주전에는 스리백을 실험했다. 이란전에는 3월에 성공적으로 테스트한 4-1-3-2 포메이션에 기반한 경기력을 확인했다.€

벤투 감독의 고민은 투톱 아래의 공격형 미드필더에 있다. 지난 아시안컵에서도 그 포지션에서 발생한 문제가 부진한 경기력으로 이어졌다. 당초 주전으로 점찍은 남태희가 무릎 부상으로 빠졌고, 이재성도 부상으로 본선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결국 손흥민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쓰는 고육책을 꺼냈지만 중국과의 조별리그 최종전 말고는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

벤투 감독은 아시안컵 이후엔 황인범을 그 포지션에 중용하고 있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고, 수준급의 활동량과 기술을 지닌 황인범은 3월과 6월 A매치 4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했다. 경기 중 전술과 전략을 바꿔야 할 때 용이하다는 감독의 판단에서다. 하지만 전방으로 향하는 패스의 질이 아쉽다는 평가가 많았다. 남태희처럼 드리블과 슈팅을 활용한 개인 전술이 빛나는 유형도 아니다.€

월드컵 예선 시작하는 벤투호, 밀집수비 공략의 열쇠는?

재활을 마친 남태희가 8월부터 소속팀 알 사드에 복귀하지만 공백기가 길었던 만큼 A대표팀에 와서 곧바로 활약할지는 미지수다. 그런 상황에서 이강인의 U-20 월드컵 맹활약은 벤투 감독의 고민을 풀어줄 중요한 열쇠다. 이번 대회에서 이강인은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교과서적인 플레이를 보여줬다. 차원이 다른 테크닉을 활용한 탈압박 후 왼발에서 나오는 정교한 패스로 상대 수비를 무너트렸다. 세네갈과의 8강전에서 조영욱의 역전골을 도운 침투 패스는 이번 대회 최고의 어시스트였다. 에콰도르와의 4강전에서도 최준의 결승골을 뛰어난 축구 센스와 정확한 패스로 이끌어냈다.€

측면 크로스나 세트플레이에서 보여준 왼발 킥도 일품이었다. 상대 수비에 걸리지 않고 문전의 동료에게 정확하게 떨어지는 구질은 하석주·고종수 등 역대 최고의 왼발 키커들보다 낫다는 평이다. 프리킥과 코너킥은 역대 가장 강한 데드볼 처리 능력을 지녔다는 기성용에 버금갔다. 하석주 아주대 감독은 “당장 A대표팀에 가서 전담 키커를 소화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18세라고 믿기 힘든 발목 힘과 독특한 구질, 타이밍과 정확도를 지녔다”고 말했다.€

이강인의 이런 강점은 월드컵 2차 예선부터 상대 밀집수비를 뚫어야 하는 벤투호의 중요한 열쇠가 된다. A대표팀은 최근 두 차례의 월드컵 예선 모두 작정하고 잠그는 상대 수비를 공략하지 못해 고전했다. 벤투 감독도 빌드업을 강화하고, 수비를 과감히 전진시켜 해법을 찾으려 했지만 결국 아시안컵에서 실패하고 말았다. 밀집수비에서도 공간을 파고들 수 있는 정교한 패스, 세트플레이 찬스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전담 키커의 아쉬움이 가장 컸다.€

기성용이 A대표팀에서 은퇴하면서 새로운 키커를 찾고 있지만 모두 2% 아쉽다는 평가다. 특히 손흥민을 키커로 활용하는 방안은 페널티박스 내의 위력을 떨어트리는 단점이 있다. 이강인이 가세하면 그 고민이 일거에 풀린다. 측면 전환 플레이 시 크로스도 더 효과적으로 활용 가능하다.€

무엇보다 손흥민에게 집중되는 상대 수비를 역이용할 수 있다. 공을 지닌 상태에서 뛰어난 관리 능력과 탈압박을 보여주는 이강인이 손흥민과 공존함으로써 상대 수비가 어느 한쪽에 쏠릴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손흥민의 투톱 파트너인 황의조, 그리고 2선의 공격적인 미드필더인 권창훈·이재성·황희찬 등의 위력이 더 살 수 있다.€

 

이강인 가세 최대 수혜자는 황의조라는 얘기도

이강인의 가세로 인한 A대표팀 최대 수혜자는 손흥민이 아닌 황의조일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손흥민이 탁월한 스피드와 슈팅으로 공간을 이용하는 위력적인 공격수라면, 황의조는 침투 패스의 결을 살려 박스 안에서 감각적인 마무리를 할 수 있는 유연한 골잡이기 때문이다. 상대팀들의 손흥민에 대한 견제가 1차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강인이 찾는 공간에는 황의조가 침투하고 있을 가능성도 높다. 6월 A매치 2연전에서 모두 골을 터트린 황의조는 벤투호 출범 후 기록한 22골 중 32%에 달하는 7골을 책임진, 득점 비중이 가장 높은 선수다.

최전방의 손흥민과 뒤에서 그를 받치는 이강인의 조합은 9월부터 현실화 될 수 있다. 물론 이강인에겐 아직 숙제가 있다. U-20 월드컵에서 대회 막판 보여준 급격한 체력 저하를 보완해야 한다. 근력 보완을 통한 스피드 강화로 자신의 장점을 더 극대화해야 한다.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새 시즌 거취 문제도 해결해야 된다. 안정적인 출전을 통해 실점 감각을 유지해야 이강인의 창의력이 벤투호에서도 제대로 발휘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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