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사랑했던 장난감은 지금 어디 있나요?
  •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6.22 12:00
  • 호수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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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의 또 다른 정점 보여준 《토이 스토리 4》

“잘 가, 파트너(so long, partner).” 《토이 스토리 3》(2010)의 마지막 장면. 오랜 시간 함께했던 주인과 헤어지는 장난감 우디(톰 행크스)의 한마디는 잊지 못할 감동으로 남았다. 장난감들은 이제 보니라는 아이의 소유가 됐다. 이는 1995년 시리즈의 1편에서 여섯 살짜리 남자아이 앤디의 장난감으로 처음 등장한 이후 우디와 친구들이 걸어온 15년의 여정에 대한 근사한 마침표였다. 이후 무언가 이야기를 덧붙인다면 그건 말 그대로 사족이 아닐까. 그런데 《토이 스토리 4》는 이 부담을 정면돌파한다. 장수 시리즈의 새 숨을 불어넣는 방편으로 유용한 프리퀄도, 리부트도, 스핀오프도 아닌 정석 그대로의 속편으로 돌아온 것이다. 앤디와 헤어진 장난감들에게는 또 어떤 모험이 펼쳐질 수 있을까. 새로운 감동은 가능할까. 결론부터 짚자면, 이번 영화는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또 다른 정점이다.

(왼쪽부터)포키·우디
(왼쪽부터)포키·우디

캐릭터들의 만점 활용법

영화는 3편에서 돌연 자취를 감췄던 보핍(애니 파츠)이 장난감들과 헤어지게 됐던 계기를 비추며 시작한다. 시리즈 1, 2편에 등장했던 주요 캐릭터 보핍은 3편에서 “다른 곳에 팔려갔다”는 대사로만 간단히 처리된 바 있다. 여기에는 나름의 제작 비하인드가 있다. 픽사의 제작진은 애초€시리즈에 바비 인형을 출연시키고 싶었지만 바비의 소유 회사인 완구업체 마텔(Matterl)의 허가를 얻지 못했다. 그 자리를 대신하기 위해 탄생한 캐릭터가 바로 보핍. 앤디의 동생 몰리 방에 있는 스탠드 받침대를 장식하는 도자기 인형이었다. 그러나 시리즈의 대성공으로 바비 캐릭터의 사용이 가능해졌고, 3편에 바비와 남자친구 켄이 등장하면서 캐릭터군이 겹치는 보핍이 사라진 것이다.

4편은 사라진 캐릭터였던 보핍을 다시 불러오는 데서 출발한다. 우디와 애틋한 감정을 주고받았던 캐릭터라는 점에서 이 선택은 탁월하다. 장난감들의 리더로서 언제나 주인이 우선인 우디의 감정을 다른 방향으로 뒤흔들 수 있는 최적의 캐릭터가 바로 보핍이다. “아이들은 장난감을 늘 잃어버려. 나는 다른 아이에게 가야 해.” 이 말을 남기고 떠났던 보핍은, 이후 보니의 가족들이 머무는 캠핑장에 함께 온 장난감들과 우연히 재회한다. 새 친구를 찾기 위해 세상 밖 위험천만한 모험에 뛰어든 우디와 친구들에게 보핍은 든든한 지원군이다. 늘 핑크 드레스 차림이던 보핍은 어느덧 드레스 대신 망토를 걸친 씩씩한 모험가가 돼 있다. 우디는 누군가의 장난감이 아닌 스스로 세상을 탐험하는 주체가 된 보핍에게 새로운 자극을 얻는다.€€

사라졌던 캐릭터도 다시 가져와 보석으로 세공하는 픽사의 재주는, 새로운 캐릭터를 다루는 데 있어서도 여전히 발휘된다. 4편에서도 놀이공원 인형 뽑기 부스에 살고 있는 솜 인형 콤비 더키(키건 마이클 키)와 버니(조던 필), 골동품 가게에 진열된 개비개비(크리스티나 헨드릭스) 등 다양한 새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그중 가장 핵심이 되는 건 포키(토니 헤일). 우디의 주인 보니가 유치원에 가서 버려진 일회용 포크 숟가락으로 직접 만든 장난감이다.

보니가 만들고 포키라 이름 붙인 무생물 플라스틱은 생명을 얻는다. 시판 장난감들 사이에서 주인이 직접 만들고 애착을 가지는 존재가 처음 등장한 것이다. 포키는 느닷없이 장난감이 된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쓰레기였던 처지만 기억한다. 틈만 나면 출신지(?)인 쓰레기통으로 돌아가려는 포키와, 주인 보니가 슬퍼하는 모습을 볼 수 없어 포키를 말리는 장난감들의 실랑이가 이번 편의 새로운 재미 중 하나다. 결국 우디와 친구들은 다시 쓰레기가 되려는 포키가 감행한 대탈출로 인해 모험에 뛰어든다.

영화 《토이 스토리 4》의 한 장면 ⓒ 브에나비스타인터내셔널 코리아
영화 《토이 스토리 4》의 한 장면 ⓒ 브에나비스타인터내셔널 코리아

떠나야 할 때를 받아들이는 용기에 대해

포키는 단순히 새로운 캐릭터로서의 기능만 담당하는 게 아니다. 우디와 포키의 관계는 《토이 스토리》 시리즈를 지탱해 온 메시지를 한층 성숙하게 발전시킨다. 어린 앤디가 최고로 아끼는 장난감이었던 우디는, 보니라는 새 주인에게는 점차 선택받지 못하는 장난감이 돼 가는 중이다. 벽장에서 먼지 쌓일 일만 늘어가는 우디는 서글프다. 다만 주인과 사랑을 주고받는 일이 어떤 것인지 알기에, 끝까지 포키에게 장난감의 소임을 강조하려 한다. 한쪽은 쓰레기가 되고 싶지 않은 장난감이고, 다른 한쪽은 장난감이 되고 싶지 않은 쓰레기인 것이다. 장난감으로서 살아온 우디의 인생을 들은 포키는 ‘쓸모없다’ ‘소임을 다했다’는 그의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토이 스토리》 시리즈는 언제나 인생을 이야기해 왔다. 주인의 애정에 기뻐하고 무관심에 절망하는 장난감들의 모험을 통해 사랑을 주고받는다는 것의 책임, 관계의 소중함, 우정의 가치 등을 따뜻하게 품어온 것이다. 이번 편도 마찬가지다. 우주 전사 버즈(팀 알렌)는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라는 앤디의 조언에 힘입어 한층 용감해지고, 불량한 의도를 가지고 있던 개비개비 역시 일련의 모험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얻는다. 3편의 메시지는 헤어짐의 순간을 인정하며 아름답고 성숙한 안녕을 고하는 태도였다. 이번 4편이 남기는 메시지라면, 떠나야 할 때를 받아들이는 용기에 대한 것이다. 이 역시 더없이 근사한 마무리다.

감동만 있는 건 아니다. 역동적인 모험 시퀀스들이 극의 재미를 더한다. 《토이 스토리 3》에서 쓰레기 소각장이 배경으로 등장하는 장면을 위해 쓰레기가 기계 위에서 굴러가는 각도까지 집요하게 관찰하며 연구했다는 픽사의 애니메이터들은, 이번에도 어느 움직임 하나 허투루 다루지 않는 생동감 넘치는 모험을 완성한다. 장난감들이 고양이를 피해 달아나는 시퀀스 등의 묘사는 생생함 그 이상이다.

 또 다른 장난감들의 컴백

장난감과 인형을 소재로 한 시리즈들이 늘 낭만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애나벨》 시리즈는 《컨저링》 세계관에 등장했던 저주받은 인형을 소재로 한 공포영화. 퇴마사 부부가 악령이 씐 인형 애나벨을 격리시키지만, 사람들의 호기심은 참사를 부른다. 시리즈의 세 번째 영화 《애나벨 집으로》는 6월26일 개봉한다. 추억의 캐릭터 ‘처키’도 돌아왔다. 5월20일 개봉한 《사탄의 인형》은 과거 시리즈와 달리 처키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탑재한 AI 인형으로 진화해 일상 속 모든 전자기기를 살인무기로 사용한다는 오싹한 콘셉트다. 스마트 자동차를 해킹하고, 스마트 홈 디바이스를 이용해 각종 전자기기와 난방기구까지 이용해 살인을 계획하는 처키. 심지어 드론도 조종한다. 2020년 개봉 예정인 《바비》는 바비 인형이 주인공인 실사영화. 바비랜드에 살고 있는 바비가 인간 세계로 모험을 떠나는 내용이다. 배우 마고 로비가 바비를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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