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고성 주민들이 군청에 자발적으로 성금 낸 까닭
  • 최운용 부산경남취재본부 기자 (sisa519@sisajournal.com)
  • 승인 2019.06.23 15:00
  • 호수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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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로 하라” 막말 응대부터 주민들의 ‘감동 성금’까지, 경남 지자체 민원 응대 4色

최근 경남 거창군€ 공무원이 민원인에게 “법대로 하라”고 발언해 지역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새삼 경남 지역 공무원들의 민원 응대가 주목받고 있다. 6월13일 거창군의회가 채석장 피해를 호소하는 원당마을을 방문한 자리에서 담당 공무원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으면 고발하라”는 식의 답변을 해 논란이 일었던 것.€ 김해시에서도 유사한 일이 발생했다. 지난 4월 지역주택조합 조합장이 수십억원의 조합비와 함께 잠적한 사고와 관련해 ‘지자체가 관리·감독 기능을 강화해야 하지 않느냐’는 민원에 해당 공무원은 “민간인들끼리의 다툼에 시가 어떻게 관여하느냐”고 답변해 민원인의 분통을 샀다.

막말과 모르쇠 논란을 넘어 욕설과 몸싸움 일보 직전까지€간 사례도 있었다. 2016년부터 야기된 통영시의 국도 77호선 노선 변경 이야기다. 이 민원은 도로가 마을 근처를 지나서는 안 된다는 주장과 특정 지역으로 도로를 유치하려는 이해가 부딪히면서 3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특히 지난 연말 시의회의 현장조사에서는 시의원과 주민이 욕설을 주고받으며 물리적 충돌 일보 직전까지 치닫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민원을 제기한 주민들이 감사의 뜻을 모아 지자체에 성금까지 낸 사례도 있어 눈길을 끈다.€

민원을 해결한 주민들이 백두현 군수(가운데)에게 이웃돕기 성금을 전달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 고성군청 제공
민원을 해결한 주민들이 백두현 군수(가운데)에게 이웃돕기 성금을 전달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 고성군청 제공

지난 1월 경남 고성군 하이면 월흥마을 내 농협법인 가야육종(주) 고성종돈장의 분뇨처리시설(액비저장탱크)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분뇨 200톤가량이€유출돼€인근 농경지와 하천 일대를 뒤덮었다. 사고 직후 월흥마을 주민들은 고성군청을 항의 방문해 가야육종 양돈장 폐쇄를 강력 촉구하고 나섰다.€ 고성종돈장은 4개 동(8293㎡)에 돼지 7200두를 사육하고 있다. 국내 일반적인 양돈장의 3000~5000두에 비해 규모가 꽤 큰 편에 속한다. 돼지고기 브랜드 ‘P벨리’로 유명한 부경양돈농협이 1999년 자회사인 가야육종을 통해 소규모 고성종돈장을 인수, 현재 규모로 확장했다.

하지만 월흥마을 주민들은 “가야육종이 성장하면서 종돈장에서 발생하는 악취 등으로 인한 불편도 커졌다”면서 “고성종돈장을 폐쇄하든지 아니면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성군이 마련한 1차 간담회 자리에 가야육종 대표이사가 불참하면서 주민들의 반발은 격화됐다.

고성군은 2차 간담회를 주선하며 주민들에게는 인내를 당부하고, 가야육종에는 행정조치를 예고하며 압박했다. 지난 3월14일 재개된 간담회에서 가야육종 관계자는 “고성종돈장은 군과 협의해 지역 내에 대체 부지를 알아볼 계획”이라며 “이번 사고로 인한 피해보상은 마을주민과 원만하게 협의해 나가겠다”고 해결 의지를 밝혔다.

이어 지난 5월1일 가야육종과 월흥마을 주민들은 협의안에 최종 합의했다. 장기화 조짐을 보이던 가야육종과 마을주민 간의 마찰이 빠른 시일 내에 합의된 것은 고성군이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주민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군의 역할에 대해 마을주민들은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지난 6월13일 고성군청을 찾아 이웃돕기 성금 200만원을 기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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