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변화 읽지 못한 YG의 ‘예고된’ 추락
  • 정덕현 문화 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6.22 10:00
  • 호수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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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석·양민석 형제 동반 사임했지만…위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

국내 ‘3대 기획사’ 중 하나로 꼽히던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YG가 최근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소속 연예인들의 이탈 조짐까지 보이며 생존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마저 제기된다. 어쩌다 YG는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지난 6월14일 YG 설립자이자 대표 프로듀서였던 양현석은 공식적으로 “모든 직책과 업무를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양민석 대표이사도 사임 의사를 밝혔다. 양현석이 사임한다 해도 친동생인 양민석이 대표이사로 그대로 남아 있다면 실상 변한 건 없기 때문이었다.

형제의 이런 선택은 최근 불거진 일련의 사태들이 거대한 눈덩이처럼 커져버린 데서 비롯됐다. 양현석은 “저는 입에 담기도 수치스럽고 치욕적인 말들이 무분별하게 사실처럼 이야기되는 지금 상황에 대해 인내심을 갖고 참아왔다. 하지만 더 이상은 힘들 것 같다”는 사임의 심경을 YG 공식 블로그에 썼다. ‘무분별하게 사실처럼 이야기되는’이라고 못 박았듯이 그는 마지막까지 지금의 사태를 부정했다.

양현석은 세금 탈루 및 성접대 의혹으로 구설에 올랐다. 최근 제기된 비아이의 마약 투약 의혹에 대해서도 제보자에게 말을 바꾸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2016년 경찰 조사 과정에서 ‘비아이에게 마약류로 지정된 환각제인 LSD를 전달했다’고 진술했던 제보자에게 압력을 넣어 말을 바꾸게 했다는 주장이다. 이 제보자는 당시 압력 행사에 대한 자세한 정황들을 폭로했고 YG에 대한 대중들의 비난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왼쪽부터)양현석·양민석 ⓒ 연합뉴스·뉴스뱅크이미지
(왼쪽부터)양현석·양민석 ⓒ 연합뉴스·뉴스뱅크이미지

끝까지 불통이었던 양현석의 시대착오

YG를 ‘약국’이라 부르며 비아냥거리던 대중들은 이제 YG 소속 연예인들의 방송 출연을 금지해야 한다는 국민청원까지 하며 반감을 표현하고 있다. 두 형제가 사임하며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려 했지만 대중들의 비판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양현석이 대주주이기에 직책을 내려놓았지만 바뀐 건 하나도 없다는 지적이다. 양현석이 사임 과정에서 모든 의혹을 부인한 것은 오히려 대중들의 반감에 불을 지폈다.

양현석은 사임하는 과정에서 대중들과 소통하지 못했다. 그것은 지금의 YG 사태가 어떻게 불거져 나온 것인지를 그가 여전히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는 걸 보여준다. 사태의 본질은 다름 아닌 ‘소통의 실패’였기 때문이다.

YG가 ‘약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된 건 바로 소통의 실패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YG는 빅뱅 멤버 지드래곤과 탑, 2NE1 전 멤버 박봄, 래퍼 겸 작곡가 쿠시, 승리, 비아이 등 소속 가수들이 마약을 했거나 혐의를 받는 상황이 터졌을 때마다 일관되게 부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일방적인 주장일 뿐 대중들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웠다. 논란이 나올 때마다 경찰 유착 의혹이 줄기차게 제기돼 온 건 그래서다. 항간에는 YG를 돕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런 방식을 소통이라 할 수 있다면 그건 옛날 방식의 소통이다. 과거 군부독재 시절이나 정경유착 시절의 소통법에 지나지 않는다. 보통 이런 사건이 터지면 연예인의 경우 활동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지만 YG는 ‘사실 무근’이라며 버젓이 활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마도 YG는 그런 논란들조차 이겨낼 수 있는 팬들의 지지가 있을 거라 여겼던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YG는 일부 언론사 및 방송사와 공공연한 유착관계를 가짐으로써 그 바깥에 있는 다른 언론사와 방송사들과의 소통에도 실패했다. 마약 사건이 터졌을 때조차 ‘사실 무근’임을 강변하는 친(親)YG 언론사들이 있었다. 심지어 그들의 이미지 세탁에 앞장서는 방송 프로그램도 있었다.

YG에 소외됐던 타 언론사들과 방송사들은 사태들을 훨씬 집요하게 파고들었고, 그간 납득할 수 없었던 대중들은 이에 동조했다. YG가 추락하게 된 건 결국 옛날 방식의 경영과 불통 때문이고, 안으로 곪았던 환부들이 완전히 달라진 시대를 맞아 더 이상 통제 불가의 고름으로 터져 나온 것이라 볼 수 있다.

‘고이면 썩는다’는 의미는 외부 변화나 목소리를 받아들이지 않아 안으로 무너지는 상황을 뜻한다. YG는 문제가 계속 터져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관리하기보다는 사태를 숨기고 막는 데 집중함으로써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을 키웠다. 사건을 일으켜도 막아주는 기획사 안에서 소속 연예인들이 어떤 도덕적 해이를 갖게 될지는 불 보듯 뻔하다. 게다가 ‘인성’과 ‘능력’을 분리해 ‘인성’보다는 ‘끼와 능력’을 강조하다 보니 이른바 ‘스웨그’에 대한 엉뚱한 해석을 낳았다. ‘자신감’과 ‘건방짐’은 다르고 그 차이는 결국 ‘인성’에서 나온다는 걸 이해하지 못한 결과다.

요즘은 ‘인성’ 자체가 능력이 된 시대다. 모든 것이 관찰되는 시대에 그 사람이 가진 진심 어린 좋은 면들은 아티스트의 가사와 노래에 스며들어 듣는 이들에게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자산이 된다. 가식은 금세 드러날 수밖에 없다. ‘자신감’과 ‘건방짐’의 차이가 바로 그 진정성에 있다는 걸 대중들도 구분해 내는 시대다.

스스로 ‘인성 사각지대’ 만든 YG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방탄소년단을 비교 대상으로 보면 변화된 시대에 얼마나 YG가 뒤처진 대처를 해 왔는가가 잘 나타난다. 방탄소년단 역시 초창기 가사에는 ‘여혐’이 의심되는 구절들이 들어 있기도 했지만 이들은 이런 지적을 그냥 넘기지 않았다. 끊임없이 외부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했고, 그렇게 성장하는 과정으로서의 자신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 과거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성장해 나갈 수 있는 동력을 만든 셈이다. 반면 YG는 어땠나.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질 기회를 빼앗음으로써 성장할 수 있는 기회 또한 박탈한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도 YG는 사태 파악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대중들이 원하는 것은 명명백백한 사태의 진실들이 드러나길 바라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잘못이 있다면 그만한 대가와 책임을 치러야 한다는 상식이다.

죄에 대해 내려지는 벌은 단죄의 의미만을 갖는 건 아니다. 합당한 책임을 져야만 다시 살아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양현석·양민석 형제는 대표직을 내려놓는 그런 상징적인 행보가 아니라 보다 실질적인 책임을 지는 모습이 따라야 한다. 보다 엄정한 수사를 통해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아닌지에 대한 명쾌한 진실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 연후에야 비로소 YG도 새로운 시대에 맞는 회사로서 거듭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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