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부동산 ‘황금 레시피’ 되나
  • 노경은 시사저널e 기자 (rke@sisajournal-e.com)
  • 승인 2019.06.26 08:00
  • 호수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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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규제 극복할 대안으로 거론…기부채납 적용 없고 사업 절차도 빨라

준공 20년이 된 서울 서초구 반포푸르지오 소유주들은 6월초 사업설명회를 갖고 리모델링을 위한 첫걸음을 뗐다. 반포푸르지오 리모델링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수직 증축으로 현재보다 세대 수를 약 30세대가량 늘리고 이를 분양한 수익으로 조합원의 추가분담금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이 단지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잠원동아도 현재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잠원동아 추진위는 6월말 총회를 열어 설계업체를 선정할 예정이다. 지금처럼 사업이 순탄하게 진행된다면 내년 상반기에는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을 것으로 추진위는 기대하고 있다. 앞서 4월에는 인근의 또 다른 단지 잠원훼미리가 리모델링을 결정하고 시공사로 포스코건설을 선택했다.

재건축에 대한 정부 규제가 강화되면서 리모델링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리모델링이 진행 중인 반포주공1단지와 반포경남아파트 ⓒ 시사저널 최준필
재건축에 대한 정부 규제가 강화되면서 리모델링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리모델링이 진행 중인 반포주공1단지와 반포경남아파트 ⓒ 시사저널 최준필

리모델링으로 환골탈태한 성공사례 보니…

이렇듯 리모델링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재건축사업의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정부의 규제가 갈수록 더해지는 재건축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업기간이 짧고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한 데다, 재건축사업의 암초라 불리는 초과이익환수제에서도 자유롭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청담아이파크가 대표적이다. 청담아이파크는 현재 일대 주택 시세를 이끄는 랜드마크로 평가되고 있다. 과거 청구아파트 당시 두각을 보이지 못했던 이 단지가 시장에서 주목받게 된 건 지난 2014년 리모델링으로 환골탈태한 이후다.

전용면적 84㎡(구 34평) 단일 평형으로 이뤄진 이 단지는 1:1 리모델링을 통해 주택 크기를 전용 110㎡(구 42평)로 30% 키우면서 방과 거실 면적을 넓혔다. 또 독서실과 피트니스센터, 골프연습장 등 커뮤니티 시설을 고급화하고 기존에 없던 지하주차장까지 만들었다. 사업기간은 조합 설립부터 준공까지 5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주거의 질적 향상은 자산가치 증대로 이어졌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 실거래가 공시현황에 따르면 리모델링 추진 이전인 지난 2009년 12월 청구아파트는 6억95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지난 4월 청담아이파크는 21억원에 실거래가가 형성됐다. 입주 후 2억6000만원을 추가분담금으로 지불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10년 동안 10억원 이상(약 120%) 집값이 뛴 것이다.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에 자리한 래미안하이스턴 역시 2014년 리모델링을 통해 대치 우성2차라는 이름을 버리고 새로 태어났다. 차로 빼곡하던 지상주차장은€인공 연못과 폭포가 있는 단지 내 소공원으로 바뀌었다. 전용면적 84㎡(구 34평)였던 실내는 전용 110㎡(구 42평)로 넓어졌다. 지척에 있는 은마, 우성, 선경, 미도, 현대아파트 등의 경우€준공 30년 전후를 지난 노후 아파트지만€재건축 추진이 지지부진했다. 이곳만 유일하게 입주 5년 이내의 신축 아파트여서 인근 단지 주민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 외에 청담래미안로이뷰도 과거 두산아파트를 리모델링한 단지로 알려져 있다.

 

‘준공 15년만 지나면 사업 추진 가능’ 장점

앞서 언급한 반포푸르지오와 잠원동아 추진위가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이유도 삶의 질 향상 및 자산가치 증대와 무관치 않다. 반포푸르지오가 위치한 신반포로 한강변에는 현재 디에이치클래스트(옛 반포주공1단지), 아크로리버파크, 래미안원베일리(옛 반포경남) 등 국내 주택시장 시세를 이끄는 최고급 아파트가 즐비하다. 반면 해당 아파트는 준공 20년밖에 되지 않아 재건축 추진 연한까지 기간이 많이 남았음에도 낡고 부식된 배관과 누수, 결로 등으로 주거환경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집값 역시 인근 단지 시세에 훨씬 못 미쳤다. 반포푸르지오는 신반포역과 도보로 1분 거리에 위치한 데다 계성초교, 덜위치칼리지, 반포중, 세화중고교 등이 주변에 있어 학군이 뛰어남에도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왔다. ‘국민 평형’이라 불리는 전용 84㎡ 동일 평형임에도 실거래가가 인근 아파트보다 10억원 이상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점도 소유주들이 리모델링을 추진하게 된 계기 중 하나다.

리모델링은 낡은 아파트의 주거환경을 개선한다는 점에서 재건축과 같다. 하지만 재건축이 기존 건물을 완전히 허물고 다시 짓는 방식이라면 리모델링은 건물을 받치는 기본 구조물(뼈대)은 남겨둔 채 고쳐 짓는 형태다.

리모델링 움직임을 보이는 단지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사업추진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아서다. 재건축은 준공 30년 이상 아파트부터 가능하지만 리모델링은 준공 15년만 지나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리모델링은 재건축의 암초로 불리는 초과이익환수도 적용받지 않는다. 임대주택 건설 의무비율은 물론, 도로나 공원 건립 용도의 토지 기부채납도 없다. 안전진단 통과도 재건축보다 수월하다. 재건축은 안전진단에서 D등급 이상을 받아야 하는 반면, 리모델링은 B 또는 C등급 이상이면 가능하다.

이 때문에 부동산업계에서는 리모델링을 택하는 사업장이 향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단지는 현재 39곳, 2만8221가구 수준으로 추산된다. 특히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 사업성이 낮다고 인식되는 분당이나 일산 등 1기 신도시와 인허가 규제가 집중된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움직임이 많은 편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은 국내 아파트 리모델링 시장 규모는 2015년 9조원이었는데, 1년 뒤인 2020년에는 10조400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추정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리모델링은 골조를 제외한 모든 걸 철거하고 마감재와 전기설비, 기계설비 등을 새것으로 바꾸기 때문에 새 아파트나 다름없다”며 “재건축에 비해 평면도 수준이 떨어진다는 것도 옛말이다. 설계기술이 매우 좋아져 동 배치, 향(向) 모두 변경 가능하다. 사업추진 기간은 재건축보다 월등히 단축되는 만큼 입지 좋은 강남권 아파트를 필두로 리모델링 사업장은 점차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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