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3기 신도시의 성공 키워드는?
  • 윤현민 경기취재본부 기자 (hmyun911@sisajournal.com)
  • 승인 2019.06.28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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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부천도시공사 사장 인터뷰…“사람과 자연이 함께 어울리는 도시설계” 강조해

정부가 수도권 3기 신도시 추진에 진통을 겪고 있다. 기존 1·2기 신도시 주민들이 집값 하락과 슬럼화를 우려하면서다. 주로 경기 부천 대장동을 제외한 신규택지 주변에서 반발이 거세다. 이에 관계부처도 교통 및 자족기능 강화 대책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주민 반발은 여전해 구체적인 성공 로드맵 제시가 요구된다. 이 과정에서 해당 지자체의 안이한 생태보전 및 주택공급 정책은 금물이다. 개발업자 배만 불리는 개발로 관리비용만 늘려 후세에 부담만 지울 뿐이다. 이와 관련해 김동호 부천도시공사 사장을 만나 대장동 신도시의 성패를 가늠할 요인과 실현방안을 들어봤다.

김동호 부천도시공사 사장 @윤현민 기자
김동호 부천도시공사 사장 @윤현민 기자

생태보전 계획 선행하는 도시설계

자연의 생명을 위협하는 도시건설은 태생적 한계를 갖는다. 물길, 바람길이 허리 잘리면서 삶의 환경도 피폐해지기 때문이다. 김동호 사장도 사람과 자연이 함께 어울리는 도시설계를 강조했다. 우선 하천부터 살리는 계획을 하고 나머지 가용토지를 찾는 방식이다. 

그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집 지을 땅부터 찾고 하천은 적당히 복개해버리거나 과거와 같이 무조건 쫙 밀고 하천을 자로 재듯이 그은 뒤 물만 내려 보내면 된다는 방식은 더 이상 안 된다바람길은 하천을 따라가기 때문에 대장동 일대 4개 하천(굴포천·여월천·귤현천·오쇠천)들을 살리는 방법을 먼저 찾아놓고 나머지 학교용지, 주택용지, 공장용지를 차례로 찾아 설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민들이 하천에 쉽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부천시도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의견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막연한 정비가 아닌 생태보전의 철학을 요구하는 대목이다.

앞서 장덕천 부천시장은 지난 5월22일 부천상공회의소 주최 조찬간담회에서 굴포천도 국가하천으로 돼 있지만 준설이라든가 아직 제대로 정비가 안 돼 있어 이 참에 다 정비하고 천변에도 하천을 중심으로 한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했다.

 

다양한 수요 담은 주택공급 정책 필요

지난 정권에서 변질된 신도시 개념의 재정립 필요성도 제기됐다. 주로 무분별한 도시개발과 천편일률적인 주택공급의 폐해를 꼬집었다. 김 사장은 신도시는 보통 20년 정도 돼야 성숙하는데 참여정부 때 2기 신도시를 시작해 놓고 미처 완성되기도 전에 이명박 정권에서는 보금자리, 박근혜 정부는 행복주택을 각각 짓기 시작하고, 시흥, 양주, 김포 등지에서도 2기 신도시가 잘 안되니까 그 외곽에 무차별적으로 도시개발사업 허가를 내주면서 토지이용에 왜곡과 분산을 초래해 결국 시장만 교란시켰다라고 했다.

이어 같은 형태의 단독주택과 아파트만 지을 것 같으면 신도시가 아니라 단순한 주거단지나 도시개발사업에 지나지 않는다굳이 차량을 구입하지 않는 요즘 20대들의 경향을 고려해 차량 공유서비스가 가능한 공간을 마련하는 등 최근 트랜드 변화를 반영한 1인주택, 스튜디오주택, 청년 공유형 주택과 같은 다양한 유형의 주택공급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킬 정책적 고민과 노력에 대한 주문이다.

반면, 장덕천 시장은 앞선 모임에서 대장동, 오정동, 원종동 일원 104만평에 들어설 2만호 중 임대주택으로 하도록 돼 있는 7천호 가량은 전부 청년,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으로 해서 생산가능 인구를 유입하는 게 맞지 않나 싶어 제안했고 국토부가 이를 수렴했다라고 했다.

 

대장동 신도시-복합환승센터-영상문화단지 한 몸

대형 개발사업간 유기적 추진도 대장동 신도시의 성공 키워드다. 복합환승센터 및 영상문화단지 조성과의 다면적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김 사장은 부천은 마곡보다 인천공항에 더 가깝지만 유리한 입지를 전혀 활용하지 못하는 반면, 마곡은 인천공항 배후도시라고 홍보하며 이걸 활용해 에어비앤비(공유 숙박서비스)까지 들여와 성업시켜 관광객이 유입되면서 이들이 잠도 자고 쇼핑도 하며 하나의 산업으로 정착됐다부천시도 지하철 7호선, 소사~대곡선, GTX-B노선, S-BRT가 만나는 부천종합운동장역 복합환승센터를 마곡처럼 만들어 잘 키우려면 발 빠르게 움직여 중앙정부 협조를 적극 이끌어내고 민간사업자와 호텔업자도 유치하는 노력이 따라야 한다라고 했다.

이어 대장동 신도시-부천종합운동장역 복합환승센터-상동 영상문화단지는 한 몸처럼 맞물려 가야 하며, 이를 지역에 국한하지 말고 수도권 서부지역 전체에서 하나의 점으로 보고 그게 정리되면 다시 면으로 들여다 봐야한다부천시는 하루 빨리 조직과 사업규모를 정비해서 누가 중심을 잡고 추진해 갈지 전략적으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신산업 유치 장밋빛 전망 경계해야

산업변화에 뒤쳐져 초래된 인구감소에 대한 우려와 대안도 제시했다. 그는 과거 부천시는 인구, 공장, 주거 등이 밀집돼 수도권 서부산업도시로서 주축 역할을 했지만 1980년대 후반 이후 산업 고도화에 적응하지 못해 경쟁력이 떨어져 지금은 10인 이하 사업장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인구유출까지 더해져 이대로 놔두면 지역경제가 흔들릴 판이라며 단순히 공장용지를 많이 확보한다고 좋은 일은 아니며, 과거처럼 굴뚝, 장치산업으로 더 이상 채울 수도 없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기존 상식과는 전혀 다른 젊은 세대들의 트랜드와 산업변화를 좇아 부천만이 아닌 수도권 전체를 보는 큰 안목으로 전방위 노력을 기울여 새로운 형태의 기업들과 새로 나타나는 경쟁력 있는 기업들을 모셔와 부가가치 생산과 동종기업 유치를 통해 인구감소를 막아야 한다라고 했다.

그러나 부천시는 온도 차를 보이며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장 시장은 앞선 조찬간담회에서 기업들이 갈 수 있는 자족용지는 68정도인데 조금은 물량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공항과 가까워 유리한 입지이고 분양가도 기업들이 엄청 좋아할 수준으로 예상돼 기업하기에는 최적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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