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윅3: 파라벨룸》 호환 마마보다 무서운 존 윅
  •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6.29 10:00
  • 호수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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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아누 리브스가 돌아왔다

이 남자로 말할 것 같으면 허접한 연필 하나로 건장한 사내 셋을 일거에 쓰러뜨리고, 이름 하나만으로 악당을 오줌 지리게 만들며, 강아지 잘못 건드린 죄를 ‘멸문지화’로 갚아버리는, 존재 자체가 무기인 ‘무림’의 고수 되시겠다. 킬러들의 세계에서 호환 마마처럼 통용되는 이 남자의 이름은 존 윅(키아누 리브스). 그가 돌아왔다.

《존 윅》 시리즈는 액션‘영화’라기보다, ‘액션’영화라고 하는 게 더 알맞다. 중심 플롯은 물론 최소한의 설정까지 모든 것이 액션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1편에서부터 메가폰을 잡아온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의 액션을 향한 사랑은 3편 《존 윅3: 파라벨룸》에 이르러 더욱더 흐드러지게 만개한다. 액션 한계효용의 법칙을 실험하려는 듯 존 윅의 발길이 닿는 곳곳에서 피와 살육이 터진다.

영화는 2편 《존 윅: 리로드》(2017)가 끝난 지점으로 존 윅을 고스란히 데려다 놓는다. 심지어 2편 후반 몇 장면이 리플레이되기에, 흡사 2, 3편을 동시에 찍은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2편의 끝에서 존 윅은 ‘콘티넨탈 호텔에선 살인하면 안 된다’는 킬러들 세계의 룰을 어겼다. 규칙을 어긴 존 윅에게 내려진 형별은 ‘파면’이다. 파면과 함께 그의 목에 1400만 달러 현상금이 옵션으로 걸린다. 전 세계 킬러들이 고액의 현상금 낚시를 위해 존 윅을 노린다. ‘이제 사방이 적이다’라고 쓰려다 고쳐 쓴다. 이제 사방의 모든 것들이 그의 희생양 후보다. 말했잖은가. 이 남자, 존 윅이라니까.

《존 윅3: 파라벨룸》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존 윅3: 파라벨룸》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실망시키지 않는 액션

존 윅의 진가는 첫 액션 세트피스에서부터 드러난다. 죽이려 달려드는 장신의 적을 영접하는 존 윅의 무기는 ‘무려’ 책 한 권이다. ‘고작’이 아닌 ‘무려’라 표현하는 건 역시나 이 남자가 존 윅이기 때문이다. 관객은 책 한 권이 어떤 살인 무기로 변신하는가를 지켜보면 될 일. 기대를 거스르지 않고 존 윅은 ‘책의 위대함’을 다른 방법으로 보여준다. 특히 하드 커버를 이용한 마지막 일격의 액션 타격감이란. (일상의 사물을 활용해 적을 제압하는 이 분야 거성으로는 제이슨 본(맷 데이먼)이 있다. 본은 《본 아이덴티티》에서 볼펜 한 자루로, 《본 슈프리머시》에선 말아 쥔 잡지로, 《본 얼미테이텀》에선 얼굴 닦던 수건으로 상대를 제압한 바 있다. 문득 존 윅과 제이슨 본을 문방구에 던져 놓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해진다.)

일대일 대결로 몸을 푼 존 윅은 지체하지 않고 바로 여러 명의 적과 ‘몸의 대화’를 시도한다. 존 윅의 액션은 여전히 묵직하고 정확하다. 그리고 더 잔인해졌다. 악당1의 얼굴을 강타한 후 악당2의 단도로 급소를 사정없이 찌르고 악당3의 뺨을 사정없이 갈긴 다음 다시 돌아와 악당1의 갈비뼈를 아작내고 악당2의 목을 비튼 후 악당3에게 칼을 내리꽂는 식이다. 언제나 그렇듯 (적을) 확실하게 ‘죽여주는’ 마무리 동작까지 존 윅에게 망설임이란 없다. ‘푹!’ ‘퍽!’ ‘빠지직!’ ‘윽!’ 여기저기서 터지는 효과음과 함께 액션이 리듬을 타기 시작한다.

스턴트맨 출신 감독 채드 스타헬스키가 구사하는 《존 윅》 시리즈의 매력은 정직함이다. 빠른 편집으로 눈속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존 윅의 주먹이 어디에 박히고 칼이 어디로 날아가 꽂히는가를 정확히 포착해 낸다. 액션의 전달력이 높은 만큼 관객이 느끼는 체감 액션의 강도도 높을 수밖에 없다. 가령 마이클 베이의 액션이 ‘파괴지왕’적 규모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긴장감을 전달하지 못하는 것과 달리, 존 윅의 액션은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카타르시스와 통증을 안긴다. 게다가 액션 테크닉이 뛰어나고 그 동작에 창의력이 실려 있어 시청각을 강하게 자극한다. 역설적이게도 이전과 같지 않은 키아누 리브스의 육중한 몸매와 헐떡이는 숨소리는 액션의 사실성을 높이는 효과를 내기도 한다.

다만, 이 좋은 액션들을 최적으로 즐기기엔 131분이 조금 길다는 인상이다. ‘질’보다 ‘양’이 걸린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드는 생각. 이제 《존 윅》은 각 액션 시퀀스의 완성도만큼이나, 액션 시퀀스 사이의 밸런스를 따져야 할 때가 온 것이 아닐까. 공들여 찍은 액션 신을 편집에서 빼는 게 아깝긴 할 테지만, 한두 개 정도 덜어냈다면 나머지 액션 장면들이 더 효과적으로 개성을 드러내지 않았을까란 아쉬움이 있다. 물론 누군가에겐 ‘천상천하 유아독존’식으로 적을 섬멸해 가는 존 윅의 논스톱 액션을 131분이나 볼 수 있다는 게 마냥 즐거운 일이겠지만 말이다.

3편까지 이르는 동안 존 윅의 행보에 걸림돌이 없었던 건 아니다. 《존 윅》 시리즈를 비판하는 이들의 논지는 비슷하다. 개연성이 없다는 것. 특히 개 한 마리 죽인 것 때문에(그냥 개가 아니다. 아내가 남기고 간 개다) 이런 엄청난 복수가 시작된 게 말이 되느냐는 의구심은 ‘스토리는 개나 줘버렸다’라는 우스개로 표현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 윅》의 행보에 환호가 더 컸던 건, 적어도 이 영화가 관객이 액션영화에 원하는 것을 기대 이상으로 충족시켜줬기 때문이다. 액션이 어느 경지에 다다르면 그 자체로 서사의 일부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해 보인 것도 《존 윅》 시리즈다. 특히 이번 편에서 존 윅은 ‘개 때문에’라는 일부 팬들의 원성을 알고 있다는 듯 ‘개’연성에 대한 ‘셀프 디스’로 팬들을 웃기는데, 일견 ‘촘촘한 개연성을 찾는다면 번지수가 틀렸음’을 스스로가 강력하게 선포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액션과 함께 서사의 빈자리를 메우는 또 하나는, 게임 법칙을 연상시키는 《존 윅》만의 세계관이다. 이 시리즈의 상징적인 ‘콘티넨탈 호텔’은 무림의 고수들이 쉬어가는 일종의 비무장지대다. 이 공간에선 폭력을 포함해 살인이 금지돼 있다. 룰을 어기면? 존 윅처럼 파면과 함께 고액의 현상금이 붙는다. 킬러들 세계에서만 통용되는 코인, 킬러가 죽인 시체를 처리해 주는 처리반도 있다. 그렇다면 이 세계를 움직이는 핵심은 누구인가. 이른바 ‘국제암살자연맹’으로 불리는 킬러들의 국제 연합 조직이다.


키아누 리브스의 방랑자적 이미지와 함께 시너지 내

3편은 엄밀히 말해, 이 조직과 존 윅의 과거 인연과 미래 운명에 대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파라벨룸(Si vis pacem, para bellum)은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뜻의 라틴어 문장. 파라벨룸이 부제로 붙은 이번 제목은 조직과 존 윅의 관계를 조금 더 심도 있게 다뤄보겠다는 일종의 선언이기도 한 셈이다. 실제로 배급사 라이언스게이트는 《존 윅》 시리즈의 4편 개봉을 2021년 5월21일로 이미 공지한 상태다.

그리고 키아누 리브스가 있다. 《스피드》로 발견되고 《매트릭스》로 할리우드 정점에 섰던 키아누 리브스는 오십이 넘은 나이에 《존 윅》으로 다시 한번 존재감을 우렁차게 입증한다. 이 영화에서 존 윅은 대사가 거의 없다. 1~3편에서 존 윅이 구사한 대사를 다 합쳐도 웬만한 조연 배우가 영화 한 편에서 쏟는 대사보다 적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 될 게 없다. 오히려 존 윅이란 남자의 캐릭터를 더욱 확고하게 하니까. 키아누 리브스에게는 방랑자적 이미지가 있는데, 이러면 면모가 존 윅과 맞아떨어지며 시너지를 내기도 한다.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외로워하는 존 윅의 모습에서 오래전 사랑하는 이를 먼저 떠나보낸 키아누 리브스의 실제 모습이 겹쳐 보이는 건 필자만의 착각일까. 배우와 캐릭터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발전하는 경우가 있는 《존 윅》 또한 그렇다.

2편에선 영화 《매트릭스》에서 키아누 리브스와 호흡을 맞췄던 로렌스 피시번이 가세, 팬들의 향수를 자극한 바 있다. 이번엔 대사로 《매트릭스》의 추억을 상기시킨다. “Guns, Lots of guns(총, 많은 총).” 레오(키아누 리브스)가 했던 대사가 존 윅을 통해 다시금 발화된다. 4편에서는 또 얼마나 많은 총이 쏟아질까. 방아쇠는 이미 당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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