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재편③] ‘제3지대’서 새판 짜기 나선 개혁보수
  • 구민주·송창섭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9.07.01 10:00
  • 호수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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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유승민계 중심 잡고, '자유와공화' 등 친이계 원외 인사들 지원사격 나서

황교안 대표 체제의 자유한국당이 ‘자중지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보수진영의 또 다른 축을 담당하는 중도·개혁 세력에선 ‘헤쳐모여’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유승민계로 대표되는 바른미래당 내 보수 성향 의원들을 중심으로, 과거 친이(친이명박)계 인사 일부를 비롯한 굵직한 원외 인사들이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친박 세력과의 결별을 감수하더라도 향후 바른미래당과의 보수 통합을 그리고 있는 한국당 지도부의 구상과는 달리, 이들은 우선 한국당과 거리를 유지하며 중도층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독자적인 ‘제3지대’를 구축할 계획이다.

바른미래당 내 유승민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중도개혁 세력의 ‘헤쳐모여’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 연합뉴스
바른미래당 내 유승민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중도개혁 세력의 ‘헤쳐모여’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 연합뉴스

합의이혼 밟는 바른미래당에 원외 ‘자유와공화’ 힘 더할 듯

이 같은 움직임은 바른미래당 내 보수 성향(유승민계) 의원들로부터 시작됐다. 계속되는 지지율 부진 속에서 당내 유승민계 의원들은 올해 초부터 손학규 대표의 퇴진과 함께, 유승민-안철수 전 공동대표를 필두로 하는 당 개편의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했다. 한국당 일부에서 친박 핵심을 정리한 후 유승민계 의원들과 손잡으려 물밑에서 러브콜을 보냈지만, 유 의원은 “절대 한국당으로 돌아갈 일은 없다”며 거듭 당을 지킬 것을 강조했다.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한 관계자는 “한국당 안에서 복당파 의원들이 그간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봤는데, 그 당으로 다시 들어가려는 의원이 있겠는가”라며 “들어가도 대부분 공천 따내기도 어렵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지금 당을 우리(유승민계) 중심으로 키우는 게 총선 전 유일한 선택지”라고 말했다.

최근 당내 오랜 갈등을 봉합하고자 바른미래당은 혁신위원회 출범을 결정했다. 대외적으로는 당내 갈등을 해소해 총선 승리를 함께 이뤄내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지만, 내부에선 유승민계 의원들과 호남계 의원들 간의 ‘합의이혼’을 위한 수순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도부에 반발하던 유승민계 의원들이 혁신위 출범에 동조한 것 또한 이를 자연스러운 이별 과정으로 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승민계 한 관계자는 “손 대표는 추석까지만 지켜봐 달라고 했지만, 7월이 지나고 어느 쪽으로든 혁신위 발표가 나오고 나면 지금의 당 구도가 지켜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개혁보수 성향 의원들의 보수 재편 의지가 드러나자, 제3지대 형성을 주장해 오던 원외 인사들도 하나둘 여기에 힘을 더하고 있다. 대표적 인물로 정의화 전 국회의장, 박형준 동아대 교수, 정태근 전 새누리당 의원 등 옛 친이계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외부에서 한국당의 한계를 꾸준히 제기해 온 정 전 의장과 박 교수는 현재 원외 보수 싱크탱크인 ‘플랫폼 자유와공화’에 몸담고 있다. 자유와공화가 향후 바른미래당의 유승민계와 밀접하게 손잡고 새판을 짜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4월 공식 출범한 자유와공화는 줄곧 공화주의를 강조하며, 중도층까지 아우르는 개혁적 보수의 가치를 내걸어왔다. 4월 출범식 당시 유승민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를 비롯해 개혁보수 성향의 정치인 여럿이 참석하기도 했다. 손학규 대표가 영입한 주대환 바른미래당 혁신위원장 내정자 역시 자유와공화 공동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 때문에 유승민계 역시 손 대표 쪽 인사임에도 불구하고 주 내정자를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제3지대 형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고 알려진 친이계 인사들은 아직은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판이 짜이면, 새로운 정당을 위해 일정한 역할을 할 것이란 여지를 남겼다. 정태근 전 의원은 “개혁보수 정당을 세우는 데 직접 관여하지는 않고 있다”면서도 “한국당이 변하기 어렵다고 보는 상황에서, 대안이 될 정치 세력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엔 동의한다. 그 안에서 필요하다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유와공화 공동대표인 박형준 교수 역시 “자유와공화 차원에서 바른미래당 의원들과 직접 보수 개편작업을 하고 있진 않다. 그러나 기존에 같이 정치를 해 왔던 사람들이라서 꾸준히 얘기를 나누고 있다. 중도개혁 보수의 방향이나 가치에 대해 도움을 주는 정도”라고 말했다.

4월1일 ‘플랫폼 자유와공화’ 출범식에서 축사하는 유승민 의원 ⓒ 유승민 인스타그램
4월1일 ‘플랫폼 자유와공화’ 출범식에서 축사하는 유승민 의원 ⓒ 유승민 인스타그램

안철수 복귀로 힘 얻는 반면, 당명·당비 쟁탈전 우려

유승민계 의원들과 친이계 원외 인사의 보수 개편 작업은 독일에 머물고 있는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의 복귀로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측근들에 따르면, 안 전 대표는 빠르면 7월 말, 늦어도 8월엔 귀국할 것으로 보인다. 안 전 대표가 독자적으로 세를 더 넓힐 수도 없는 상황에서, 과거처럼 유승민계와 전략적 화합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선 안철수-유승민 공동체제가 확고히 설 경우, 향후 외부 인재 영입과 총선 유세에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선 안 전 대표의 측근들을 중심으로 이미 그의 국내 정치 복귀와 총선 준비를 위한 팀을 가동 중이라는 얘기도 전해진다. 그중 한 명으로 알려진 김철근 전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이에 대해 “별도의 팀을 꾸려 따로 활동하고 있진 않다”면서 “한 달여 전 독일에서 안 전 대표를 만났지만 구체적으로 언제 돌아올지 얘기를 나눈 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안철수-유승민 두 인물을 주축으로 판이 꾸려져야, 그나마 제3당이 어려운 상황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수진영의 이합집산이 강력하게 예고되는 상황 속에서, 이제 제3당인 바른미래당에 남은 변수는 현재의 당명과 당비를 호남계 의원들과 어떻게 나눠 가질지에 대한 논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년5개월여간 유지돼 온 당명과 87억원에 이르는 당비를 어느 한쪽도 쉽게 양보할 수 없을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명과 당비를 갖게 되면 그러지 못할 때보다 향후 다른 당과 선거 연대를 할 때 훨씬 더 우위에 있을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명을 반드시 지키고 싶어하는 유승민 의원이 이상돈·장정숙·박주현 등 호남계 비례대표 의원들에게 향후 당을 떠날 수 있는 자유를 주는 선에서 당내 호남계와 ‘합의이혼’이 이뤄질 거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한편 각 당의 공천 작업이 본격화되면 한국당의 공천 경쟁에서 밀린 의원들이 개혁보수 정당에 추가 합류할 거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당의 현 지도부가 ‘친박’의 이탈을 막기 위해 친박계 의원들을 상당 부분 배려할 경우, 이에 반발해 탈당하는 이들도 생겨날 전망이다. 개혁보수 세력 측은 내년 총선 출마가 점쳐지는 홍정욱 전 헤럴드 회장과 원희룡 제주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원조 개혁보수 인사들이 향후 플레이어로 합류할 것으로 조심스레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공천 탈락자들의 무분별한 영입은 자칫 당의 이미지를 깎아내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태근 전 의원은 “한국당에서 낙천하는 의원 중 친박들은 우리공화당으로, 비박의 개혁보수 성향 의원들은 제3지대를 형성한 바른미래당으로 합류하려 할 텐데, 역대 선거 결과로 볼 때 낙천 인사들이 모인 정당이 승리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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