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블리가 불러온 ‘소송 나비효과’
  • 차여경 기자 (chacha@sisajournal-e.com)
  • 승인 2019.07.02 14:00
  • 호수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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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입증’ 놓고 임블리-소비자 간 법적 다툼 확산
전문가들 “상황 지켜봐야겠지만 이미지 타격 불가피”

팔로워 80만 명을 보유했던 유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플루언서 쇼핑몰 ‘임블리’가 분쟁에 휩싸였다. 임블리 제품을 사용하다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쇼핑몰을 상대로 공동소송을 걸었고, 임블리는 SNS 피해제보 계정을 상대로 명예훼손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임플리 사태는 올해 4월 호박즙 곰팡이 사건으로 촉발됐다. 임블리가 판매하던 호박즙에서 곰팡이가 나온 것이다. 이후 임블리 화장품 이물질, 명품의류 카피, 동대문 상인 갑질 등 피해 제보가 잇따랐다. 당시 임블리 측은 문제가 된 호박즙 곰팡이 제품의 환불은 불가하고, 교환만 가능하다고 대응해 비난을 키웠다. 급기야 SNS에 임블리 피해제보 계정이 생겨났다. 임블리 운영사 부건에프엔씨는 지난 5월 서울 금천구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사과했다. 임블리 운영에 참여한 인플루언서 임지현 상무가 보직에서 물러나고, 호박즙 등 식품사업도 전면 중단하겠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시민단체와 피해 소비자들은 임블리와 부건을 상대로 잇달아 소송을 제기했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5월27일 임지현 부건에프엔씨 상무와 박준성 부건에프엔씨 대표를 사기(과대광고), 상표법 위반, 식품위생법 위반, 소비자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임블리 소비자 37명은 6월18일 부건에프엔씨를 상대로 1인당 1000만원씩 총 3억7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소송 대리인은 법무법인 넥스트로 강용석 변호사여서 주목을 받았다.

온라인 쇼핑몰 ‘임블리’에 대한 폭로 계정에 올라온 피해 사례와 ‘임블리’ 홈페이지 사과문 ⓒ 유튜브 캡쳐·홈페이지 캡쳐
온라인 쇼핑몰 ‘임블리’에 대한 폭로 계정에 올라온 피해 사례와 ‘임블리’ 홈페이지 사과문 ⓒ 유튜브 캡쳐·홈페이지 캡쳐

임지현, 상무직 물러났지만 논란 여전

정부기관도 제2의 ‘임블리 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주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임블리의 ‘블리블리인진쑥밸런스에센스’ 등이 품질관리 기준을 준수하지 않았다며 1개월 판매업무 정지 행정처분을 내렸다. 식약처는 현재 국민청원 안전검사심의위원회를 통해 시중에 유통 중인 임블리 화장품 52개를 수거해 미생물 검사를 진행 중이다.

서울산업진흥원(SBA)은 2017년 부건에프엔씨에 부여한 우수 일자리 창출상 수상 자격에 대한 재검토에 나섰다. 서울산업진흥원 관계자는 “우수 일자리 창출상을 받은 기업 중 퇴사율, 임금체불 등 경중에 따라 위원회를 열어 수상 기준을 재검토하고 있다”며 “(논란을 인지한 후) 부건에프엔씨에서 소명자료를 받은 상황이고 외부심의위원회를 통해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임블리와 소비자 간 신경전도 점점 격화되고 있다. 부건은 지난 5월 임블리 소비자 피해고발 계정을 운영하는 A씨를 상대로 가처분신청서를 법원에 냈다. 이후 곧바로 A씨를 상대로 명예훼손 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피해고발 계정이 회사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이유였다. 원래 SNS 계정은 저작권 침해로 삭제된 상태고, A씨는 새로운 계정으로 소비자 운동을 하고 있다.

집단소송도 잡음이 일고 있다. 공동소송에 참여하기로 했던 몇몇 소비자가 이탈하면서 소송 대리인과의 갈등 상황이 언론에 공개됐기 때문이다. 부건 측은 “강용석 변호사가 소비자들이 소송에 참여하도록 설득하고, 일부 소비자들을 퇴출시켰다”며 “집단소송은 패소율이 높고 변호사에게만 이득이 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돌렸다. 임블리 피해제보 계정을 운영하는 A씨의 입장은 달랐다. 그는 “집단소송의 목적은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이다. 임블리가 주장한 대로 변호사의 수임료 장사라면 참여자를 퇴출시킬 이유가 없다. 임블리는 소비자 운동을 까계정으로, 소비자를 블랙컨슈머로 폄하 중”이라며 “명예훼손 형사고발 피고소인 자격으로 관할 경찰서에서 통보가 오면 성실히 조사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여론도 A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부건은 오는 6월29일 임지현 상무가 직접 참여하는 소비자간담회를 연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부건 측이 임블리 제품을 사용했던 소비자들을 악의적인 블랙컨슈머로 모는 것에 이어, 소비자간담회를 추첨식으로 몇몇 회원들만 뽑아 진행하는 것은 소비자 기만’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A씨에 따르면 여전히 피해 제보도 많이 들어온다. 특히 과대, 과장광고를 했던 인진쑥에센스 환불 제보가 가장 많다. A씨는 “물, 방부제 없는 100%쑥 추출물이라고 광고한 제품에 대해 많은 소비자들이 환불을 요청하고 있지만 현재 선택적 환불이 이뤄지고 있다”며 “불량품에 대한 환불조치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집단소송, 승·패소 가능성 점치기 어려워”

업계 관계자들은 집단소송의 경우 승소와 패소 가능성을 정확히 점칠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다만 온라인 쇼핑몰 등 유통업체의 경우 이미지 타격을 피할 순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강신업 법무법인하나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전 공보이사)는 “다수의 피해자를 대신해 몇몇 피해자가 대표해서 소송을 걸고, 승소할 경우 모든 피해자가 피해보상을 받는 것이 집단소송”이라며 “국내에는 증권 분야에서만 집단소송이 도입됐다. 이번 임블리 사태는 여러 피해자가 기업에 소송을 거는 공동소송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임블리가 공동소송 패소율, 변호사 착수금을 거론한 것은 틀린 말은 아니지만 기업 입장에서 유리한 발언”이라며 “대개 공동소송이 어려운 이유는 피해원인을 규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승소하더라도 장기적인 싸움이고 피해보상금을 제대로 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공동소송의 성격과 원인에 따라 입증만 잘 한다면 패소율이 높다고 단정 지을 순 없다”고 말했다.

한 법률 스타트업 관계자는 “승·패소와 관계없이 이미지로 먹고사는 기업들에는 집단소송 자체가 (이미지)타격이 될 수 있다. 인보사 사태, 라돈침대 사태 등 현재 집단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들도 이미 기업들이 화살을 맞고 있다”며 “유통 중소기업, 스타트업의 경우 온라인상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될 경우 일부 매출 타격 등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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