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목선에 뚫린 안보, 국민이 믿을 수 있게 하라”
  •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 (jongseop1@naver.com)
  • 승인 2019.06.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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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로 말하지, 과정으로 얘기할 수 없는 게 국가안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최근 찬반이 엇갈린다. 취임 초 한때 70%를 넘기기도 했지만 올 초부터는 40%대 후반 전후에서 지지와 비판이 맞서고 있다.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6월 셋째 주 문 대통령 취임 111주 차 국정수행 지지율은 전주 대비 2.7%포인트 하락한 48.6%였다. 반면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전주 대비 2.0%포인트 오른 47.4%였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수도권과 호남, 30대와 50대 그리고 중도층과 진보층 등 대부분의 지역과 세대 그리고 계층 등에서 하락했다. 이러한 내림세를 가져온 요인 중 하나로 삼척 북한 어선 경계 실패 논란이 꼽힌다.

당황스러운 일이다. 시민 신고가 있을 때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지금 무슨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이미 알고 움직여야 할 사람들은 전혀 몰랐다. 오전 6시50분쯤 산책 나온 주민이 차림새가 특이한 북한 선원을 발견하고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고, 북한 선원들은 “북한에서 왔다”고 답했다니 당황하지 않겠는가? 한 북한 선원은 “서울의 이모와 통화하고 싶다”며 휴대전화를 빌려 달라고까지 요구했단다.

황당한 일이다. 소형 목제 어선이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57시간, 날수로는 사흘 동안이나 우리 군의 작전 책임구역인 동해상에 머물렀다니 말이다. 사건 발생 직후 장비가 노후되어서, 동해가 넓은 지역이어서 감시정찰 능력에 한계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 나왔다.

6월15일 오전 6시50분, 삼척항 방파제에 북한 어선이 왔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삼척파출소 경찰이 목선을 타고 온 북한 주민들을 조사하고 있다. ⓒ 뉴시스
6월15일 오전 6시50분, 삼척항 방파제에 북한 어선이 왔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삼척파출소 경찰이 목선을 타고 온 북한 주민들을 조사하고 있다. ⓒ 뉴시스

정부 내 관련 기관 간 공조 실패

말이 안 되는 건 아니다. 군의 설명에 따르면 문제의 북한 어선이 야간에 먼바다에서 엔진을 끄고 대기에 들어가는 순간, 군의 해안 감시레이더가 미세하게 포착했다고 한다. 당시 동해상 파고는 1.5~2m였고, 북한 어선은 높이 1.3m, 폭 2.5m, 길이 10m여서 감시요원들은 선박이 정지상태여서 부표나 파도로 인한 반사파로 인식했다고 한다.

하지만 선박은 28마력 엔진으로 스스로 삼척항으로 들어왔다. 당시 경비함과 P-3C 초계기의 정상적 초계활동도 진행되고 있었다는 게 군의 설명이었다. 더구나 오징어 잡이 철을 맞아 북한 어선들이 동해 북방한계선 북쪽에 많이 모여 있어, 평소보다 더 많은 경비함, 해상초계기 그리고 해상작전헬기 등이 투입되어 있는 상태였다니 더 당황스럽다.

두 번째 기회도 있었다. 오전 6시15분쯤 삼척항 인근 해안선 감시용 지능형 영상감시체계에는 삼척항으로 접안하는 북한 선박의 모습이 1초간 2회 포착됐다고 한다. 해양수산청과 해경의 폐쇄회로(CC)TV에도 해당 선박 모습이 찍혔지만 조업을 마치고 귀환하는 남측 어선으로 판단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문제는 안보는 사후 설명과 변명이 통하지 않는 영역이라는 거다. 결과로 말하지 과정으로 얘기할 수 없는 게 국가안보다. 한 번의 실수와 착오조차 용납되지 않는 생과 사의 갈림길이다. “100가지 잘한 점이 있더라도 이 한 가지 경계작전 실패로 국민 신뢰를 받을 수 없게 되었다”는 국방장관의 언급은 정확하다. 당연히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국민이 정부에 대한 믿음을 거둬들일 수도 있는 일이다. 정부 내 관련 기관 간 공조의 실패 때문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국가정보원의 검역 요청에 따라 6월21일 오후 어선과 물품 검역에 나섰다. 북한 선박에서 백미 28.8kg, 양배추 6.1kg, 감자 4.1kg 등 식물류 39.0kg이 발견됐다. 김치찌개, 멸치조림, 고추·깻잎 장아찌, 된장 등 음식물 10.3kg도 함께 발견됐다.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 주민 2명의 옷, 신발, 소지품 등에 대한 검역은 22일에야 완료됐다고 한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국인 북한 어선이 삼척항에 들어온 지 8일이 지나서야 검역이 완료되었다니 정부에 믿음이 가겠는가? 관계 기관으로부터 관련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 질병관리본부가 “대중매체를 통해 해당 사실을 인지하고 해경에 선원 및 접촉자에 대한 감염병 여부를 확인 요청했다”니 말이다.

같은 일에 대한 관계 기관 간의 엇박자도 국민의 믿음을 줄인 일이다.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해경 상황센터는 15일 오전 사건이 발생한 직후 청와대 국정상황실과 국가정보원, 합동참모본부 등에 세 차례 상황을 보고했다. 해경 보고서에는 ‘삼척항 방파제에 미상의 어선’ ‘자력으로 삼척항 입항’ 등 상세히 적혀 있다고 한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6월25일 국회에 출석해 북한 목선 귀순과 관련해 답변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6월25일 국회에 출석해 북한 목선 귀순과 관련해 답변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안전과 안보에 대한 신뢰가 평화의 출발점

하지만 군 당국은 17일 첫 브리핑에서 “북한 선박이 삼척항 인근에서 발견됐다” “목선이 떠내려왔다”고 했다. 마치 북한 어선이 삼척항 앞바다에서 표류하다 발견된 것처럼 허위 발표했던 거다. 해안경계를 통한 국가안보라는 공통목표를 가진 군과 해경의 서로 다른 발표를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

더 큰 문제는 ‘청와대 정부’의 수뇌 청와대의 행태다. 관계 기관 간 공조와 협조를 통해 관리는 물론 일관되고 단호한 대응을 주도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청와대가 해경 보고를 통해 관련 상황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군의 잘못된 발표를 방관했다는 논란이다.

청와대는 “군 발표를 사전에 대략 알았지만 간섭은 안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현역 군인 신분의 행정관이 사복 차림으로 국방부 브리핑 자리에 있었던 건) 어떤 방식으로 여론이 흘러가는지 확인차 갔던 것”이란다. 여론 파악이 국방부 브리핑장에서 가능한 일인가? 정부 내 관계 기관 간 협조와 공조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게 청와대가 우선해야 할 일 아닌가?

문 대통령의 긍정평가를 떠받치는 기둥 중 하나는 남북관계다. 작년 세 번에 걸친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으로 대통령 지지율은 70%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북·미 정상회담 결렬과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가 이어지자 여론은 차갑게 돌아섰다.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나 종전선언 그리고 평화협정 전환 등 합의내용을 잘 지킬 것으로 보는 의견은 58%에서 26%로 줄었고, 북한이 합의내용을 지키지 않을 걸로 보는 의견은 20%에서 61%로 늘었다. 1년 만의 변화다. 정부가 북한에 식량을 지원해야 하는지, 아니면 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지원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47%로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44%)을 오차범위 내에서지만 근소하게 앞섰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튼튼하고 강력한 안보 위에서 남북화해가 가능하다고 봤다. 시민 안전과 국가안보에 대한 국민 신뢰가 한반도 평화의 출발점이라는 말이다. 이럴 때 북한도 협조한다. ‘해상판 노크 귀순’에 대한 철저한 진상 파악과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그래야 국민이 정부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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