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집배원 파업은 응원합니다”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19.06.2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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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배원 파업에 대한 댓글 4500여 건 분석해 봤더니

‘파업’은 대부분 부정적으로 인식되기 마련이다. ‘남’의 요구가 이뤄질 때까지 ‘나’의 불편이 생기기 때문. 그러나 이번 파업에 대한 인식은 예외에 가깝다. 집배원 노조인 전국우정노동조합(우정노조)의 파업 얘기다. 우정노조는 지난 6월25일 135년 우정사업 사상 처음으로 파업을 결의했다. 민간 택배회사가 가지 않는 농어촌, 도서 지역 등을 담당하는 우체국이 파업을 하면 큰 혼란이 초래될 것이 불 보듯 뻔한데도, 국민들은 파업을 지지하고 있다.

ⓒ tagxed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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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은 집배원 파업에 대한 민심을 들여다보기 위해 포털 뉴스에 달린 댓글 4500여 건을 분석했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를 뽑아, 빈도에 따라 크기를 다르게 표현하는 ‘워드 클라우드(word cloud)’ 방식으로 시각화했다. 형태소 분석은 웹사이트 ‘젤리랩’을 이용했고, 시각화는 ‘텍사도(Tagxedo)’를 사용했다.

시사저널은 우정노조가 파업을 결의한 6월25일부터 이튿날 오후 3시까지 생산된 기사(전체 282건) 중 댓글이 100개 이상 달린 기사 20건에 대한 댓글 4500여 건을 수집했다. 형태소 분석 전 특수문자와 영문, ‘ㅋ’이나 ‘ㅎ’ 등 한글 자모음은 삭제했다. 분석 이후엔 ‘하다, 받다, 있다, 주다’ 등 의미가 없는 단어를 지워 시각화했다. 또 ‘파업’ ‘택배’ ‘집배원’ ‘우체국’ 등은 가장 많이 언급될 수밖에 없는 단어이기 때문에 분석에서 제외했다.

‘일’이 가장 많이 언급된 가운데 ‘사람’ ‘응원’ ‘지지’ 등이 뒤를 이었다. 실제 분석한 기사 20건 중 “집배원 파업 지지합니다” 혹은 “힘내세요. 응원합니다” 등의 댓글 상당수가 ‘추천 많이 받은 댓글’ 상위권에 위치해 있었다. 특히 “힘내세요. 파업할 만해요”(한국경제, [속보] 사상 첫 ‘우체국 파업’ 초읽기…우정노조, 쟁의행위 가결 “7월9일 돌입”)라는 댓글은 1543번의 추천을 받았다.

이 밖에 거의 모든 단어가 집배원들의 노고에 동감하는 의미를 품고 있었다. ‘죽다’와 ‘힘들다’ ‘고생’ ‘과로사’ 등의 단어가 그 예다. 또 ‘개선’이나 ‘뽑다’ ‘충원’ ‘해결’ 등의 단어를 통해 댓글민심은 집배원들의 상황이 제도적으로 나아지길 바라고 있다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 시사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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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국회의원 세금 줄여 인력 충원해라”

비판의 화살은 ‘정부’와 ‘국회’를 향했다. ‘국회’가 언급된 댓글의 경우 “과로사가 웬 말이냐. 일 안 하는 국회의원 봉급으로 우체국 일자리 늘려줘라”(한국경제, [속보] 사상 첫 ‘우체국 파업’ 초읽기…우정노조, 쟁의행위 가결 “7월9일 돌입”) 등이 있었다. 또 “이런 거 얼른 처리하라고 있는 국회는 놀고 있습니다. 노는 국회의원들에게 자기네 지역구 우편물 배달이라도 시킵시다”(중앙일보, “상 당할 때나 휴가” 집배원 첫 파업 초읽기)는 댓글도 보였다.

다만 모든 댓글이 집배원 파업에 긍정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공무원’이란 단어는 9번째로 많이 쓰였다. ‘공무원’이 언급된 댓글은 “퇴직 후 공무원연금 받는 집배원이 힘들고 싫으면 사설택배 하거라”(MBC, 사상 첫 집배원 ‘파업 결의’…오늘 막판 협상), “공무원 시험 쳐서 집배원 붙은 것도 아닌데 바라는 게 너무 많은 거 아닌가”(같은 기사) 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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