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우클릭’ 불가피한 세 가지 이유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7.0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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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의 민심풍향계]
내년 총선은 결국 중원싸움…대북이슈·경제문제서도 중도층서 부정적 기류 감지
지금 정치권은 ‘기-승-전-총선’이다. 정부 역시 예외가 아니다. 내년 총선에서 여대야소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하반기 국정운영은 어려워진다. 국회의 협조 없이 문 대통령의 각종 공약 법안과 예산이 순조롭게 통과될 리 만무하다. 역대 정부에서 임기 중반에 있는 선거는 정권의 하반기 운명에 막대한 영향을 주었다. 직전인 박근혜 정부에서 2016년 국회의원 총선거의 패배는 뼈아팠다. 여소야대 정국이 만들어지면서 결국 탄핵으로까지 이어졌다. 노무현 정부는 2006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면서 사실상 레임덕으로 이어졌다.

선거는 구도이고, 당락을 가르는 결정적인 축은 중도층에 있다. 지난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중도층에서 후보들 중 가장 많은 득표를 했다. 선거에서 중도층을 잡아야 한다는 진리는 더 이상 전략도 아니다. 결국 핵심지지층이 진보인 문 대통령과 현 정부는 총선 승리를 위해 지금의 이념 위치보다 조금 더 오른쪽으로 옮겨가야 승산이 있다. 우클릭을 해야만 하는 치명적인 이유가 된다. 황교안 대표와 자유한국당이 ‘친박’의 이탈을 무릅쓰고라도 중도표를 끌어들이기 위해 좌클릭하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이른바 중원싸움이 시작된 셈이다.

민주노총이 6월24일 청와대 앞에서 대정부 투쟁 기자회견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민주노총이 6월24일 청와대 앞에서 대정부 투쟁 기자회견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중도 성향 유권자, 지지 정당 물음에 ‘유보’

문재인 정부가 우클릭을 해야만 하는 첫 번째 이유는 구도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는 누가 뭐래도 현 정권을 평가하는 성격이 강하다. 최근 정당지지율은 계속해서 더불어민주당이 다른 정당을 앞서가는 추세로 나타나지만 지난해 지방선거와 비교해 보면 파괴력은 제한적이다. 정권 심판과 평가의 성격이 있는 내년 선거 구도를 볼 때 우클릭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 조치다. 총선 민심이 만만치 않은 까닭이다.

한국리서치가 한국일보의 의뢰를 받아 지난 6월6~7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내일이 투표일이라면 어느 정당의 지역구 후보와 비례대표 후보에게 투표를 할지’ 각각 물어보았다. 선거에서 후보들의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중도층 유권자의 반응은 엇갈렸고 냉랭했다. 지역구 후보에 대한 중도층의 투표의향은 민주당 18.4%, 한국당 13.8%로 나타났다. 민주당과 한국당 모두 20%가 되지 못했다. 두 정당의 차이가 크지도 않다. 민주당의 내년 총선 성적을 예상하고 분석해 본다면 문재인 정부가 조금도 안심할 처지가 못 된다.

심지어 개별 후보가 아닌 정당에 대한 호감도를 의미하는 비례대표 정당투표 의향은 오차범위 내이기는 하지만 한국당이 민주당을 근소하게 앞서는 수준이다(표①). 집권여당이 앞서는 정당지지율의 착시현상에 휘둘린다면 객관적인 판세 분석이 힘들어진다. 이번 조사에서 정치적 성향이 중도층인 응답자들의 절반 가까이가 지역구 후보든 정당투표든 결정을 유보하고 있다. 어떤 구도가 연출되느냐에 따라 중도층 판세는 움직이게 마련이다. 중도 쪽으로 더 우클릭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문 대통령이 우클릭해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북한 때문이다. 대북 이슈는 현 정부의 성공과 실패를 가를 결정적인 변수다. 당장에 임기 전체적인 영향보다 대북 이슈가 더 중요해진 이유는 내년 선거 때문이다. 내년 선거에 핵심적인 변수는 경제라고 하지만 대북 관계가 주는 영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임기 초반과 달리 국민들의 북한에 대한 시각은 부정적으로 변해 가고 있다. 비핵화에 진전이 없는 가운데 남북관계 자체만을 강조하는 경우 내년 총선에 대북 이슈는 호재가 아니라 악재다. 인기척조차 없이 동해안 삼척항으로 표류해 들어온 북한 목선 이슈가 중도층 국민들에게 주는 영향이 적지 않다. 북한과 관련된 사소한 이슈라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 핵실험 이슈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대북 이슈에 대한 중도층의 시각은 그리 밝지 않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지난 5월14~16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북한 관련한 우리 국민들의 인식’을 물어보았다. 선거에 중요한 중도층들의 반응은 역시 호의적이지 않다. ‘북한 비핵화, 종전선언, 평화협정 등 합의 내용 이행’에 대한 신뢰도를 물어본 결과, 긍정은 24%에 그쳤다. 10명 중 6명이 넘는 숫자가 북한의 이행 의지에 대해 불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도층의 60% 정도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인도적 지원’에 부정적인 인식으로 나타났다(표②). 즉 비핵화에 대한 성실한 답변이 없다면 북한을 지원하는 것에 중도층은 긍정적이지 않았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마냥 북한에 우호적인 정책을 고집하기 힘든 상황이다.

文정부 경제정책에 공감하는 중도층 11.9%

현 정부가 우클릭할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경제다. 내년 선거는 경제가 판가름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문 대통령은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윤종원 전 경제수석을 사실상 경질하고 새로운 경제 라인을 구축했다. 진보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의 방향은 공감받고 있지만, 실제 진행되는 방법에 대한 반발은 그냥 넘어가기 난감한 수준이다. 민주노총은 현 정부와의 결별까지 선언할 정도다.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아프니까 자영업이 되어 버린 소상공인들의 아우성은 더욱 고통스럽게 들린다. 아무리 남북관계를 진전시켜도 경제가 나아지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집권여당은 좋은 성적을 장담할 수 없다. 특히 중도층의 경제정책에 대한 여론은 현재의 위치보다 더 우클릭해야 해결 가능해 보인다.

한국리서치가 한겨레의 의뢰를 받아 지난 5월2~3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중도층은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어보았다. 조사 결과 중도층 10명 중 약 7명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방법은 보완해야 한다’로 나타났다. 현재대로 정책의 취지와 방법에 공감한다는 중도층의 응답은 고작 11.9%에 그쳤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중도층뿐만 아니라 지지층들마저 외면하는 경제정책이다. 우클릭하지 않으면 선거 영향은 안 봐도 비디오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내놓은 갖가지 정책 공약은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과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였다. 만약 진보정책 일색으로 고집했다면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의 선전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당시 민주당의 선거 승리를 ‘성공적인 중도 외연 확대’로 보는 진단이 많았다. 지난 대통령선거 국면에서 문재인 후보는 사드 미사일 배치에 대해 끝까지 한쪽 의견만을 편들지 않았다. 중도층의 표가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우클릭을 해야 하는 불가피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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