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전격 방문' 트럼프 머릿 속에 담긴 '빅피쳐'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9.06.30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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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 측근만 상의해 DMZ 방문 전격 결정... 종전선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월27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호텔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포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월27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호텔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포토

한반도 분단의 역사적 현장인 판문점에서 세 번째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월30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나는 지금 한국에 있다(I am in South Korea now)”며 “또한 DMZ에 간다(오랫동안 계획된)”고 밝혔다.

이날 올린 트위터에서 마지막 문구가 인상적이다. ‘문 대통령과의 미팅은 매우 순조롭게 진행됐다.(My meeting with President Moon went very well!)’ 전날 있었던 회담에서 한‧미 양국 정상은 무역협상과 함께 최근 한반도 주변 정세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DMZ 3차 회담은 북·미 관계 정상화 신호탄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DMZ 방문은 교착된 북‧미 관계를 정상궤도로 올려놓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최근 북‧미 양국은 물밑에서 실무회담을 끊임없이 진행해왔다. 그 과정에서 긍정적인 신호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백악관 출입기자들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았음을 공개했다. 또 한국으로 떠나기 전 일본에서 올린 트위터에서는 “만약 북한의 김 위원장이 이걸(한국 방문) 본다면 나는 그와 DMZ(비무장지대)에서 만나 악수하며 잘 지냈냐고 말할 것이다”라고 말해 회동 가능성을 높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29일 경기도 오산공군기지를 통해 입국하고 있다. ⓒ시사저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29일 경기도 오산공군기지를 통해 입국하고 있다. ⓒ시사저널

외신 보도를 종합해보면, 깜짝 회담 제안은 트럼프 대통령 본인 머릿속에서 오래전부터 준비됐던 것이다. 미국 의회전문 매체 ‘더힐’은 6월24일 있었던 트럼프 대통령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DMZ는 내가 방문할 곳 중 하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만나자고 제안한다면 만날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보도했다. 더힐은 대통령 경호를 고려해달라는 백악관 요청을 받아들여 이를 기사화시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DMZ 방문 표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취임 후 첫 한국을 찾은 2017년 11월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DMZ 방문을 준비했지만, 기상 악화로 막판에 취소한 바 있다. 역대 미국 대통령 중 DMZ를 방문한 사람은 지미 카터, 도널드 레이건,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현직으론 여섯 번째다. 

 

만약 종전선언 나오면 북핵 협상 급물살

국내 보수층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회담에서 아무 성과도 거두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회담에 적극 나서기 힘들 것으로 본다. 이번마저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대내외적으로 상당한 역풍에 시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채널을 통해 흘러나오는 반응을 종합해보면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크다. 북한은 G20 회담 전 중국, 러시아와 정상회담을 가져 간접적으로 미국을 향해 비핵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한 바 있다. 이러한 김 위원장의 생각은 이번 G20 회담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회담 출발 직전까지 “아직까지 김 위원장을 만날 계획이 없다”던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DMZ 행을 결정한 것은 최근 2~3일 간 남북미 간 물밑 실무접촉이 활발하게 전개됐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구상은 측근 몇 명만 정보를 공유할 정도로 극비리에 진행됐다는 게 미 주요 언론의 설명이다. 6월29일 청와대에서 열린 환영만찬장에는 매파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동행하지 않았다. 

2월26일 오전 서울역에 모인 시민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 동당역에 도착하는 모습을 TV를 통해 시청하고 있다. ⓒ시사저널
2월26일 오전 서울역에 모인 시민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 동당역에 도착하는 모습을 TV를 통해 시청하고 있다. ⓒ시사저널

북한으로선 이번 3차 회담에서 부분 경제제재 해제 또는 종전선언 카드를 얻어내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다. 하지만 회담 진행 과정을 놓고 볼 때 이런 민감한 사안이 협상 테이블에 올라왔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다만 이번 약식 회담이 하노이 회담 이후 냉각된 북미 관계의 정상화를 만들기 만해도 성과는 충분하다. 

남북미 3개국이 참여한 자리에서 종전선언과 북미 상호간 연락사무소 개최까지 결정되면 얼어붙은 북미관계는 다시 해빙 모드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협상 끝마친 재선 두번째 카드는 북핵 해결

북한의 대외 공식 창구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발언 이후 신속하게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은 것은 긍정적인 대목이다. 북한은 내부시스템 상 의사결정 속도가 상당히 느리다.  

2차 하노이 회담 직전 미 의회가 청문회를 열어 북미 회담 성과에 상처를 내려한 것과 달리 이번 2차 한국 방문 전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도전을 공식 선언했고, 중국과의 무역 협상도 순조롭게 마무리했다. 트럼프 머릿속에는 여세를 몰아 한반도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자 하는 구상이 서 있었을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6월29일 보도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트윗이 아시아의 외교단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 참모들에게도 허를 찌른 것이었다”며 ”DMZ에서의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의 만남을 위한 진지한 준비가 이뤄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측 불허’를 좋아한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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